에디터
박은성
사진
박성훈

Zaim Kamal

자임 카말
Creative Director Montblanc International
no80_montblanc____________________14____________________0001

영국 런던 출신의 자임 카말은 명문 디자인 학교로 꼽히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하고 비비안 웨스트우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3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몽블랑에 합류한 이래 그는 브랜드의 본사가 자리한 함부르크와 가족이 있는 영국 서식스, 시계와 가죽 공방이 위치한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생활한다. 늘 이동하는 여정 중에도 그가 놓지 않는 것은 펜과 스케치북이다. 수많은 드로잉을 거쳐 나온 그의 아이디어는 디자인 팀에서 제조 장인, 엔지니어에게 전달되어 필기구와 가죽, 시계의 서로 다른 영역을 ‘개인화’라는 하나의 비전 아래 단단히 결속시키고 있다.

필기구 영역을 중심축으로 두는 몽블랑에서 패션 브랜드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한 이유와 배경이 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패션 브랜드 출신이라는 말은 저와 거리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패션 중에서도 신발, 가방, 주얼리, 모자 등 액세서리 분야에 열정을 쏟아왔고, 몽블랑은 액세서리를 다룬 제 이력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필기구, 시계, 가죽 등의 영역에서 동시에 일해야 하는데, 전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에 일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6년 전 이곳에 합류해 제가 맡은 임무는 몽블랑을 미래에도 통할(future proof)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1906년부터 흔들림 없이 이어온 몽블랑의 성공을 변화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사람들에게 이해시켜야 했어요. 세계의 변화를 이해하고 해석해 몽블랑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었죠. 단순히 제품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고객들이 브랜드를 인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랄까요.

디자인과 이미지 메이킹이 많은 것을 지배하는 패션계에서 제조 기술이 큰 영향력을 갖는 성격의 브랜드로 옮겨와 일하게 된 셈인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전혀 힘들지 않아요. 다소 복잡한 점은 있지만 일하는 방식은 전혀 변한 게 없습니다. 패션은 종이 위에서만 일어나지 않거든요. 드레이핑을 하고, 재료를 만지고, 마감을 하고, 패턴을 만들죠. 액세서리 부문을 맡아온 덕분에 주얼리 디자이너, 모자 장인, 가죽 장인 등 제조 장인들과 일하는 데 익숙했습니다. 통합적 접근(holistic approach)이 가능했던 셈이죠. 몽블랑은 그런 장인들이 모두 한 지붕 아래(in-house) 모여 있어요. 이곳 함부르크에는 필기구를 만드는 장인이, 스위스 르로클 Le locle에는 시계를 만드는 장인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장인들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모두 같은 방향을보고있으니‘이렇게하고싶다’라고하면바로어떤건지 알아차려요.

당신이 그리는 몽블랑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가 들어오기 전의 몽블랑은 슈트를 입고 서류 가방에 노트북과 펜, 노트를 지니고 있는 전통적인 비즈니스맨을 위한 럭셔리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사람들은 자신이 지닐 물건이 목적성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동반자처럼 여겨지길 원합니다. 우리 모두 일을 하고, 여행하며, 가방을 가지고 있지만 제가 당신과 똑같은 가방을 똑같이 사용하는 일은 없죠. 미학적인 부분에 충실하면서도 유연하게 ‘나’를 대변하는 무엇이 되길 기대합니다. 이제는 어떤 물건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더해 그 물건이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 내 개성에 잘 맞는지도 중요한 것이 되었어요. 그 측면에서 촉감(tactility)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촉감이라는 것은 항상 곁에 두고 싶은 감정에 관한 것이거든요. 어떤 물건을 가진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거죠. 항상 사용하는 물건에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촉감이 있어요. 이런 촉감을 끄집어내는 것이 저희에게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촉감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더 자신의 것이 되거든요. 지금의 사람들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물건보다 자기가 쓸 물건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조금 더 실용적인 태도로 바뀐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아뇨, 좀 더 자기 것이 된 것입니다. 실용적인 태도는 언제나 있었습니다. 좀 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직감적인 방향으로 변화한 거죠. 6년 전의 가방을 보면 아주 아름답게 설계되었지만 여기엔 필기구를, 여기엔 노트북을, 여기엔 명함을 넣으라는 일종의 가이드가 존재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 무엇을 넣을지 개인이 정하도록 합니다. 저희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몽블랑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각 개인의 색을 드러낼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사용하면 할수록 더 좋아지는 거죠. 이걸 위해 촉감에 집중하는 거고, 지난 6년 간 저의 주요 목표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개인화인 셈이데, 몽블랑에서 그 개념을 적용한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2년 전 ‘1926’ 라인을 론칭했어요. 식물성 태닝 과정을 거친 가죽 제품군이었는데, 몽블랑에서는 처음 시도한 것이었습니다. 식물성 태닝 가죽은 일반 가죽보다 더 부드럽고 오래되면 자연스러운 고색(patina)을 형성해요. 처음 제가 이 제안을 했을 때, 사내 품질 관리자는 식물성 태닝 가죽이 스크래치에 약하고 사용한 흔적이 쉽게 드러난다며 어려울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죠. “장담하는데 누군가가 이걸 사용하다가 생긴 고색 때문에 제품을 반품하진 않을 겁니다”라고요. 왜냐하면 그건 개인의 색이고, 개인의 이야기가 담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론칭 이벤트 날에도 그곳에 모인 기자들에게 제가 직접 세 번 정도 사용한 프로토타입 가방을 보여주면서 이런 얘길 했어요. 이 가방을 어디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디를 잡아서 색이 달라지고 있는지, 어디에 어떤 물건을 넣어서 눌린 자국이 생겼는지를요. 사람들이 이 가방을 똑같은 방식으로 쓸 테지만 절대로 제 가방과 같아지지는 않을 거라고 했죠.
 

자임 카말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몽블랑'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Peter Chipchase

Nicolas Baretz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