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서재우
사진
미네기시 신지, 레슬리 라우

Simon Mottram

사이먼 모트람
Founder & CEO, Rapha
Layer 17

어렸을 때부터 사이클링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모트람은 사이클 키드의 시선으로 옷을 만들었고, 자전거를 타고도 출입할 수 있는 건물을 찾았으며,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라파라는 사이클링 커뮤니티 제국을 세웠다. 그는 라파를 의류 브랜드가 아닌 사이클링 라이프컬처를 제시하는 브랜드라고 소개한다.

어릴 때부터 사이클 컬처에 열광했습니다. 미국 LA에서 성장한 이들에게 스케이트 컬처가 익숙한 것처럼 영국 런던에서 성장한 당신에게 사이클링은 자연스러운 문화일까요?
런던 사이클 컬처는 LA의 스케이트 컬처와 달리 특정한 집단이 누리던 서브컬처에 가까웠습니다. 저 같은 사이클링 괴짜나 환경친화적 사고를 하는 사람, 그도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사람만이 사이클 컬처를 공유했죠. 하지만 지난 10년간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상황이 변했어요. 그 변화의 중심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있었고요. 당시 영국 사이클링 대표팀이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면서 많은 사람이 사이클링에 관심을 가졌죠. 사이클링 인기에 힘입어 정부 또한 친환경 자전거 정책을 펼칠 수 있었구요. 비극적 이야기지만, 대중교통에서 자행된 폭탄 테로도 자전거를 타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이처럼 런던 사이클 컬처는 자연스럽게 성장했다기보다는 복합적 요인으로 대중에게 확산됐다고 얘기하는 게 옳을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이유로 사이클에 매료됐나요?
그냥 자연스러웠어요. 집에는 항상 자전거가 있었고, 10대 중반부터 사이클경기를 TV로 시청했죠. 특히 세계에서 가장 긴 코스를 자랑하는 도로 투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를 좋아했는데요, 매년 7 3주간 펼쳐지는 경기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볼 정도로 열성적인 소년이었죠. 저는 사이클경기를 통해 삶의 정점(pinnacle)을 경험하는 게 좋았어요.긴 레이스를 펼쳐 체력을 완전히 소모하고 녹다운한 선수들을 보면서 엄청난 희열을 느꼈죠. 포기하지 않고 자전거 페달을 끝까지 밟는 이들의 고통과 환희가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 때문에 사이클 컬처에 매료된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레이싱을 즐긴 지도 어느덧 40년이 흘렀네요.

선수들을 통해 삶의 용기를 얻나요?
물론입니다. ‘라이딩을 사랑하고, 고통을 감내하고, 타인에게 영감을 주고, 독립적으로 생각하자는 라파의 가치관은 사이클링 선수를 통해 얻은 제 인생의 가치관이기도 해요. 타인의 신념에 끌려다니지 않으며 표면적 가치에 넘어가지 않는 마음을 기른 것도,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자세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도 모두 사이클링 선수에게 배운 삶의 자세예요. 사이클 스포츠는 제게 이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라파의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질문하면, 입고 싶은 사이클링 의류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무엇인가요?
(책상에 놓인 책 <킹스 오브 페인 Kings of Pain>을 가리키며) 이책을 봤습니다. 1997년경에 프랑스에서 발행한 책으로 당시 친구에게 선물 받았지요. 참고로 지금 제 책상에 놓인 책은 2014년 라파에서 출간한 영문 버전으로 과거 제가 본 책의 번역판입니다. 당시 프로 사이클링 선수의 이야기와 자전거 관련 제품을 소개하는 책이라는 점이 제 흥미를 끌었죠. (책을 펼치면서) 보세요, 이 모델 같은 선수들과 우아함을 갖춘 프로팀 저지를. 자크 앙크틸 선수가 보이네요. 무척 우아한 인물이에요. 영화배우 같지 않나요? 자전거 페달 밟는 스타일도 아름답고, 항상 빈틈없는 스타일을 유지했죠. 사이클링 룩의 정의가 될 법한 사람이니 기억해두면 좋을 거예요.(웃음) 책 속에는 이렇게 입고 싶은 옷과 멋진 사람이 많은데, 이상하게 매장에만 가면 끔찍한 옷이 행어에 걸려있더라고요. 그래서 당장 책에 나온 아름다운 사진을 스크랩했고, 이 이미지들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적용해 옷을 새로운 방식으로 디자인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라파의 역사가 시작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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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만으로 성공 할 순 없었을 텐데요?
라파의 성공을 알린 클래식 저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특별한 디자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디자인과 색의 사용을 배제했죠. 물론 이 점이 당시의 사이클링 의류와는 다른 방식이었지만, 이는 단지 취향일 뿐 성공의 절대적 요인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저는 절대적 레이싱 팬이자 라이더였기에 당시 존재한 사이클링 의류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시중에 판매하는 모든 의류는 싸구려 원단과 기능성이 결여된 폴리에스테르로 제작해 품질이 떨어졌죠. 그래서 각종 원단 박람회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사이클링 의류를 제외한 스포츠 의류에 사용하는 원단을 살펴봤어요.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원단의 핵심은 기능성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발견한 첫 번째 원단이 메리노 울이었습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부드러운 촉감을 유지하면서 땀을 빠르게 건조하는 기능을 갖췄고, 게다가 빛깔이 아주 아름다웠어요. 덕분에 라파의 옷은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이라는 인식을 라이더에게 심어줄 수 있었죠. 라파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요인은 사이클경기에 대한 저의 열정입니다. 레이싱 팬으로 레이싱이 열리는 모든 장소를 가봤을 뿐 아니라 레이싱에 관한 모든 스토리를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레이싱에 참여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반 라이더와 선수 모두를 충족시킬 만한 옷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노골적 마케팅과 광고를 지양하고, 사이클 컬처를 시각 콘텐츠로 제작해 선보이는 라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저희가 선보이는 영상과 사진 캠페인은 단순한 마케팅 목적이 아닙니다. 사이클링이 얼마나 멋진 스포츠인지 전달하고, 사이클 컬처라는 큰 둥지 아래 사람들을 모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철저한 비지니스 전략을 대합해 성공 요인을 찾는다면 라파가 하는 모든 일은 지금 당장 멈춰야할 거예요.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높은 국가에 대형 공장을 세우고, 외주 제작 시스템을 도입해 생간량을 높이며, 전세계 도시에 리테일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비즈니즈일 테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저희가 마련한 커큐니티 공간인 라파 클럽하우스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합니다. 모두의 옷이 아닌 라이더를 위한 옷이기 때문이죠, 저희는 다른 브랜드와는 차원이 다른 열정과 전념(commitment)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사이클링 의류 브랜드가 아닌 사이클링 브랜드로 향해 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군요.
정확합니다. 사이클링 의류는 라파의 좋은 출발점이지 라파의 전부가 아니에요. 라파가 추구하는 건 사이클링 라이프스타일입니다. 제가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를 정말 싫어하는데, 오늘만큼은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라파에는 사이클링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2004년 온라인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브랜드로 맨 처음 라파를 시작한 것도 더 많은 이가 문턱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사이클 관련 각종 단행본과 잡지 <몬디알>을 직접 제작.발행한 것도 같은 이유이고요.

