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 쉬나드는 1964년 암벽등반 시 암벽을 해치지 않는 금속 못(피톤)을 제작하다, 1973년 친환경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설립하게 된다. 최고의 품질을 고집하면서도 친환경 소재 개발에 매진하고 매년 매출의 1%를 사회 공헌 활동에 사용하는 등 지속 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파타고니아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정의하며 관련 업계는 물론 더 나아가 사회로까지 그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사업 방향 바꾼 환경에 대한 의식
파타고니아의 설립자 이본 쉬나드는 유년 시절부터 클라이밍, 서핑, 스키, 다이빙 등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고, 80 세를 바라보는 지금도 1년 중 3분의 1 이상을 아웃도어 활동을 하며 보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관심사와 취미를 고스란히 직업으로 연결했다. 오래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강도와 품질이 뛰어난 피톤(암벽을 등반할 때 바위의 갈라진 틈새에 박아 넣어 중간 확보물로 사용하는 금속 못)을 구할 수 없던 그는 1957년 이 장비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쉬나드가 직접 만든 피톤은 스스로 만족했을 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산악인들도 큰 관심을 보였고, 이를 계기로 그는 이 제품을 판매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설립한 업체의 명칭은 ‘쉬나드 이큅먼트 Chouinard Equipment’였다. 하지만 사업 초기 그는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이 환경, 특히 암벽을 파괴한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경험한 쉬나드는 자신들의 핵심 사업 부문이던 피톤 생산을 즉시 중단했다. 이는 사업상 위험 부담이 큰 의사 결정이었다. 쉬나드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망치를 사용하지 않고 이미 형성된 암벽의 틈에 손으로 밀어 넣을 수 있으며 사용 후 제거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면 어떨까?’ 그는 새로운 장비인 알루미늄 너트를 만들어 소개했고, 기존의 제품보다 가벼운 알루미늄 너트는 안정성 역시 뛰어났다. 쉬나드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고객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등반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형성했다. 그리고 마침내 1973년 미국 서부의 조용한 도시 벤투라에서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드러낸 브랜드 철학
환경 보전과 더불어 파타고니아의 또 다른 존재 의의이자 사업 철학의 주춧돌은 ‘최고 제품을 생산한다’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필수적인 모토였다. 얼마나 기능적인지부터 시작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생산 라인은 간소화했는지, 관리와 세탁은 쉬운지 등의 기준을 스스로에게 물어 이를 충족할 만한 제품만을 생산했다. 시간이 흐르며 소비자들 역시 파타고니아 의류의 기능적, 디자인적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까지 매출액은 2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치솟았다. 하지만 쉬나드가 파타고니아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단지 상업적 성공만이 아니었다. 그는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을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보여 줄 수 있을지 고민했고, 전 세계 누구나와 소통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구축해 제작 공정 등에 관련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에도 실수는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공장을 늘리는 과정에서 저렴한 임금의 노동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선택을 한 것. 공장 수가 100개를 넘자 관리에 한계가 찾아와 결국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품질은 떨어지고 납기는 늦어졌으며, 비싼 비용을 들여 다시 제조할 수밖에 없었다. 부정적이지만 이 값진 경험을 통해 파타고니아는 공장 수를 3분의 1로 줄이고 직접 소유하지 않는 대신 건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긴밀한 공조에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까지도 제품 생산과 마찬가지로 깐깐한 기준을 통해 함께 일할 공장과 농장을 선정하고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 이상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친환경 원재료에 대한 타협없는 고집
설립 초기만 해도 의류 회사로서 파타고니아의 경영 방식은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질감과 내구성이 우수한 면직물을 소재로 선택하고 봉제 공장에 샘플을 보냈다. 그러던 중 1991년 제품에 사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네 가지 섬유(면,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울)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연구를 의뢰했고, 그 결과 흔히 사용하는 면이 환경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1994년 가을, 파타고니아는 또 하나의 큰 결정을 내렸다. 2년 내로 브랜드의 모든 스포츠웨어 생산에 100% 유기농 목화만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1996년 이후 그들은 모든 면 소재 의류를 유기농으로 재배한 목화로 생산했다. 하지만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목화는 일반 목화에 비해 평균 50~100% 더 비쌌다. 그렇지만 쉬나드는 신념에 따라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또 품질 평가 과정에서 석유 소재의 폴리에스테르를 재활용할 경우 새로 채굴한 석유를 정제하는 것보다 지구에 덜 해롭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후 파타고니아는 수명을 다한 폴리에스테르 의류를 녹여 섬유를 추출하는, 폴리에스테르 섬유 제조를 위한 또 하나의 효율적인 방법도 개발했다. 이 ‘재활용’이라는 개념 역시 파타고니아의 핵심 철학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1990년대 초반, 파타고니아는 보스턴 매장 직원들이 겪던 두통의 원인이 포름알데히드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모든 제품 생산에는 사회적· 환경적 비용이 반드시 수반된다는 것을 알았다. 2005년 파타고니아는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공동 자원 재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고객들에게 못 입게 된 옷을 회사로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그 옷을 일본에 있는 폴리에스테르 공장에 보내 녹인 후 다시 압착하여 새로운 섬유를 만들었다. 6년 동안 닳아서 못 입게 된 의류 34톤을 재생하거나 재활용했다.

