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넷플릭스는 자사 로고가 새겨진 빨간 봉투에 DVD를 넣어 우편 배송하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10년 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해 미국 시장 내 영화와 드라마를 취급하는 가장 큰 온라인 상점으로 등극했고,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자체 제작물의 시즌 전체를 한 번에 공개하며 ‘몰아 보기’라는 TV 시청 형태를 제안해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로 불리고 있다.

DVD 대여업계에 뛰어들어 이룬 시스템의 최적화
넷플릭스라는 이름은 인터넷을 의미하는 ‘net’와 영화를 뜻하는 ‘flix’의 합성어다. 넷플릭스 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빨간 봉투는 이들 사업의 원형과도 같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오류를 수정하는 벤처 회사 퓨어소프트웨어 Pure Software 의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와 그의 동업자 마크 랜돌프 Marc Randolph는 회사를 매각한 후 다음 프로젝트를 구상하다 DVD 대여 사업을 떠올렸다. 정해진 금액을 내면 기간 제한 없이 우편으로 DVD를 대여하고 반납하는 서비스. 비디오 대여 체인이 활황이던 1997년 그들은 틈새시장에 뛰어들었다. 첫 넉 달 동안 DVD 2만 장을 배송했고, 월 매출은 10만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일렀다. 그들에겐 수익 구조 개선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었다. 그들은 돌파구를 찾을 때까지 개선 작업을 거듭했다. DVD의 개당 유통 비용을 낮추기 위해 물류 센터 위치를 수정하는가 하면 우체국과도 긴밀히 협력했다. 그 과정에서 익일 배송 시스템도 안정화했다. 값싸고 빠르고 안전하게. 그들은 스타트업이 지닌 태생적 불안정성을 시스템의 최적화로 극복해냈다.

