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이상혁
사진 제공
USM

Alexander Schärer

알렉산더 셰러
CEO,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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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M의 4대 CEO인 알렉산더 셰러는 어릴 때부터 할러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크로뮴도금 볼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성장했다. 그는 사실 가업을 잇기보다 비행기 조종사나 요트 선수처럼 하늘과 바다를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분명한 건 그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USM의 견고한 기술력을 지켜본 인물이라는 것이다. 당대 최고의 스위스 건축가인 프리츠 할러가 제작한 모듈 시스템에 둘러싸여 성장한 그에게 모듈성은 먼 미래를 위한 혁신에 필요한 기능이 아닌, 현재의 삶을 투영한 기능이다. 그의 아버지이자 3대 경영인인 파울 셰러가 기능주의 건축가와 함께 모듈 가구 시장을 개척했다면, 알렉산더 셰러는 위 세대가 일궈낸 헤리티지와 혁신을 보다 많은 이에게 알리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산업디자인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왔습니다. 요즘은 어떤 작업에 주력하나요?
 USM은 1885년부터 지금까지 뮌징겐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데요, 뮌징겐의 지형적 위치로 얻는 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도 왜 뮌징겐에서 USM을 시작했는지 잘 모릅니다.(웃음) USM은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분명한 건 자물쇠나 창호 시스템을 제작하던 시절에 뮌징겐은 금속가공업을 시작하기 좋은 지역이었다는 것이죠. 당시에는 모든 화물을 철도로만 운송했고, 뮌징겐 기차역은 독일과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3개의 핵심 역 중 하나였거든요. 현재는 뮌징겐의 지형적 위치 때문에 물류에서 얻는 이득은 없습니다. 화물 운송 방법은 다양해졌고,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특수성은 오히려 운송 비용을 증가시키니까요.

두 사람은 워낙 다양한 원천에서 영감을 받고, 디자인 제품 종류나 스타일의 스펙트럼도 굉장히 넓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부홀렉스러운’ 디자인을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디자인 측면에서 항상 변함없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구 디자인에도 그 기준을 적용하나요? 본사나 공장을 이전하지 않은 건 브랜드의 전통성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일까요?
USM은 뮌징겐에서 시작했고, 뮌징겐에서 브랜드의 혁신을 도모해왔습니다. 물론 아버지 파울 셰러가 경영에 참여하며 창소 회사에서 가구 회사로 업종을 변경했지만, 분명한 건 창호 시스템을 만들던 노하우를 토대로 할러 시스템을 완선했다는 점입니다. 저희가 가구 사업에 뛰어들 때 지금의 제조 공장과 수년간 듬속가공 일을 해온 엔지니어의 노하우가 없었다면 할러 시스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지도, 지금과 같은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저희가 뮌징겐을 떠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죠.

USM의 창립 정신을 지겹도록 듣고 또 언급해왔겠지만, 한 번 더 그 창립 정신을 말해준다면요?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일 때, 그 제품은 이미 완벽한 제품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고객이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제품의 성능을 완벽하게 테스트한 후 합격점을 받고 나면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죠. 저는 USM의 강점은 완벽을 위한 끝없는 정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제게 항상 "지름길은 없다"라고 충고했어요. 그 기억 때문인지 USM은 언제나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길을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지켜본 가구 디자인 트렌드는 어떻게 변했나요? 이미 성공한 기업을 물려받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위 세대의 정신을 올곧게 이어갈 뿐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니까요. 대표로서 USM의 새로운 비전은 무엇인가요?
전 세계에 거주하는 소비자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제가 회사에 입사할 때부터 USM은 이미 스위스 브랜드 중에서도 꽤 성공한 글로벌 브랜드였어요. 하지만 해외 소비자에게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뮌징겐에서 전개하는 서비스를 전달하고 싶었죠. 그래서 저는 전략적으로 튼튼한 국제 파트너쉽을 맺고 고객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엔지니어링, 수준 높은 제작 공정, 클래식 디자인 등의 제품성 향상이 아버지의 역할이었다면, 저는 좁게는 팀 내, 넓게는 국제 마켓의 파트너와 고객까지 아울러 사람과 사람의 연결관계를 더 생각하는, 진심을 담은 따듯한 손길(human touch)을 추가했습니다.

할러 시스템을 디자인한 건축가 프리츠 할러는 "단순함은 그저 하나의 단어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할러가 얘기하는 단순함은 창의성을 부여하는 조건처럼 들리는데요, 단순함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저희 제품을 빗대어 얘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제가 생각하는 단순함은 확실한 결과입니다. USM 제품같이 어떤 목적에 맞게 완벽하게 디자인했다면 그것을 단순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보잉 Boeing에서 개발한 대형 여객기 747의 형대테서도 단순함을 느끼곤 합니다. 처음 747을 탔을 때 비행기 조종석 아래 볼록하게 튀어나온 공간에 피아노가 놓여 있었거든요. 기장이 직접 나와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죠. 요즘 시대에 비행기를 디자인한다면 그 공간에 피아노가 아닌 좌석을 놓을 겁니다. 당시 747은 장시간 여행하는 승객의 불안과 불편함을 풀어주기 위해 피아노를 들여놓았습니다.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 그것이 바로 단순함이고, 단숨함이야말로 디자인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함을 디자인에 도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요?
USM에서 제품 디자인은 디자이너 혼자가 아닌 엔지니어와 견고한 협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를 위해 저희가 고수하는 회사의 원칙이 있는데, 바로 호환성입니다. 제품의 생산 시기를 떠나 모든 제품이 서로 상호 호환되어야 하는 것이 USM의 개발 원칙이죠.

그렇다면 할러 시스템은 어떤 가구인지 되묻겠습니다. 기능적으로는 분명 시스템 가구인데요, 그 카테고리의 정의 역시 모듈의 확장성만큼이나 변화하는 것 같거든요.
USM에서 제품 디자인은 디자이너 혼자가 아닌 엔지니어와 견고한 협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를 위해 저희가 고수하는 회사의 원칙이 있는데, 바로 호환성입니다. 제품의 생산 시기를 떠나 모든 제품이 서로 상호 호환되어야 하는 것이 USM의 개발 원칙이죠.할러 시스템은 확장성과 변화에 적응이 용이해 처음과 전혀 다른 용도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아기 기저귀를 보관하는 용도로 구매했다가,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가구인 책상이나 옷장으로 변경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죠. 기능만 생각하면 시스템 가구지만, 활용면에서 보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용도를 바꿀 수 있으니 저는 오히려 '삶의 가구'라고 정의합니다.

 

알렉산더 셰리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USM'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Ivan Pericoli

Sean Kim

USM
Issue No. 86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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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M은 1885년 울리히 셰러가 스위스 베른 주의 작은 마을 뮌징겐에서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처음에는 자물쇠와 경첩을 생산하는 금속가공 전문 회사였지만, 1961년 3대손 파울 셰러가 경영에 합류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모듈 가구 브랜드로 발돋움합니다. 1965년 파울 셰러가 기능주의 건축가인 프리츠 할러와 합작해 만든 모듈 가구인 USM 할러 시스템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기능주의 미학을 실천하며, 불변의 모던함을 선보이는 지속 가능성의 정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