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영국에서 탄생한 소형 자동차 브랜드 미니는 ‘본질에 중점을 두고, 경험을 극대화하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자동차에서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확장하며 도시인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수에즈 위기와 영국의 석유파동에서 탄생한 클래식 미니
수에즈 전쟁은 1956년 10월부터 1957년 3월까지 수에즈운하의 주도권을 놓고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벌인 전쟁이다. 수에즈운하를 잃은 영국은 석유파동까지 겪으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는데, 석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시장에서는 좀 더 효율적인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경제성을 극대화한 초소형 자동차인 버블 카 bubble car가 유행했다. 1952년 영국의 자동차 회사 오스틴과 모리스가 합병해 탄생한 BMC를 이끌던 레너드 로드 Leonard Lord 회장은 베테랑 엔지니어 알렉 이시고니스에게 초소형 자동차 개발을 맡겼다. 오스틴과 모리스 양쪽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이시고니스는 이미 ‘모리스 마이너 Morris Minor’라는 소형차를 개발한 경험이 있었다. 1957년, BMC는 이시고니스에게 ‘ADO(Amalgamated Drawing Office) 15’ 프로젝트 맡기게 된다. 이 프로젝트의 미션은 기름을 적게 먹는 작은 차를 만드는 것과 성인 네 명이 탈 수 있는, 제대로 된 자동차 개발이었다. 이시고니스는 이를 위해 계기판, 외장 패널, 유리창 손잡이, 심지어 문손잡이도 없애버렸고, 차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당시 상식처럼 여겨지던 엔진의 세로 배치까지 가로로 바꿔버리며 전륜구동으로 설계했다. ADO 15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오스틴 세븐 Austin Seven’과 ‘모리스 미니-마이너 Morris Mini-Minor’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클래식 미니의 시작이다.

존 쿠퍼가 재정의한 미니
1960년대부터 클래식 미니는 패션·음악·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상징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문화적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여기에는 특히 유명 레이서이자 이시고니스의 친구였던 존 쿠퍼라는 인물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에 열정적으로 반응하는 혁신가였던 존 쿠퍼에게 클래식 미니는 단순히 경제적인 자동차가 아니었다. 존 쿠퍼는 클래식 미니의 디자인은 이시고니스에게는 각종 제약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존 쿠퍼에게는 코너 주행에서 높은 속도를 내는 데 최적화된 요소였다. 그는 BMC 경영진과 이시고니스를 설득해 클래식 미니를 랠리용으로 개조했고, 1964년 몬테카를로 랠리에 나가 우승까지 했다. 이후 1965년과 1967년 대회를 포함해 총 3회 우승을 거두면서 클래식 미니는 이전과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되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 작고 경제적인 자동차로만 여겨지던 미니는 이때를 기점으로 남성적이면서도 강렬한 브랜드가 되었다. 1965년 전설적인 드라이버들이 독립해 자신의 팀을 만들면서 존 쿠퍼의 영향력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스폰서를 찾지 못하게 된 쿠퍼 팀은 1969년 해산했다. 그럼에도 클래식 미니는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는 브랜드로서 두터운 팬덤을 형성했다. 페라리를 만든 엔초 페라리도 미니를 소유했고 비틀스의 존 레넌, 조지 해리슨, 폴 매카트니 등이 미니를 사랑한 아티스트들이었다. 1960년대의 가장 진보적인 여성복 디자이너로 꼽히는 메리 퀀트 Mary Quant는 자신이 만든 짧은 스커트의 이름을 쇼트 스커트가 아닌 ‘미니스커트’라고 불러 미니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미니는 실용성이나 편의성 때문에 사는 차가 아니다. 실제로 미니는 승차감, 조작성, 편의성 등 현대의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애초에 미니는 1957년 이후 영국에 불어닥친 석유파동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매우 경제적인 자동차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태생적 한계가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한 뉴 미니와 JCW 라인
이렇게 미니가 혁신성과 창의성을 대변하는 브랜드가 된 데는 알렉 이시고니스와 존 쿠퍼의 갈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결과가 ‘본질에 집중하고, 경험을 극대화하라’는 미니의 철학이다. 알렉 이시고니스는 미니마이저 minimizer로, 존 쿠퍼는 맥시마이저 maximizer로 불린다. 아이러니하게도 모순되는 두 가치의 공존이 바로 미니의 철학이고, 이는 2000년 이후 BMW가 미니의 브랜드를 소유하게 된 후에도 유효하다. 클래식 미니는 2000년까지 수차례 소속을 옮겼다. 1966년, BMC는 브리티시 모터 홀딩스(BMH)로 이름을 바꾸고, 1968년 영국 정부의 정책에 떠밀린 BMH는 레일랜드에 합병되어 브리티시 레일랜드로 재구성된 후 국영화되었다가, 1986년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로버 그룹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1988년에 민영화된 로버 그룹은 1994년 BMW에 매각되었는데, 당시 대량생산 시스템과 소형차 시장에 대한 대응을 위해 로버 그룹을 인수한 BMW는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2000년 기업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001년에 BMW는 ‘뉴 미니’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미니 시리즈를 공개했다. 기존 BMW의 주력 라인업과 달리 미니는 전륜구동 시스템에 레트로 분위기의 디자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바꿨지만,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드라이빙 감각은 클래식 미니의 고카트 감각을 강화하는 쪽으로 재현되었다. 이렇게 재탄생한 뉴 미니 1세대는 딱딱한 서스펜션으로 일반 운전자에게는 악명이 높았지만, 클래식 미니를 추억하거나 보통 사람들과 차별화된 정체성을 추구하는 고객에게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자 가장 적합한 자동차였다. 사실상 경량 스포츠카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뉴 미니 1세대는 미니의 맥시마이저 존 쿠퍼를 기리는 의미에서 엔진 성능을 극한으로 조정하고 차체를 딱딱하게 튜닝한 미니 JCW라는 최고 사양을 공식적인 라인업에 포함하기도 했다. JCW 라인은 현재 미니의 최고 사양으로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미니는 거의 유일하게 팬덤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브랜드다. 다시 말해 미니는 적당한 때에 적당한 이유로 선택하는 자동차가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타야겠다고 다짐하고 계획적으로 구매하는 자동차라는 이야기다. 2001년에 새로 등장한 뉴 미니는 2006년에 2세대, 2014년에 3세대로 진화하며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고객에게 대응하고 있다.