개인과 브랜드 간 관계를 형성한 수학적 알고리듬
그들이 유통과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었던 것은 고도의 수학 덕분이었다. 그는 비즈니스적 문제가 있을 때마다 수학적 사고로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의 수학적 사고는 알고리듬에서 빛을 발했다. 넷플릭스는 알고리듬을 통해 신작 구매와 재고에 따르는 비용을 줄였다. 이는 ‘시네매치 Cinematch’라는 이름을 달고 매시간 전체 재고 현황을 분석, 이를 감안해 개개인에게 최적화한 영화를 추천하도록 했다. 넷플릭스가 보유한 DVD에 구독자들의 관심을 고루 분산하도록 만든 전략인 셈이다. 이러한 전략은 별점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같은 영화에 비슷한 별점을 준 구독자 그룹을 묶고, 그룹 내 누군가가 높은 평점을 준 영화를 다른 구독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최인접 알고리듬’으로 불리며 장르나 배우, 감독 같은 공통 속성으로 비슷한 영화를 찾아주던 애초의 방식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기존 TV 네트워크의 지형도를 바꾼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개척자의 모양새를 드러낸 건 2007년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다. 이는 상거래 수단으로만 사용하던 인터넷을 TV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작업이었다. 1997년 넷플릭스 창업 당시에도 스트리밍 기술은 존재했다. 다만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야 했기에 스트리밍 기술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001년이 되어서야 그들은 넷플릭스라는 브랜드 가치를 증명하고자 10년 안에 온라인 스트리밍이 상용화될 것임을 언론에 알렸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자마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구독자 수는 750만 명에서 12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전매특허인 추천 알고리듬 역시 늘어가는 구독자 수만큼 진화를 거듭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시청 행위를 통해 영화에 대한 평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됐다. 단순한 취향을 넘어 구독자가 어떤 요일에 어떤 스타일의 작품을 보는지, 얼마큼 빠른 속도로 작품을 시청하는지를 데이터로 축적하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는 알고리듬을 통해 신작 구매와 재고에 따르는 비용을 줄였다. DVD 대여가 특정 작품, 특히 신작이나 인기작에 몰리지 않도록 사각지대에 있는 작품을 무대 위로 끌어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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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확보의 돌파구가 된 TV 시리즈
스트리밍 서비스 초반 넷플릭스 콘텐츠의 80% 이상은 영화였다. 콘텐츠 확보는 그들에게 중요한 경쟁력이었다. 그들은 주요 영화·배급사들을 상대로 판권 구매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집중했다. 때마침 세계적 경제 불황이 미국을 집어삼키며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에 많은 소비자가 저렴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눈을 돌렸다. 게다가 2007년에 처음 등장한 아이폰의 인기와 함께 휴대용 전자 기기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새롭게 대두됐다. 넷플릭스 가입자 중 절반이 DVD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감상했다. 이러한 성장세를 발판으로 넷플릭스는 할리우드 영화사들과 판권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이들의 호의적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넷플릭스나 여타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며 케이블 구독을 중단하는, 이른바 코드커팅 현상이 일어나면서 TV 시청률 저하를 가속하는 주범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그들이 넷플릭스를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판권 비용을 인상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구독자가 좋아할 작품을 선별하는 대신 대량으로 타이틀을 구매하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신속하게 결단을 내렸고, 또 다른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TV 시리즈였다. 이러한 전략 역시 그들이 축적한 데이터에서 비롯했다. 헤이스팅스와 사란도스는 양질의 TV 시리즈를 발굴해 구독자와 연결하는 유통자(syndicator)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넷플릭스에 등장한 시리즈는 AMC가 제작한 <매드맨>. 그들은 2011년 <매드맨> 시즌 4의 전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사이트에 공개했고, 2012년엔 같은 방송사의 <브레이킹 배드>를 공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시청의 주권을 구독자에게 부여
2010년 말 스트리밍으로 전송되는 영화 열 편 중 여섯 편이 넷플릭스의 콘텐츠였고, 2011년 넷플릭스는 애플의 아이튠즈를 제치고 미국 시장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취급하는 가장 큰 온라인 상점으로 등극했다. 이대로라면 미래는 낙관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넷플릭스 내부에서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내용의 골자는 회사만의 자산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 첫 번째 작업은 스트리밍과 기존 우편 대여 산업을 분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2011년 9월, 넷플릭스의 모든 구독자에게 해당 공지가 발표됐고 내부의 예상과 달리 반발은 거셌다. 위기 속에서 그들은 새로운 구원투수를 세웠다. 바로 플랫폼이면서 콘텐츠 제작자가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넷플릭스는 끊임없는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어왔지만, 장기적으로 비즈니스를 이어갈 만한 ‘주무기’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콘텐츠야말로 그들의 자산이 될 수 있었다. 자산을 만든다는 것은 곧 스스로 통제권을 쥐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2013년 2월에 공개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는 여러 측면에서 기존 TV 시리즈, 그리고 시청 형태에 혁신을 가져왔다. 원칙적으로 TV 시리즈는 정해진 시간에 방송을 송출하고 사람들은 그 시간을 기다려 해당 에피소드를 시청했다. 이에 반해 넷플릭스는 시즌 전체를 한 번에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광고 또한 없앴다. 구독자들은 오직 자신의 속도에 맞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몰아 볼 수 있으며,  ‘빈지워칭’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대중문화의 화두로 자리했다. 넷플릭스는 성공의 여세를 몰아 2015년 4월까지 한 해 총 17개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였으며, 2016년 한 해에는 제작비로 5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넷플릭스는 글로벌 브랜드로 또 한 번의 진화를 이뤄가고 있다. 전 세계 구독자가 20개국 언어로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서비스와 콘텐츠를 현지화하는 데 그들이 가진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그들은 각 지역의 콘텐츠 제공자와 협력해 만든 콘텐츠가 곧 세계적 잠재력을 지닌 콘텐츠가 될 거라 믿는다. 그들은 영화에까지 이 기조를 확장해가고 있다. 영화는 드라마보다 수월하게 여러 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콘텐츠다.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옥자>엔 5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극장과 스트리밍으로 온·오프라인의 동시 개봉을 노린다. 많은 제작자와 영화감독, 배우들이 넷플릭스를 더 이상 블록버스터의 경쟁자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lément Vaché

Tim Raue

Netflix
Issue No. 49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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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넷플릭스는 자사 로고가 새겨진 빨간 봉투에 DVD를 넣어 우편 배송하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해 미국 시장 내 영화와 드라마를 취급하는 가장 큰 온라인 상점으로 등극했고,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등 자체 제작물의 시즌 전체를 한 번에 공개하며 ‘몰아 보기’라는 TV 시청 형태를 제안해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로 불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