라파는 유난히 프로팀의 유니폼에 신경 쓰고 프로팀을 적극 후원합니다. 어떤 프로팀을 후원하는지 이야기해줄 있나요?
2006년 처음 스폰서를 시작한 이래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주로 성과를 내는 침을 후원했습니다. 최고 레벨에 오른 팀을 후원하면 많은 사람에게 사이클 스포츠의 묘미와 라파를 알릴 수 있었죠. 하지만 2016년부터는 정책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과거와 달리 사람들은 좀 더 다른 스토리를 가진 선수와 팀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걸 리서치를 통해 알았거든요. 이런 흐름을 잘 보여주는 침으로 전원 여성 선수로 구성한캐니언//스램과 다국적 선수로 구성한 ‘EF 에듀케이션 퍼스트 프로 사이클링을 들 수 있습니다. 팀이 아닌 개인으로는 비포장도로를 질주하는 라이더 콜린 스트릭랜드 Colin Strikland를 후원하고 있고요. 캐릭터를 동반한 사이클링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저 이기기 위한 사이클 보다 훨씬 더.

라파는 결국 당신의 열망이 만든 브랜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창립자로서 현재 당신의 미션은 무엇인가요?
제 삶에서 라파와 사이클링은 제외할 수 없어요. 이미 한 몸 같은 존재인걸요.(웃음) 하지만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면 아내의 헌신과 장애가 있는 아들 오스카 Oscar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5년 동안 장애가 있는 아들과 계속해서 산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에요. 아들을 돌보기 위해 제 아내는 일을 그만두었고, 제가 이곳에 나와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줬죠. 이 일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와 제 아내는 저희의 자랑스러운 아들 오스카가 있기에 지금 같은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오스카는 모든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저희 부부의 인생은 참 쉽다고 느껴요. 오스카는 저희 부부의 축복이자 행복이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이클링 과 라파를 빼놓을 순 없을 것같네요.(웃음) 사이클링을 통해 제 가장 친한 친구 대부분을 만났어요. 모두 비슷한 50대로 지금도 사이클링을 함께 즐기죠. 라파는 제 또 다른 자아 같은 존재이고요. , 다시 생각해보면 오페라와 옷, 직접 요리하기 등이 있네요.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가족과 라파, 사이클링보다 중요하지 않아요. 오랜 시간 동안 라파가 전개하는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지금은 아니죠. 처음 10년간은 유요한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창립 이념을 이해하는 조직원들에 의해 스스로 성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저는 그것이 기업의 올바른 길이라고 믿어요. 현재는 투자자들과 부서 관리에 많은 시간은 할애합니다. 특히 라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클럽하우스에 관심이 많아요. 저희의 철학을 라이더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제품과 관련해서는 기획 방향을 사전에 검토하거나, 최종 제품의 완성도를 확인하는 정도예요. 가끔 제 아이디어를 전달하기도 하고요. 물론 나름대로 옳고 그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지만, 그런 것은 각각의 침에 맡기고 전반적인 모양새를 다듬으려 합니다. 제 역할은 라파의 모든 직원에게 우리의 근원을 상기 시키고, 무엇이 효과적이었으며, 또 그렇지 못했는지를 전하는 겁니다.

 

사이먼 모트람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라파'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Luca Guadagnino

Benoît Astier de Villatte

Rapha
Issue No. 84

Rap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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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사이클링 마니아인 사이먼 모트람이 런던에서 설립한 라파는 메리노 울 소재를 최초로 적용해 만든 단색 사이클링 저지를 선보이며, 사이클링 의류도 패셔너블할 수 있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주었습니다. 창립자의 사이클 스포츠를 향한 애정으로 탄생한 브랜드답게 프로 선수부터 도심 라이딩을 즐기는 일반 소비자까지 두루 만족할 수 있는 제품 컬렉션을 꾸준히 출시하는 한편, 유럽과 북미, 아시아 지역에 20여 개 클럽하우스를 열어 라이더가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허브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사이클 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를 주최하고, 차세대 라이더에게 영감과 힘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재단을 운영하는 등 사이클 컬처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