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남미혜
사진
맹민화

Satoshi Wada

와다 사토시
SW Design 대표
Satoshi-Wada

발뮤다의 사외 디자인 디렉터인 와다 사토시는 물건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인격이 담긴다며, 테라오 겐 대표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의 겸허함이 발뮤다를 지금의 위치까지 이끌었다고 말한다.

닛산과 아우디를 거쳐 2010년에 SW 디자인을 설립했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요?
중심이 되는 분야는 역시 자동차입니다. ‘모빌리티’의 혁신이 도래한 오늘날, 이동 수단의 개념 또한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제가 태어났다고 느낄 정도예요.(웃음) 자동차를 잇는 차세대 이동 수단을 테마로 국내외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를 기업에 제안하기도 하고요. 발뮤다처럼 무한한 가능성이 엿보이는 벤처기업을 도와 디자인을 서포트하기도 합니다. 비행기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이동 기능을 갖춘 주거 공간의 제안, 우주산업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어요. 패션 브랜드와 함께 시계를 디자인하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안경 브랜드와도 함께 작업했죠. 그동안 자동차 디자이너면 자동차만, 실내 디자이너는 인테리어만, 하는 식으로 장르의 구분이 명확했지만 지금은 그 경계가 허물어져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장르를 구분하는 벽이 앞으로의 시대를 만들어나가는 데 큰 장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 자체가 중요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합니다.

최근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디자인 면에서 뛰어난 가전 제품이 다수 생산되고 있습니다. 츠타야 가전 등의 매장을 둘러보면서 느껴지는 가전업계의 변화 같은 것이 있을까요?
우선 츠타야 가전처럼 다양한 전시 방법을 시도하는 매장이 많아진 점은 매우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전 하면 백화점이나 양판점이 전부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은 하나같이 “저요! 저를 사세요!” 하고 큰 소리를 내며 손을 흔들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와 구분되는 조용하고 침착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시선이 머무는 제품이 별로 없어요. 최근의 자동차업계도 비슷하지만요.

자동차 또는 시계, 선풍기… 대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디자인이란 인생 그 자체라는 사실입니다. 만드는 사람의 기운을 물건에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바보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믿고 있습니다. 강한 신념은 언제나 확실한 효과를 보증한다는 사실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배웠고요.

발뮤다에서 처음 의뢰한 일은 어떤 것이었나요?
테라오 대표에게 사외 디렉터 역할을 의뢰받은 것이 벌써 6년 전이네요. 아우디에서 독립해 얼마 되지 않을 때였습니다. 초기 그린팬이 어느 정도 판매고를 기록했고, 그다음을 이어갈 제품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발뮤다라는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죠. 테라오 대표를 만난 후에야 앞으로의 비전과 가전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고요. 처음 들어온 의뢰는 그린팬의 리뉴얼 작업이었습니다. 발뮤다 내에서의 제 역할을 고민했어요. 단독으로 어떤 제품의 디렉팅을 맡는다기보다는 조금 더 밀착된 개념으로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작업하면 어떻겠냐고 역으로 제안했죠. 초기 2년 정도는 비공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린팬 S의 발표회를 통해 처음으로 제가 디자인 프로세스에 참여했음을 알렸어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비가 내리던 날 오모테산도에 마련한 넓은 발표회장이 취재진과 새로운 그린팬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죠. 발뮤다 팬이 지난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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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팬 S 리뉴얼 작업을 진행한 당시까지도 발뮤다는 아주 작은 팀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오피스가 지금의 위치로 이사하기 전까지는 키치조지에 있었는데 바로 맞은편에 생선 가게가 있었습니다. 그 비릿한 냄새까지 로큰롤이었어요.(웃음) 당시만 해도 테라오 대표를 포함한 사내 디자이너는 단 3명이었죠. 그들과 함께 제품 디자인은 물론, 제품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철학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발뮤다의 디자이너는 뛰어난 재량을 갖추었음에도 언제나 사외 디렉터인 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들만의 디자인 언어를 통해 디테일에 반영했습니다. 디자인을 디벨롭하는 과정은 인생과 닮았어요. 물건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인격이 담겨 있죠. 그런 면에서 보면 테라오 대표를 비롯한 디자이너들의 겸허함이 발뮤다를 지금의 위치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발뮤다는 집을 구성하는 각각의 공간을 차례로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해요. 제품 카테고리를 리빙에서 키친으로 넓혔고, 또 다른 곳으로 확장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발뮤다에서 발매한 제품 가운데 디자인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언젠가는 발뮤다가 만든 집이 출시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동차가 될 수도 있고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삶을 풍요롭게 만들 무언가를 제안하는 것이 발뮤다가 생각하는 미래의 방향입니다. 디자인 면에서 봤을 때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가습기인 ‘발뮤다 휴미디파이어’입니다. 이 제품을 기획하던 당시 디자인 팀원들과 함께 우에노에 있는 국립박물관을 찾았습니다. 고대에 만든 항아리를 보면서 100년 후에 이곳에 전시될 물건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어느 날 보니 테라오 대표의 책상 옆에도 비슷한 항아리가 하나 있더군요. 도예가인 그의 아버지가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이걸로 합시다!”라고 했죠. 물려받은 아버지의 작품을 재해석한다, 이보다 더 멋진 스토리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휴미디파이어의 유려한 곡선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처음 보았는데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실루엣.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기억’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보고, 만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죠. 마음이 움직여야 비로소 물건은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아름다움’으로 이어집니다.

긴밀한 외부 사람’으로서 발뮤다, 그리고 테라오 겐 대표의 행보를 지켜보았는데요. 어떤 것이 가장 크게 변화했고, 반대로 어떤 것이 변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변화한 것을 나열하는 데만 며칠은 걸릴 겁니다. 매일같이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가 큽니다. 발뮤다의 성장은 테라오라는 인물에게 달려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서포터로서 그와 함께하고 있고요. 저는 프로듀서로, 디자이너들은 밴드 멤버로 함께하고 있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겠네요. 밴드 중앙에 서서 노래를 하는 테라오가 믹 재거 Mick Jagger를 뛰어넘는 순간을 기대합니다.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6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마치 테라오라는 인물의 인생 극장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뮤지션의 감각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가는 유일무이한 그의 행보를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도움이 되는 위치에 있고 싶습니다.

Mr Porter

Moonkyu Choi

Balmuda
Issue No. 57

Balm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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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자 테라오 겐의 1인 기업으로 시작된 발뮤다는 프리미엄 선풍기인 그린팬의 히트와 함께 2011년 4월 ‘발뮤다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독보적인 기능과 절제된 디자인을 가진 가전 제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발뮤다 제품들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기분 좋은 체험을 재현하고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하며, 사용자가 누리는 일상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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