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이반 페리콜리와 베투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파리에서 설립한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가구와 세라믹으로 시작해 향초와 인센스, 문구류, 출판물 들 다양한 범주의 독창성 있는 제품을 선보이면서 브랜드의 창조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시대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앤티크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매력적인 이야기다. 옛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조용한 흥분에 젖어드는 사람들이 운명과 우연의 조합으로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이루는 이야기. 영감에 따라 세라믹을 굽고, 노스텔지어를 되살리는 향수를 만들며, 잉크 냄새 절절한 책을 만드는 이야기.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마니아들은 변화 속도가 빠르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세상에서 한때 불교 수도승이던 장인이 보름에 걸쳐 만든 접시에 음식을 담고, 두 창립자의 추억인 서린 장소를 이름으로 삼은 인센스에 불을 붙이며, 시공간을 넘어선 어딘가로 영혼을 데려가는 매혹적인 휴식에 잠긴다. 이 모든 것이 혼합된 아스티에 드 발라트의 제품은 감각과 서정을 샘솟게 하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 1996년 프랑스 국제 리빙 박람회 메종 & 오브제 Maison & Object가 열리는 파리 북쪽 빌팽트 Villepinte 지역의 전시장에 18세기 프랑스 시골집에서 사용했을 법한 질박함과 섬세한 디테일을 갖춘 도자기 제품을 선보이는 부스가 등장했다. 유니크한 디자인을 찾아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에서 이반 페리콜리와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 두 명의 창립자 중 한 명의 성을 그대로 딴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생경한 존재였다. 그러나 몇몇은 아스티에 빌라트의 가능성을 단숨에 알아봤다. 그 가운데는 훅날 아스티에 빌라트와 컬레버레이션 라인을 전개하게 될 존 데리언도 있었다. 뉴욕에서 데쿠파주 아티스트로 활동하던 데리언은 자신의 숍에서 판매할 다른 아티스트의 첫 아이템으로 그들의 접시를 주문했다. 이반과 베누아는 1990년 대 초 파리의 에콜 데보자르에서 친구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설치 미술과 디지털 아트가 각광받기 시작하던 당시 분위기에서도 전통적인 구상 회화를 그리고 싶어했던 두 사람은 옛스럽다고 치부되던 미학적 열망을 공유하며 가까워졌다. 이반은 베누아의 형제 자매들과 함께 가구와 세라믹 브랜드 아스티에 드 빌라트를 설립하게 된다. 처음에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가구에 집중했다. 베누아의 아버지의 작업실에 있는 작은 가마로 가구를 장식하기 위해 세라믹을 빚기 전까지는 말이다.  당시 하얀색 에나멜을 얇게 입혀 거뭇한 테르누아의 컬러가 언뜻 비치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시그니처 스타일은 꽤 파격적이었다. 고객들은 베이지나 아이보리처럼 보다 부드러운 컬러를 이용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두 사람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했고, 이내 전 세계에서 주문이 날아들었다.

잊힌 것에서 얻는 예술적 영감과 창조의 힘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성공이 특별한 것은 용의주도한 마케팅과 계획이 아니라 두 사람이 지나온 삶의 궤적과 예술적 자산이 상호 침투해 빚어낸 자연스러운 결과이기 때문이다. 베누아는 이탈리아 문화 융성의 주역인 메디치 가문의 저택이던 빌라 메디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대 유물이 즐비한 도시에서 부모님이 수집한 앤티크 오브제와 예술가에 둘러싸여 자란 베누아에게 빌라 메디치는 중요한 아티스트와의 인연을 선사했다. 바로 조르주 Georges Jeanclos와 발튀스다. 장클로는 어두운 컬러의 점토로 실존적 고뇌에 사로잡힌 인간을 조각해 삶의 비의를 형상화하는 아티스트였다. 검은 흙은 테르누아를 물과 섞어 반죽한 점토로 거칠한 흙의 표면이 살아있으면서도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재료다. 이반과 베누아는 조각가 장클로의 수업에서 검은 흙을 발견하고 훗날 삶의 근원적인 영감을 세라믹으로 표현하게 된다. 유백색 유약이 겨우 덮여 테르누아의 거뭇한 컬러가 비치는 이스티에  드 빌라트의 세라믹은 그 수업에서 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발튀스는 수세기를 거치는 동안 디자인의 균일성을 잃은 빌라 메디치를 재건하는 작업을 하며 곳곳에 자신의 미학을 아로새겼다. 컨템퍼러리 아티스트지만 부분적으로 매우 중세적인 발튀스의 화풍과 메디치를 복원하며 두드러진 발튀스의 견고한 미감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 시그너처 스타일의 원형으로 작용했다. 훗날 두 사람은 발튀스가 빌라 메디치에서 사용한 램프를 복원해 판패하기도 하고, 그의 드로잉을 엮은 <미추>를 복원해 출간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년 시절 베누아가 경험한 특별한 시간과 관계는 아스티에 빌라트의 예술적 근간이 되어 브랜드의 모든 영역에 깊이 뿌리내렸다.