도전과 응전의 반복 
카시오는 강인한 디지털 시계인 지샥을 만들었고, 시장에서 성공시켰는데, 그 지샥이 주춤한 걸 봤다. 지샥의 다음 도전은 아날로그였다. 이건 지샥에게 새로운 기술적 도전을 뜻하기도 했다. 카시오는 디지털 시계로 시계업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날로그 무브먼트 노하우가 부족했다. 지샥의 혹독한 내충격 실험을 견디면서 시곗바늘이 빠지지 않는 시계를 만드는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계라는 기성 시계에서의 완성도를 높여야 다른 분류의 손님에게도 다가갈 수 있었다.  지샥이 발전시킨 기술은 아날로그 시계에 관련된 것만이 아니었다. 지샥은 헬스클럽의 운동기구를 차례로 마스터하는 운동광처럼 시계와 자신들의 기본기를 강화했다. 소재는 우레탄에서 풀 메탈로, 풀 메탈에서 메탈과 플라스틱의 혼합 사용을 지나 이제는 티타늄과 카본까지 갔다. 시계의 본질인 정확한 시간 측정 기술도 계속 발전시켰다. 라디오 컨트롤과 GPS를 지나 블루투스 모듈을 적용했다. 일부 모델에는 각종 센서도 장착했다. 충격을 견디는 기술 역시 당연히 향상됐다. 그래서 더 많은 기능을 넣고도 크기를 억제할 수 있었다. 지샥은 그 노력을 쌓아 반등에 성공한 것을 넘어 자신의 영역을 더 확실히 지켰다. 지샥은 2010년 5000만 개째, 2017년에는 1억 개째 지샥을 출하했다.

자동차 브랜드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뉴 미니 고유의 블랙, 레드, 오렌지 컬러와 위트 있는 광고는 전 세계의 젊은 고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다시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2015년까지 꾸준히 확장되던 미니에도 위기가 닥쳤다. 그동안 뉴 미니를 좋아하던 고객이 30~40대가 되어 가정을 이루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게 된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브랜드 정체성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를 느낀 미니는 2000년 이후 설정한 주요 가치였던 즐거움(excitement)을 2015년부터 열정(passion)으로 조정했다. ‘나’라는 개인의 즐거움보다 ‘우리’라는 공동체를 위한 성숙한 태도를 지향하는 창의 계층(creative class)을 미니의 주요 고객층으로 다시 정의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요 고객을 새롭게 설정하면서 미니는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가 아닌, 문화와 패션 영역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아이콘으로 확장 중이다. 2019년 현재 미니가 ‘도시 생활을 위한 창의적인 솔루션’이라는 방향 아래 브랜드로서 공간을 재구성하고, 고객의 일상을 재설정하는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가능한 일이다. 현재 미니는 ‘본질에 중점을 두고, 경험을 극대화하라’는 브랜드 철학을 카 셰어링(DriveNow, Mini Sharing), 전기차, 코워킹 스페이스, 친환경 건축과 같은 도시형 라이프스타일 프로젝트를 통해 재현하고 있다. 1959년 미니의 가치는 ‘4인 가족이 탈 수 있는 경제적인 자동차’였다. 21세기의 미니는 이를 ‘공간의 창조적 활용’이라는 개념으로 재해석한다. 고객이 운전하는 미니뿐 아니라 미니가 이동하는 도시까지 미니가 개선해야 할 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덕분에 미니는 개인이 차지하는 공간은 최소화하되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이것이 현대 도시에서 자동차 회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미니의 동력이다. 정체성에 대한 미니의 재정의는 재무적으로도 중요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14년 30만 대 규모의 판매량을 보이던 미니는 2018년 36만 대로 약 20% 상승한 결과를 보였다. 미니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은 세일즈와 브랜드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성공적으로 보인다. 미니의 브랜드 전략과 신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에스터 바네 Esther Bahne는 2016년 ‘디진 매거진 Dezeen Magazine’과 나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시 공간의 창조적 솔루션이라는 미니의 새로운 도전은 주택 부족 문제와 도시계획 분야에 대한 해결책으로 진화하고 있다. 코워킹과 코리빙, 차량 공유와 전기차라는 도전은 미니를 자동차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재설정하는 과정의 결과다. 시대가 변하고 고객이 변해도 결국 미니가 담아내는 것은 변하지 않는 철학적 본질이다. 1959년 이래 꾸준히 시대정신을 이끌고 있는 미니는 앞으로도 새로운 팬을 만날 것이다.

A.P.C.

Montbl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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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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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1959년, 수에즈 위기라는 영국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탄생한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엔지니어 알렉 이시고니스가 연비 좋은 소형차 개발을 목표로 설계한 미니의 독창적 디자인은 성별, 나이, 지위 및 계급을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하며 20세기 최고의 차라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1994년 BMW 그룹에 인수된 후에도 미니는 프리미엄 소형 자동차 시장을 이끌며 도시인의 삶을 개선하는 브랜드로 미니의 태생적 본질을 영리하게 계승함으로써 단단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