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최태혁
사진
고윤지

Grant McCracken

그랜트 매크래컨
문화인류학자
Grant-McCracken

문화인류학자인 그랜트 매크래컨은 우리가 점점 더 소란스러운 문화 속에서 명확함을
찾으려 하고 있다며,  유튜브가 모든 것이라면  넷플릭스는 명확함을 준다고 말한다.

문화인류학자로서 일반 기업과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미국 문화를 연구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리서처와 전략가로서 여러 업체와 일하게 됐습니다. 1년의 절반은 문화인류학을 연구하고, 나머지 절반은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어요. 기업은 새롭게 생기거나 변화하는 현상을 알고 싶어 하지만, 문화는 늘 변화하기에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죠. 예컨대 과거에는 TV를 한마디로 규정 짓기 어렵지 않았는데, 지난 몇 년 사이에 TV라는 대상이 놀랍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과 기업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어요. 과거에는 이런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리 선명하지 않네요. 그러기에 저 같은 문화인류학자의 관점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최근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인상적인 변화는 어떤 게 있을까요?
넷플릭스에선 제게 넷플릭스 유저들이 말하는 ‘빈징 binging’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봐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빈징’은 음식을 먹을 때 통제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폭식하는 것을 표현할 때 사용하곤 하는데, 넷플릭스 시청자 역시 이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지는 조사가 필요했죠. 그 후로 넷플릭스 사용자들을 직접 만나 관찰하면서 기존과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은 ‘피스팅 feasting(연회, 잔치, 향연)’의 의미로 빈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죠. 기존 의미는 통제를 못 하는 상태에서 본인에게 좋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을 의미하지만, ‘피스팅’ 은 몸에 좋은 음식을 즐겁게 먹는다는 차이가 있어요. 우리가 말하는 새로운 시청 방식은 수준이 높은 TV를 본다는 뜻입니다. 넷플릭스 사용자는 지능적이고, 사려 깊으며, 몰두해서 시청합니다. 그것이 가장 큰 변화죠.

전반적으로 TV를 대하는 태도나 TV가 미치는 영향력도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세계적으로 토요일을 즐기는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드라마의 어떤 시리즈를 시청하느냐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다 보니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특정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같고, 특정 장면을 이야기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아내와 조카의 나이 차이가 40세 정도 나는데, <왕좌의 게임>에 관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 흥미롭습니다. 성별이나 연령과도 관계가 없죠. 멕시코시티에서 조사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우스 오브  카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다가 결국 주제가 멕시코 정치로 넘어가는 식이었습니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과 비슷한 멕시코 정치인에 대해서였죠. 대화를 하다 보면 언어가 달라도 공통 관심사를 통해 순간적으로 가까워지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 지칭하는 ‘링구아 프랑카 lingua franca(국제어, 공통어)’라는 말이 있는데, TV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죠. 과거의 TV는 일종의 ‘길티 시크릿 guilty secret’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어떤 토론을 하다 보면 결국 TV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대부분의 사람이 TV를 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결국 시인하고 맙니다. 모두가 시청하고 있다는 얘기죠. 고귀한 학자들은 자신이 TV를 본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어해요. 하지만 이제 그런 분위기가 사라져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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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등장을 문화인류학자로서 어떻게 평가하나요?
전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정말 좋아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들어 있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유튜브는 가공하지 않은 팝 컬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혀 큐레이팅하지 않은 채로요. 이와 달리 넷플릭스는 중요한 원자재를 재능 있는 아티스트가 가공해 세상에 다시 내놓은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내놓은 콘텐츠는 인터넷을 통해 순환되면서 팬픽을 기반으로 또 다른 시청자와 미래의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죠. 이제는 팝 컬처에서 ‘파퓰러 popular’ 라는 단어를 빼야 합니다. 팝 컬처를 ‘컬처’로 대변할 수 있어요. 더 이상 팝 컬처를 창피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죠. 하나의 문화로 세계 어디서든 통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컬처라고 하면 반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수준이 낮아진다는 우려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수준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일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넷플릭스는 정말 흥미로운 접근 방법을 시도한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사례를 말하면, 대부분의 회사는 기자를 홍보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기자들의 반감을 사기도 하죠. 하지만 넷플릭스는 기자들에게 현대 문화의 변화를 함께 토론하자고 제안했어요. 일방적으로 홍보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문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이 내용이 기자들에게도 필요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접근 방식이었죠. 기자들이 처음에는 회의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점차 그들이 일방적인 홍보를 하려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하려고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태도가 바뀌었죠.

넷플릭스를 어떤 회사라고 정의할 수 있나요?
‘글라스-보텀 보트 glass-bottom boat’라고 할까요? 보트인데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다고 생각해보죠. 수면 위는 혼돈스럽고 뒤엉켜 있지만, 보트 바닥을 보면 물속을 명확하고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점점 더 소란스러운 문화 속에서 명확함을 찾으려 하고 있어요. 유튜브가 모든 것이라면, 넷플릭스는 명확함을 준다고 볼 수 있죠.  특정 스토리에 집중해 자세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랜트 매크래컨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B>  '넷플릭스'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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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넷플릭스는 자사 로고가 새겨진 빨간 봉투에 DVD를 넣어 우편 배송하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해 미국 시장 내 영화와 드라마를 취급하는 가장 큰 온라인 상점으로 등극했고,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등 자체 제작물의 시즌 전체를 한 번에 공개하며 ‘몰아 보기’라는 TV 시청 형태를 제안해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로 불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