파타고니아에게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 자연과 환경에 불필요한 해악을 끼치지 않고, 사업을 통해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한다’는 모토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재활용을 강조한 파타고니아의 광고.
재활용을 강조한 파타고니아의 광고.

환경 보전을 위한 실천적 행동
환경보호를 위한 파타고니아의 노력은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적 행동으로도 드러났다. 쉬나드는 우리 모두가 자연의 일부이며, 지구 자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자체적으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여겼다. 1986년 파타고니아는 이익의 10%를 환경 관련 사업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그들은 이것을 기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지구에 내는 세금’일 뿐이었다. 2002년에는 쉬나드가 블루 리본 플라이 Blue Ribbon Flies의 대표인 크레이그 매튜즈 Craig Mathews와 함께 ‘지구를 위한 1%’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간 매출의 1% 이상을 환경 기금으로 기부하겠다는 기업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 가입하는 것은 사업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기부 활동에 동참한 기업 중 약 80%는 2008년에서 2009년까지의 금융 위기에서도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자들은 일반적인 기업과의 거래는 줄이면서,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과의 거래를 늘린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또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환경 개선을 위한 종합 계획은 물론, 유전자 변형 식품 도입 반대, 야생 연어 보존, 노동과 환경 기준을 악화시키는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반대 등을 주제로 캠페인을 벌여왔다. 새로운 매장이나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는 친환경 페인트와 재활용 벽면 소재, 에너지 절약형 전등을 사용했는데 1996년 미국 서부의 리노에 세운 파타고니아 서비스 센터는 태양 전기와 복사열을 활용해 전기에너지를 약 60%나 절약할 수 있었다.

다니고 싶은 직장을 만든 사내 문화
쉬나드 자신이 그런 것처럼 일과 취미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없는 사내 분위기를 만들었고, 직원들과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를 통해 그들의 권리도 지켜낼 수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직원들의 취미를 적극 장려하고 지원하는 문화로 연결되었다. 파도가 좋은 날은 회사 문을 닫고 파도를 타러 가는 것처럼 유연성 있는 직장으로 꾸려나가고 싶어 했고, 결국 이 꿈을 실현시켰다.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근무 시간을 어떻게 정하든 상관하지 않는 게 현재까지도 파타고니아의 일관된 방침이다. GPCDC(Great Pacific Child Development Center)라 불리는 사내 보육원 역시 파타고니아의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이 회사 마당에서 뛰어노는 모습과 소리를 보고 들으면서 직원들은 회사를 보다 인간적인 공간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업무 성과도 크게 높아졌다.

문화 혁신이 만든 다름의 가치
파타고니아는 자타 공인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회적 기업 중 하나다. 2008년 금융 위기 때에도 50%, 이후에도 연평균 35%씩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 자연과 환경에 불필요한 해악을 끼치지 않고, 사업을 통해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한다’는 모토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좋은 제품은 저절로 팔린다’고 생각해왔다. 파타고니아는 전체 매출의 1% 이내라는,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베이와 협약하여 소비자가 구글에서 파타고니아 제품을 검색하면 이베이에 중고품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커먼 트레드 이니셔티브 Common Threads Initiative’라고 명명한 이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되도록 파타고니아 제품을 적게 쓰도록 유도하는 ‘5R 캠페인’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Reduce), 고쳐 사용하고(Repair), 다른 사람이 다시 사용하도록 하고(Reuse), 버리게 될 경우 재활용할 수 있게 하라(Recycle)는 의미다. 2011년엔 다섯 번째 ‘R’인 ‘Reimagine’ 즉, ‘발상의 전환’을 추가해 현명한 소비를 통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어 가자는 바람을 담았다.

Caffe Themselves

Eva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