정성 들여 손으로 만든 것의 높은 가치에 근간을 둔 브랜드
사색적 휴식을 선사하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영적인 근간을 불교다. 아스티에 드빌라트의 장인 중 절반은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이 오간 차마고도의 중심지 캄 Kham 출신이다. 그들 대부분은 중국의 억압을 피해 파리로 이주한 사람들이고, 그 가운데에는 수도승이던 사람도 있다. 이반은 한때 티베트어를 배웠고 다그포 린포셰 Venerable Dagpo Rinpoche가 전하는 불교의 교리에 감응했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공방에서는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세라믹을 책임진다. 고대에 사용하던 몰딩 molding 방식과 스탬핑 stamping 기법으로 컵 하나를 완성하는 데 통상 2주가 소요된다. 이반과 베누아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일에도, 완전무결한 제품을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없다. 두 사람은 불완전함의 미학을 자아내는 모든 세라믹이 개별적 존재로서 우리 삶을 표상한다고 굳게 믿는다. 20여 년 동안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파리에 단 2개 숍을 오픈하면서 상업적 시장의 요구보다는 영감이 이끄는 대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여행을 상기시키는 낭만과 매혹을 담은 향
유한한 오브제로 시공간을 초월한 무한한 확장을 꿈구는 두 사람에게 '향'은 매혹적인 존재이다. 2008년 두 창립자는 조향 제품을 만들었다. 대표적 아이템은 향초와 인센스, 오드 콜로뉴다. 향초는 도시나 공간의 이름을 딴 20여 개 제품이 나와 있다. 암체어에 앉아 향기를 맡음으로써 빌라 메디치의 정원, 이름 모를 도시 등으로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들이다.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는 가벼운 오드콜로뉴 역시 향초와 테마를 공유한다. 인센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향 산지아와섬에서 고시 koh-shi라 부르는 향 장인과 함께 만든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지닌 낭만적 위력은 2015년 라이노타이프 프린팅 회사 에스아이제를 인수하면서 정점을 이룬다. 두 사람은 2000년부터 이곳에서 50년 경력의 장인과 함께 연간 다이어리, 주소록, 저널 같은 문구 제품을 만들어왔다. 황금빛 테두리를 더한 페이지, 손으로 그린 지도, 활판인쇄술을 환기하는 울퉁불퉁한 텍스처. 앤티크한 이들의 세라믹 제품처럼 출판물 역시 두 사람이 잊힌 세계의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힘쓴 결과다. 그 미지의 오브제 덕분에 우리는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적 풍경에 서정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Rapha

USM

Astier de Villatte
Issue No. 85

Astier de Villa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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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1996년 파리에서 이반 페리콜리와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가구와 세라믹으로 시작해 향초, 인센스, 문구류 등의 제품을 선보이며 브랜드만의 독창적 스타일을 창조해 왔습니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를 상징하는 화이트 세라믹은 숙련된 도자공이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 마치 예술품과도 같은 가치를 인정받는가 하면, 특정 도시나 지역에 대한 감성을 담은 향 제품 역시 후각으로 여행을 떠난 듯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상징적 제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더불어 파리의 유서 깊은 라이노타이프 인쇄소를 인수해 출판물을 제작하는 등 잊힌 과거를 재조명해 삶에 필요한 기능적이면서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