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유희영
사진
맹민화

Rie Azuma, Hiroki Hasegawa

아즈마 리에, 하세가와 히로키
건축가, 아즈마환경건축연구소 대표 / 조경 디자이너, 스튜디오온사이트 대표
아즈마

아즈마 리에와 하세가와 히로키는 호시노 리조트가 전하고자 한 브랜드 철학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구현해온 중요한 파트너로, 호시노야 전 지점의 건축과 조경을 담당했다. 이들은 하드웨어를 통해 리조트 주변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아울러 게스트가 머물고 즐길 수 있는 영역을 넓히고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 사이에 중간 영역을 구획해 감정 교류와 정보 교환의 장을 만든 것이 호시노야가 지향하는 접객과 휴식 개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2002년부터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션을 담당하고 계신데요. 지금까지의 작업을 진행해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디에 있나요?
무인양품이란 단순한 제품을 넘어 하나의 사상입니다. “호화로움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간소(簡素)할 것”, “낭비를 없애면서 화려한 어떤 것보다 멋있게, 훌륭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다나카 잇코 Ikko Tanaka의 제안을 그대로 이어받아 아트 디렉션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이런 사상을 더욱 넓히기 위해 많은 언어를 사용해 설명하는 대신 무인양품을 만지고 경험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 사상에 눈을 뜨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합니다.

광고 작업을 통해 ‘집’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오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인가요?
2003년 지평선을 촬영한 포스터를 제작한 후에 직감적으로 원초적인 집을 촬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활의 기본은 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곧바로 세계 곳곳을 뒤져 태고적부터 변하지 않는 형태의 집이 현재에도 남아 있는 곳을 찾았고 모로코와 카메룬에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무인양품은 살아가기 위한 방법과 그 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그 ‘원점’을 시각적인 작업으로 완성하고 싶다는 충동이 있었지요. 무인양품의 초기 40여 품목이 2003년 즈음에는 약 5000여 아이템으로 불어나 있었고, 그 정도로 많은 종류의 제품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생활의 형태’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무인양품의 아이템을 한자리에 모아 집을 만든다는 의미의 단순한 요약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집을 자신이 편집하고 구상할 수 있는, 뛰어난 생활 리터러시(Literacy: 문자해독능력)를 가진 사람들을 무인양품을 통해 응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무인양품의 제품을 통해 ‘생활 OS’와도 같은, 생활을 성립하게 하는 배경이 되어줄 시스템 또는 사상이나 미학과도 같은 것들에 대해 조금씩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쿄 유라쿠초나 중국 상하이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정도의 대규모 점포를 둘러보다 보면 제품 하나하나가 아니라 생활 전체를 응원할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힘을 느낍니다.

이어서 2007년에는 ‘집을 이야기하자’는 카피가 들어간 광고를 발표했는데요.
시기상으로 보면 일본에서 ‘마이 홈’의 개념이 새로 지은 집을 구입하는 것에서 중고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는 형태로 변화하기 직전이었어요. “집을 이야기하자(家の話をしよう)”라는 카피와 함께 바닥, 벽, 천장이 모두 벗겨져 있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소비자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집만들기를 시작해보지 않겠어요?” 하고 부드럽지만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을 통해 제안한 것이었지요. 이 광고가 나오고 10년이 지난 지금, 무인양품은 구체적인 형태의 집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인필 제로 Infill 0’라는 이름으로 중고 건물의 바닥과 벽, 천장을 정비해 ‘0(제로)’ 상태로 돌려놓기 위한 서비스나 오래된 공단과 협업해 단지 전체를 리노베이션하는 등 집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에서 집이라고 하면 완벽하게 완성된 집을 구입하는 게 전부였고 라이프스타일이 전혀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같은 형태의 집에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개개인의 기호에 따라 주거 형태를 바꿀 수 있고 그런 삶의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 진정한 즐거움이 있기도 합니다.

