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과 트루먼 커포티, 조니 뎁이 즐겨 쓴 안경으로 유명한 모스콧의 역사는 1915년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 시작한다. 미국의 경제 대공황 시절 단종된 과거의 안경을 복각하며 성장 기틀을 마련해 100년 넘게 역사를 이어 온 모스콧은 흰색 면 티셔츠, 청바지, 윙팁 구두와 같은 아메리칸 클래식의 기본 아이템이자 가장 상징적인 빈티지 아이웨어 브랜드로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와 스케이트보더를 사로잡은 모스콧 안경
조니 뎁부터 블론디 맥코이 Blondey McCoy까지. 언뜻 연관성 없는 두 이름 사이의 간극은 모스콧의 ‘지금’을 명확하게 함축한다. 레트로한 스타일링과 아이코닉한 수염, 그 위로 아주 익숙하게 안경을 더한 조니 뎁의 사진은, 아마도 지구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안경과 남자에 관한 레퍼런스일 것이다. 그가 안경을 쓰고 나올 때마다 그게 모스콧 렘토쉬인지 타르트 옵티컬의 아넬 Arnel 빈티지인지 가리는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지만, 모스콧 렘토쉬는 조니 뎁이 가장 사랑하는 형태의 안경이자, 그가 즐겨 쓴 모델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케이트보더 겸 아티스트인 블론디 맥코이는 최근 모스콧의 아이피쉬 Ipish를 즐겨 쓰기 시작했다. 안경을 사랑하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안경의 절대적 아이콘 조니 뎁, 그리고 오늘날 최고의 ‘힙스터’이자 가장 패셔너블한 스케이트보더인 블론디 맥코이. 그 둘의 눈앞에 모스콧이 걸쳐져 있었다는 사실은 익숙하면서 새롭고,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인 모스콧만의 절묘한 매력에 관한 강력한 설득적 근거가 된다.

대를 이어 일군 브랜드 가치
모스콧이 첫 번째 리테일 스토어를 연 것은 그로부터 16년 후인 1915년, 오차드 스트리트 근방의 리빙턴 스트리트 94번지였다. 하이만의 아들인 솔 모스콧이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모스콧의 매장은 다시 아버지가 목재 수레를 끌던 오차드 스트리트로 돌아왔다. 과거 그 자리는 아니지만, 간판에 그려진 유쾌한 안경과 눈동자 그림을 바라보고 있자면 동시대의 역사를 목격하는 감격과 오랜 시간 가치를 지켜온 신념에 경의를 느끼게 된다. 사실 그 모든 것을 구축한 힘은 아주 단순하고 명료하다. 모스콧에서 2018년 봄에 발행한 브랜드 소식지 ‹더 모스콧티어›는 3대(조엘, 하비, 잭 모스콧) 간의 대화를 통해 그 단순명료한 힘을 요약하기도 했다. 질문은 이러했다. “2세대 경영자이자 아버지인 솔 모스콧이 당신에게 알려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조엘은 대답했다. “아버지는 제가 무슨 일을 하든 손님을 공정하게 대하고 양질의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하셨죠.” 그의 동생이자 함께 경영에 참여했던 대니 모스콧 Danny Moscot이 거들었다. “또한 고객이 찾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고 가르쳤어요. 수많은 브랜드를 두고 모스콧을 선택한 그들의 결정을 우리의 능력이라고 착각해선 안 되며, 항상 고객에게 그에 대해 감사를 표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조엘은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을 아들인 하비 모스콧이 사업에 참여했을 때라고 말했다. 심지어 하비는 공식적으로 훈련받은 검안의로서 모스콧에 입사했다. 가족 경영을 잇는다는 측면에서도 기쁜 일이었겠지만, 안의학과 안경 광학 서비스가 뗄 수 없이 긴밀해지며 사업적인 전환점을 만들었다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었다. 모스콧이 유행이나 경향에 흔들리지 않고 차곡차곡 가치를 쌓아 올릴 수 있는 건, 이토록 편협하리만큼 순수한 유전자가 모스콧 일가에 흐르고 있는 덕분이다.

