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유희영
사진
김민형

Hernando A. Navarrette

헤르난도 A. 나바레트
Design Director
헤르난도

‘헤니 Hennie’라는 애칭으로 더 자주 불리는 그는 한스 액슬렘이 필리핀에 처음 공장을 세우던 시절부터 함께하며 한사토이의 디자인을 이끌어왔다. 모두가 “헤니를 대체할 사람은 찾기 힘들다”고 입을 모을 만큼 실력 있는 디자이너지만, 인터뷰 내내 동료들의 수고가 상대적으로 가려지지 않을까 걱정과 당부를 잊지 않은 겸손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사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올해로 꼭 20년이 되었네요.

입체 동물 인형을 만드는 작업은 일러스트와는 상당히 다른 종류의 일이었을 텐데요.
스케치를 기반으로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는 패턴을 만들어야 하는데, 옷이나 구두의 기본 패턴 제작법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동물의 신체구조를 그대로 재현한 인형은 처음이었죠. 봉제 인형 공장에서 일할 때 테디 베어나 부활절 토끼 같은 고전적인 인형의 패턴 기술을 배우긴 했지만요. 이것을 기초로 점점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갔죠. 회사에서 제게 많은 시간과 기회를 주었습니다. 필요한 도구와 재료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고, 원하는 만큼 공부하고 연습해볼 수 있었어요. 함께 실패하고 배우고 변화하면서 지금만큼 성장하게 되었죠. 지금도 매일 새로운 것을 접하며 배우고 있어요.

한사에는 디자이너가 몇 명이고,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를 포함해 모두 필리핀 출신인 6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일하고 있어요. 재봉, 조형감의 표현과 마무리, 재료 리서치 등 저마다 특기가 있죠.
 저는 신제품의 전반적 콘셉트를 결정하고,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수렴해 생산 라인으로 갈 최종 패턴을 제작하는 임무를 맡고 있어요. 각 부문은 디자이너들의 특기를 살려 결정권을 주는 편입니다. 하나의 인형을 만드는 과정은 드레스 한 벌을 만드는 것과 같아요.예를 들어 잠든 북극곰을 만들기로 했다면, 먼저 제가 크기부터 표정이나 포즈 같은 기본 사항을 스케치한 뒤 1차 패턴을 만들죠. 포즈에 따른 모든 입체 부위를 어떤 식의 평면으로 나누어 커팅하는지가 태와 표정의 많은 부분을 좌우해요. 그다음 디자이너들이 여기에 가장 잘 어울릴 원단과 부자재를 시험해보고, 뼈대가 되는 와이어를 만들어 5~7번 샘플 제작 과정을 거친 다음 최종 디자인을 결정하죠. 딱히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길고 까다로운 과정이에요. 특히 중요한 원단의 경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면 직접 제작을 의뢰하기도 합니다. 원단은 대부분 한국에서 수입하는데, 특히 저희와 합이 잘 맞는 곳이 경원 Kyungwon이라는 인조 모피 원단 제작사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내는데, 완성도가 놀라울 정도죠.

실제 동물들을 관찰할 기회도 많나요?

해외 출장에 동행할 기회가 있으면 한스가 그곳의 박물관이나 동물원에 갈 수 있도록 배려해줘요. 미리 동물원의 큐레이터에게 연락해 제가
 더 편하게 원하는 만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호주에 갈 때는 멜버른 동물원과 타롱가 동물원에 꼭 들러요. 2년에 한 번씩은 방문하는데, 제게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죠. 우리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동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거든요. 동물들의 서식 환경, 생생한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을 안전하게 지켜볼 수 있죠. 특별히 어떤 동물을 편애하지는 않아요. 모든 동물이 저마다 지닌 특징과 개성, 아름다움을 존중합니다. 예를 들어, ‘리카온’이라고도 불리는 아프리카 들개 African Wilddog는 생김새가 매우 거칠고 사납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고유한 털의 빛깔이나 근육의 긴장감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극지방이나 해양 동물은 실물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을 텐데요.
사실 제 입장에서 실물을 관찰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진 자료예요. 특정한 포즈를 취했을 때 나오는 각 부위 근육의 느낌과 양감을 여러 각도에서 집요하게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거든요. 그러자면 정지된 장면이 필요하죠. 아쿠아리움에 가서 고래상어를 보면 자세히 관찰하기가 오히려 힘들어요. 계속해서 헤엄치며 움직이니까요. 하지만 사진으로는 필요한 만큼 천천히 분석할 수 있죠. 그동안 모은 자료로 회사 안에 작은 방 크기의 개인 도서관을 마련할 만큼 많은 참고 자료를 접하고 있어요.

한사의 디자이너로 일하며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이곳은 제겐 제 2의 집과 같아요. 오래 근무했지만 매일매일이 새롭죠. 한사에는 수직적 상하관계가 없어요. 위에서 결정하고 우리는 만들어내고, 그런 식이 아니에요.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모든 임직원과 생산 라인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심과 사랑을 담아 인형을 만들고 있어요. 저는 이 분위기와 환경을 정말 사랑해요. 한사에서 일하면서 비로소 내 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이제 이 일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제 2의 나 자신이 되어가고 있고요. 은퇴할 때까지 즐겁게 인형을 만들 생각입니다.

디자이너로서 한사가 어떤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나요?

우리가 만드는 인형은 예쁜 장난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사의 광고나 카탈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진짜 동물인가요 한사토이인가요? Is it real or is it Hansa?”라는 문구를 보셨나요? 저는 한사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용 재료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아이들이 여기 있는 동물들을 더 이상 실제로 볼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르죠. 이것이 한사가 왜 더욱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진짜 같은 인형을 만들고자 하는지 조금이나마 설명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Jungwon Kang

Repetto

Hansa Toys
Issue No. 26

Hansa To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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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과 가장 흡사한 동물 인형을 만드는 한사토이는 1972년부터 호주에서 교육용 완구 회사를 운영하던 한스 액슬렘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1994년 필리핀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섬세한 예술 감각과 표현력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온 한사토이는 현재 어린이용 장난감 이상의 쓰임새를 지닌 견고한 품질의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로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