아즈마2

‘하우스 비전’이라는 기획을 시작한 시기와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트 디렉션을 맡아 오면서 무인양품이 식물을 비롯해 조명기구, 솔라시스템이나 욕조, 침대 등 집에 관한 모든 것을 한 번에 살 수 있는 숍이 된다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삶 전체를 망라할 수 있는 상품군이나 주택 판매 사업도 시작한 무인양품의 미래에 대해 여러 가지를 머릿속에 그려왔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하우스 비전 House Vision’의 구상이 떠올랐고요. 실현하기까지 2년이 걸렸으며, 2013년에 첫 번째 그리고 3년 후인 2016년에 두 번째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집을 미래 구상의 플랫폼으로 보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50대, 60대, 70대의 사람들도 포용할 수 있는 마켓이 가능하고 집이란 미래 산업에서 오셀로의 코너스톤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 집의 가능성을 다원적으로 생각해가기 위해 무인양품만으로는 부족해 자동차나 위생기기, 하이테크 가전 업체, 유통산업과 공유경제 관련 기업까지 산업의 다음 무대를 이끌어갈 업체들이 하우스 비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두 차례 열린 하우스 비전 전람회에 무인양품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건축가 반 시게루 Shigeru Ban와 함께 ‘가구의 집’을, 올해는 건축사무소 아틀리에 완과 ‘타나다 오피스’를 제안했는데요. 무인양품이 하우스 비전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하우스 비전은 무인양품과는 전혀 별개의 기획이지만 무인양품의 7000천여 가지가 넘는 아이템을 보면서 그다음 단계에 대해 고민하던 과정에서 구상이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전람회 등을 통한 기획 내용을 구체화해가는 과정에서 물론 다른 어떤 업체들보다 먼저 무인양품에 참여해주기를 요청했습니다.

‘가구의 집’은 무인양품이 전개해 온 무지 하우스 시리즈(나무의 집, 창의 집, 세로의 집)의 다음 버전으로 생각해도 될까요? 무인양품의 하우스 비전 참가가 사내의 주택 개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건축가 반 시게루와 함께 진행한 ‘가구의 집’은 천장을 지탱하는 구조체가 벽이나 기둥 대신 모두 가구로 이루어진, ‘낭비가 전혀 없는 구조’를 콘셉트로 개발한 것입니다. 무인양품에서는 제품들이 모두 연계될 수 있도록 ‘모듈’이라는 체계가 자리잡혀 있는데 그 모듈과 낭비가 전혀 없는 구조라고 하는 콘셉트가 함께하는 순간 지금까지 없었던 간결한 형태의 주거 공간이 완성됩니다. ‘가구의 집’은 어디까지나 콘셉트를 전달하기 위한 퍼포먼스의 일환이었지만 무인양품의 가능성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가구의 집’은 무지 하우스 시리즈의 다음 버전을 위해 연구한 결과물인데, 일본의 주택에 관한 법률을 통과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아직 남아 있어 실현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듯합니다. 하우스 비전의 의의는 구체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구상과 콘셉트를 어떻게 집으로 구체화해가는가 하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실제 크기로 제작된 집은 건축가나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칩니다. 전시된 주택을 체험하고 집에 대한 의식이 자연스럽게 변화해가는 것이야말로 하우스 비전의 가장 큰 성과이지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상해 만들어가고 바꿔가는, 좋은 의미로 터프하고 생활의식이 높은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은 무인양품의 미래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무인양품이 전개하는 나무의 집, 창의 집, 세로의 집의 공통점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것이 지금 일본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인양품의 집은 ‘살기 편한 집’이 아니라 ‘삶을 자주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용기를 부여하는 집’입니다. 나무의 집, 창의 집, 세로의 집을 구입한 고객을 만나 취재하는 “집을 만나러(家に会いに)”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그 내용을 보면 무인양품의 집을 구입한 사람은 자신의 생활에 주체성을 가지고 삶의 공간을 설비해가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무인양품의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와 무인양품의 집을 소비하는 유저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차이는 없지만 집까지 무인양품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손으로 삶을 구축하고자 하는 각오가 되어 있는, 능동적인 사람입니다. 무인양품의 집은 살기 좋은 집이라기보다 살아가는 방법에 눈뜨게 하는 집이니까요.

 

아즈마 리에, 하세가와 히로키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호시노야'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Antony Joseph, Richard Joseph

Taekwon Cho

Hoshinoya
Issue No. 66

Hoshinoya

구매하기
일본의 럭셔리 리조트인 호시노야는 1904년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창립한 호시노 리조트의 플래그십 브랜드입니다. 가루이자와, 교토, 다케토미지마, 후지, 도쿄, 발리에서 총 6개 지점을 운영하는 호시노야는 가장 일본적인 서비스와 접객 철학의 집약체인 료칸을 현대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숙박업의 장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err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