모스콧이 안경의 전통을 지지하고 수호하는 것은 클래식 안경 마니아들은 물론, 낡은 디자인을 오히려 전혀 새로운 것으로 인지하는 이른바 ‘요즘 세대’의 힙스터들까지 아우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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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함과 위트의 공존으로 확립한 브랜드 이미지
아무리 품질이 빼어난 물건을 성실히 제공한다 해도, 아주 유명한 셀레브리티가 그 물건을 착용한 모습이 만천하에 널리 전파된다 해도, 좋은 ‘브랜딩’이 없으면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없다. 모스콧만의 브랜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고지식함과 위트의 공존’일 것이다. 고집스럽게 품질과 서비스를 고수하면서도 엉뚱하고 재치 있는 행동과 성향을 발휘하는 것으로 진중하고 통쾌한 모스콧만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매장 곳곳의 세부와 안경을 디스플레이하는 그들만의 방식에서도 그런 위트를 속속 발견할 수 있다. ‘모스콧 헤드’라고 불리는 안경을 걸쳐 놓은 독창적인 마네킹 헤드 역시 그중 하나다. 낡은 신문지를 덕지덕지 붙여 만들고 무신경하게 안경을 씌운 이 헤드는 모스콧을 상징하는 강력한 오브제가 되었다. 뉴욕 매장에서 사용하는 안경 트레이는 솔 모스콧이 1930년대부터 쓰기 시작한 것으로, 7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요즘엔 다들 플라스틱 트레이를 쓸 테지만 이 오래된 트레이를 고수하는 행위는 모스콧만의 독특한 재치에 표하는 경의와도 같다. 솔 모스콧이 노르웨이 출신 목수에게 의뢰해 만든 목재 서랍장, 모든 매장에 공통으로 쓰이는 미국산 주석으로 만든 천장 마감재, 그들만의 상징적인 의자와 조명 모두 하나같이 모스콧의 이미지를 각인하는 독창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고유의 가치를 반영한 제품 라인업
하지만 아이웨어 브랜드의 성패를 결론짓는 것은 결국 프레임이다. 모스콧의 성공 한가운데에는 렘토쉬가 잇다. 모스콧 렘토쉬는 모스콧이 추구하는 모든 것을 응집한 100%의 결론이다. 지금의 모스콧을 견인한 혁혁한 공신이자, 안경 역사에서 손꼽히는 프레임이 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수억만 개의 안경이 있지만, 모델명만으로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안경 프레임은 여전히 몇 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렘토쉬에만 관심이 쏠린다면 모스콧 일가의 열정이 꽤 무색해지는 일이 될 것이다. ‘오리지널스’, ‘스피릿’, ‘선’으로 구성된 제품 라인은 각각 모스콧 고유의 가치를 설명한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프레임을 완벽히 재현해 만드는 오리지널스는 렘토쉬를 필두로 한 모스콧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프레임을 꾸준히 선보인다. 과거 방식 그대로 만든 프레임과 유리로 만든 선글라스 렌즈는 전통을 고수하려는 모스콧의 의지를 담는다. 스피릿은 모스콧 오리지널스가 구현하는 클래식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만드는 새로운 라인이다. 부드럽고 편안한 곡선, 풀 보디 메탈 프레임과 같은 현대적 소재를 통한 새로운 시도 역시 스피릿이 만들 수 있는 유연함이다. 선은 그들의 정체성인 ‘펀 & 플레이풀’이 가장 과감하게 드러나는 라인이다. 화려하고 강력한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해 그야말로 재미있는 선글라스를 선보이는 것이 선의 목적이다. 지금 모스콧이라는 이름으로 내놓는 제품 중엔 예전 그대로인 것도, 전혀 새로운 것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모스콧스럽다’는 결론을 낼 수 있는 것은 모스콧이라는 브랜드의 조용하지만 강한 장악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만든다.

서울을 시작으로 확산된 글로벌 직영 매장
한국에 모스콧이 공식적으로 소개된 것은 2009년이지만, 이미 그전부터 모스콧 렘토쉬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프레임이었다. 걸출한 스타들이 착용한 사진을 보고 그 모델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또 따라 사는 어떤 ‘문화’를 이끈 것도 단연 렘토쉬였다. 이전까지 한국에서 좋은 안경은 곧 ‘유명한 패션 브랜드의 안경’이었는데, 모스콧 렘토쉬를 비롯한 상징적인 프레임이 그 패러다임을 뒤엎어버렸다. 여전히 패션 브랜드의 안경이 강세이긴 해도, 진짜 좋은 안경을 만드는 건 역사적인 안경 메이커들의 몫이라는 자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런 문화의 중심에 모스콧이 있었고, 급기야 2013년에 모스콧 역사상 첫 해외 매장인 ‘모스콧 서울’이 문을 열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렘토쉬의 역사와 위상은 여전히 갱신 중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모스콧은 도쿄, 런던, 로마에도 직영 매장을 열었다. 생경한 도시에 툭 떨어진 듯 놓인 노란 간판이 만드는 풍경을 보는 것 또한 모스콧 해외 직영 매장을 구경하는 재미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국, 홍콩, 대만, 유럽, 이스라엘,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모스콧이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나라의 명단은 모스콧이라는 기업의 규모를 쉬이 어림잡게 해준다.

Kengo Kuma

Le Labo

Moscot
Issue No. 64

Mosc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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