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유희영
사진
황상준

Marcus Engman

마르쿠스 엥만
이케아 오브 스웨덴 헤드 오브 디자인 Head of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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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사무실에서는 누구를 만나든 유쾌함과 쾌활함을 느낄 수 있다. 6년 전부터 이
거대한 글로벌 기업의 디자인 전략을 이끌며 다양한 매체의 조명을 받아온 마르쿠스 엥만 역시 다를 바 없었다.

부친인 라스 엥만도 1970년대에 이케아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클리판 소파를 디자인했죠. 취재 기간 동안, 특히 엘름훌트에서 대를 이어 이케아 직원으로 일하는 분을 많이 만났어요.
맞아요. 그건 제가 이케아를 좋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케아는 회사(company)보다 큰 개념이에요.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value driven) 집단이고, 그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많은 이가 바로 그 점 때문에 이케아에서 일하기를 원합니다. 단지 회사가 멋있거나 좋아서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케아를 선택하는 겁니다. 저도 그랬고요.

10대 시절 이케아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도 있다고 들었어요.

16세 때 처음 매장에서 일했어요. 주말에 출근해 매장 트롤리를 정리하고 ‘스몰란드 Småland’라고 부르는 어린이 데이케어 센터에서도 일했습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초퍼 바이크를 타고 다니던 시절이었어요.(웃음)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이케아의 여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쇼룸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지금 일하는 곳과 같은 부서인 제품 전략 팀에서도 일했고, 마케팅 매니저로도 근무했습니다.

글로벌 이케아의 디자인을 이끄는 수장 자리에 있습니다. ‘헤드 오브 디자인’이라는 역할에 주어진 임무와 미션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이름은 정해져 있지만, 그 자리에서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지는 자신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디자인 부서를 리드한다고 하면 제품의
 최종 디자인을 결정하거나 평가하는 역할을 떠올릴 것 같은데, 저나 제 동료의 접근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시작하는 단계에서 디자인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을 토대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말하자면
 등대 역할이죠. 선 하나, 색상 하나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게 아니라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옳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실제로 이런 방향으로 일하는 것이 훨씬 흥미로워요. 우리가 물건의 모양이 아니라, 세상의 모양을 변화시키는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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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표와 방향이 곧 이케아가 말하는 데모크래틱 디자인이라는 슬로건에 모두 함축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취재를 통해 들여다본 이케아는 관념을 제품과 시스템으로 현실화하는 커다란 실험실처럼 보였어요. 가격 정책부터 제품 개발, 유통, 판매에 걸친 모든 활동 요소의 근간에 이 데모크래틱 디자인이라는 슬로건이 있었죠.

데모크래틱 디자인은 2개의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민주성’, 다른 하나는 ‘철학’입니다. 이 둘이 잘 맞물려 구현된 것이 우리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입니다. 민주성의 기준도 다시 두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가 제품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과정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생산 라인, 사무 직원, 판매원, 디자이너 등 이케아의 밸류 체인에 더 많은 이가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그렇게 모인 이들이 만들어낸 좋은 물건을 실제로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조직이 클수록 공통 가치가 스며들기 어려운데, 이케아에서는 자연스럽고 완전하게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데모크래틱 디자인은 이케아가 추구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 동시에, 이케아 디자인을 둘러싼 ‘언어’이기도 해요. 이 두번째 측면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다른 큰 회사들이 디자인하는 
방식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많은 디자인이 소수를 만족시키기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기획되죠. 심지어 한 회사 안에서도 어떤 부서에선 좋은 평을 받은 디자인이 다른 실무자 눈에는 잘못된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이케아에서는 디자이너든, 매장 판매원이든, 조립과 배달을 담당하는 직원이든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제품과 디자인을 평가합니다. 모두 동일한 언어로 소통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렇게 되면 모든 구성원이 같은 이해와 관점 아래 미래로 함께 나아가는 게 가능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의 중요성은 거기에 있어요.

긴 시간 이케아 안팎에서 회사를 지켜보고 변화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동안 이케아에서 변하지 않은 가치는 무엇이고, 다음 레벨로 진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변하지 않은 건 ‘비전 중심의 
회사’라는 겁니다. 비전이 비즈니스에 선행합니다(Vision first, business later).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점이기도 해요. 우리가 믿는 것을 실현해가는 과정에 비즈니스가 따라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이케아의 구성원을 이끌어온 신념이에요. 가장 큰 변화는, 이케아가 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개방적이고 투명한 회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케아는 더 많은 창의적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세계의 더 많은 재능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었어요. 과거에 이케아는 판매 영역을 제외하면 소비자와 거의 소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어내는 과정도 그다지 공개하지 않았죠. 지금도 과거에 비하면 자랑스러울 만큼 큰 변화를 이루어냈지만, 아직은 여전히 과정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르쿠스 엥만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B>  '이케아'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Celeste Burgoyne

Monocle

Ikea
Issue No. 63

Ik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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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스웨덴 남부 크로노베리주의 작은 마을 엘름훌트에서 우편 주문 판매 회사로 시작한 이케아는 전 세계 49개국에 진출하며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글로벌 홈퍼니싱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제품 개발은 물론 제작, 유통, 판매에 걸친 기업 활동 전반에 디자인, 기능, 품질, 지속 가능성, 낮은 가격이라는 5가지 요소를 충족하는 ‘데모크래틱 디자인’ 철학을 구현하며 더 나은 주거와 일상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