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은성
사진
이주연

Eunyoung Seo

서은영
베티컴퍼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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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서은영은 대부분의 뷰티 브랜드가 경쟁사 제품들과 섞여 서로 치고받는 느낌을 준다면, 이솝은 그곳에서 뚝 떨어져 나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운영하는 회사는 어떤 곳인가요?
기존에 운영해온 아장드베티가 스타일 컨설팅 위주였다면, 베티컴퍼니는 좀 더 영역을 확장한 형태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베티컴퍼니 안에 아장드베티라는 스타일팀이 있고, 잡지와 쇼핑몰을 접목한 형태의 베티 101팀, 안젤리쿠스라는 영화사가 속하는 거죠. 영화사는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이고 매거진 형식의 쇼핑몰도 한창 준비 중이에요. 예전부터 영화 의상 일을 너무나 하고 싶었는데,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를 만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럴 바엔 우리가 영화사 하나 만들자 했죠. 작년에 이미 단편영화를 한 편 만들었고요. ‘몰 매거진’이라는 프로젝트도 내가 진짜 원하는 걸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나 기준이 남다르겠어요.
〈서은영이 사랑하는 101가지〉란 책에선 좋아하는 브랜드들을 소개했는데요. 호기심이 왕성한 편이어서 뭐든 많이 사용하고, 많이 가보고, 많이 먹어보는 편이에요. 제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것들 위주로 소개했는데, 그냥 메모하듯 적어놓은 것이 모아보니 하나의 콘텐츠가 되더라고요. 당시 소개한 브랜드 중에는 생소한 것이 많았는데, 지금은 굉장히 유명해진 경우도 꽤 있어요. 향수 브랜드 조 말론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그 책을 읽은 독자분들이 “저도 조 말론 제품 샀어요”라며 피드백을 많이 주시더라고요. 단순히 제품이 좋아서라기보다 브랜드 철학이 명확하거나, 독자적 카테고리를 개척했다거나 하는 브랜드들을 선정했어요.

화장대 풍경이 궁금한데요.
작더라도 공간만 있으면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해요. 인생의 소소한 재미랄까요? 화장대도 그런 공간 중 하나죠. 욕실 세면대 위쪽에 선반장이 있는데 첫 번째 칸에 슈에무라나 이희 같은 블랙& 화이트 컬러 제품이 있다면 그 옆에 흑백사진과 조그만 에펠탑 같은 것을 놓아요. 지중해 분위기의 제품 옆에는 내추럴한 나무 장식품 같은 것을 두고요. 매일 아침마다 조금씩 세팅을 바꾸기도 하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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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제품은 언제 처음 접했나요?
10여 년이 좀 넘은 것 같아요. 파리에서 처음 봤는데 일단 이솝이라는 브랜드명 자체도 신선했고 갈색 병 패키지는 실험실 같은 느낌이 났죠. 당시만 해도 이런 콘셉트의 브랜드가 없었거든요. 지금이야 약국이나 실험실을 콘셉트로 한 브랜드가 대중화된 편이지만, 그때만 해도 뷰티업계는 매스 브랜드 위주에, 클래식하고 화려한 브랜드가 주목받았으니까요. 이솝이 일종의 ‘이단아’ 같은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실험실을 콘셉트로 ‘소비자에게 전문적인 무언가를 보여주겠다’ 하면서도 언더그라운드적 브랜드 문화를 지니고 있었죠.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어떤 제품을 구매했나요?
보디 케어 제품들이었어요. 사실 처음엔 인테리어 개념으로 구매했었어요. 이런 패키지의 화장품이 없기도 했고, 낡은 나무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만 해도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거든요. 생각해보면 그때가 한창 뉴발란스 운동화를 러닝화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고, 중성적 분위기의 벨기에 디자이너들이 주목받던 때였는데, 그런 흐름들이 전체적으로 함께 작용한 것 같아요.

이솝 제품은 유독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많이 보이는데요.
굉장히 훌륭한 마케팅이라 생각해요. 사실 기능적으로만 파고들어간 브랜드들이 최근 하향세를 보이고 있기도 한데, 결국은 제품 퀄리티가 나빠서가 아니라 마케팅 문제거든요. 이솝이 스마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제품을 판다기보다 문화를 팔고 있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제품 라인이 방대하지도 않고 새로운 제품을 많이 출시하지도 않는데,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인 것 같아요. 문화 공간에 노출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다지는 거죠. ‘내 제품 좀 써주세요’라는 마케팅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어요. 자신들과 잘 맞는다고 느끼는 공간에 등장했을 때의 시너지랄까. 대부분의 뷰티 브랜드가 경쟁사 제품들과 섞여 서로 치고받는 느낌이라면, 이솝은 그곳에서 뚝 떨어져 나온 의외성이 보여요. 백화점 화장실에 놓인 이솝 제품을 보면 그 제품이 저에게 “나 여기 있어. 잊어버리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죠.

Hogeun Yoon

Joseph Joseph

Aesop
Issue No. 16

Aes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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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데니스 파피티스는 본인이 만족할 만한 헤어 케어 제품을 찾다가 1987년 직접 제작에 나섰습니다. 에이솝은 현재 통상적 마케팅과 브랜딩 방식을 거부하고 결벽스러울 정도의 독자적 취향과 색채로 브랜드를 구축해나가며, 브랜드 전쟁터와도 같은 화장품업계에서 확연히 구분되는 ‘에이솝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