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이지은
사진
니콜라 르샤

Ronan & Erwan Bouroullec

로낭 & 에르완 부홀렉
부홀렉 스튜디오 Bouroullec Studio 창립자·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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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산업디자인 분야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겨온 부홀렉 디자이너 형제는 누구나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 제품의 본질을 파악하도록 돕는 디자인을 제시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 규정 지으며, 헤이는 많은 사람이 접근 가능한 훌륭한 가구를 선보이면서 그들만의 ‘모던 퀄리티’를 현대 가구의 표준으로 정립했다고 말한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산업디자인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왔습니다. 요즘은 어떤 작업에 주력하나요?

로낭(사진 왼쪽) 몇 년 전 프랑스 브르타뉴 Bretagne 지방의 렌 Rennes에서 도시 디자인 설치 작업을 했습니다. 그중 콘셉트 하나를 파리와 프랑스 다른 도시에 적용할 예정이에요. 그 외에도 기존에 일한 브랜드, 새로운 브랜드와 1년 내내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 관련 연구도 끊임없이 하죠. 최근에는 안경 디자인 작업도 하고 있어요. 같은 디자인이라도 착용하는 사람의 얼굴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특이하고 재미있는 작업이죠.
에르완(사진 오른쪽) 2019년 초에 선보일 새로운 TV를 디자인하고 있어요. 거의 막바지 작업 중입니다. 이전에 작업한 TV와는 또 다른 제품이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됐고, 결과물을 무척 기대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로낭과 저는 헤이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의 다음 컬렉션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두 사람은 워낙 다양한 원천에서 영감을 받고, 디자인 제품 종류나 스타일의 스펙트럼도 굉장히 넓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부홀렉스러운’ 디자인을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디자인 측면에서 항상 변함없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구 디자인에도 그 기준을 적용하나요?
로낭 매일 삶에서 쓰는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디자인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그 아름다움은 일상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거든요. 작은 오브제를 디자인하든, 가구를 만들든, 거대한 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든 이 기조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 아름다움의 존재감은 일상생활과 환경에 새로운 무드를 조성합니다.
에르완 저는 명확한 디자인 전략을 세우진 않습니다. 다만 세심한 디테일을 모아 커다란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저희 방식이라 설명할 수 있어요. 저희는 생활의 여러 부분에서 필요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창조해요. 그리고 이게 올바른 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어요. 부홀렉 스튜디오는 프로젝트 규모에 상관없이 디자인의 디테일, 물건을 제작하는 과정 등 매우 실질적이고 단순한 요소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에서 저희의 디자인 철학이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SNS가 확산되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이미지, 디자인이 빠르게 공유되면서 이른바 ‘디자인의 표준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평준화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듯해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로낭 제가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는 지금과 상황이 많이 달랐습니다.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만든 디자인을 알리려면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디자인 매체 기자에게 보여주고, 전시하고, 마침내 브랜드와 만나 제작하기까지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단계를 거쳐야 했죠. 저희가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 이미지도 한정적이었고요. 교수나 기자를 통해 한 번 거른 이미지와 지식을 습득했죠. 하지만 오늘과 같은 정보의 홍수 시대에는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신진 디자이너가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디자인 평준화는 아마 이러한 현실에서 발생한 부정적인 영향 중 하나겠죠. 반면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 보여줌으로써 스스로를 차별화할 역량이 있는 디자이너에게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어제까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순식간에 인기를 얻거나, 브랜드의 눈에 띄어 제품화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학생이던 시절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죠.
에르완 디자인의 평준화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SNS가 확산되면서 인스타그램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 같긴 합니다. 예를 들어 커다란 식탁보다는 작은 커피 테이블이 인스타그램 포스트에서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부각되죠. 인스타그램의 틀 안에서 몇 초 안에 이목을 끌지 못하는 제품은 좋은 디자인이 아닌 것으로 치부될 수 있고,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고 중요한 가치를 품고 있는 디자인도 간과하기 쉬우니까요. 그런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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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지켜본 가구 디자인 트렌드는 어떻게 변했나요?
에르완 비트라 Vitra, 플로스 Flos, 리네 로제 Ligne Roset, 마지스 Magis 등 저희가 함께 일하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1970년대 가구를 퀄리티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당시 사람들의 삶은 이혼도 별로 없고, 같은 집에서 오래 사는 등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었어요. 임스 라운지 체어 Eames Lounge Chair만 봐도 알 수 있죠. 몇 대를 물려주면서 쓸 수 있는 의자로,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과 이동이 훨씬 잦아졌고, 가구 역시 수명이 짧아졌습니다. 집 크기가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가구를 거기에 맞춰 바꿔야 하는 일이 발생하니까요. 특히 도시의 삶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가구의 스타일과 트렌드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점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비트라나 이케아 등 가구업계의 여러 브랜드가 저마다의 포지션을 확립해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소비되어왔습니다. 위상이나 브랜드 포지셔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언젠가부터 헤이 역시 비트라, 이케아와 함께 고려되고 언급되는 포지션을 획득한 것 같아요. 그게 가능했던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요?
로낭 헤이가 추구하는 바는 명료하고 확고합니다. 퀄리티 좋은 디자인을 적당한 가격대에 제공하는 거죠. 헤이가 등장하기 전에는 이러한 목적과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브랜드가 없었던 거 같아요. 디자인 시장 역시 새로운 것을 필요로 했고요. 과거와 현재 사이의 이 공백을 헤이라는 브랜드가 적절한 시기에 채워줬기 때문에 지금의 포지션을 확보했다고 생각합니다.
에르완 다른 브랜드에 비해 헤이는 훨씬 더 젊은 브랜드임에도 성장력이 굉장해요. 아주 힘찬 아기 같다고 할까요. 롤프 헤이의 디자인 이해력, 지식, 에너지, 그리고 메테 헤이가 헤이 스토어 및 액세서리 라인을 통해 표현하는 브랜드의 미학이 오늘날의 헤이를 만들었죠. 헤이 스토어를 통해 전달되는 에너지는 마치 트렌드를 이끄는 패션 브랜드의 에너지 같아요. 가구와 소품의 밸런스를 안정적으로 확립한 덕분에 시장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인 것 같고요.

앞서 말한 가구 디자인의 트렌드 변화와 데니시 디자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헤이라는 브랜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에 동의하나요?
에르완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동과 변화가 잦은 현대 라이프스타일과 그에 따른 가구업계 동향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인 브랜드가 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가구 브랜드와 비교하면 헤이의 가구는 조금 더 저렴하고 가볍습니다. 과거의 덴마크 가구는 견고한 나무로 만들어 단단하고 무겁죠. 이런 면에서 헤이의 가구는 훨씬 실용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품질이 나빠졌다는 말이 아닙니다. 헤이만의 모던한 퀄리티를 현대 가구의 새로운 표준으로 제시했다고 봅니다.

 

부홀렉 형제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헤이'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Ryusuke Moriai

Masayuki Hirota

Hay
Issue No. 72

H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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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롤프와 메테 헤이 부부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설립한 헤이는 가정용 소파와 오피스 가구부터 거울, 옷걸이, 유리컵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액세서리까지 폭넓게 선보이는 홈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덴마크의 전통적 미학과 현대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제품 철학을 바탕으로 신진 디자이너 및 브랜드와 다채로운 협업을 진행해 빠르게 영역을 넓혀왔으며, 디자인과 가격, 리테일 전략 등을 내세워 동시대에 걸맞은 데니시 스타일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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