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찬용
사진
신규식

Masayuki Hirota

히로타 마사유키
Editor in Chief, 'Chronos'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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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전문지 '크로노스' 일본판 편집장인 히로타 마사유키는 카시오의 플라스틱 성형 기술과 선구적인 마케팅, 그리고 무엇보다 후발 주자 특유의 끈기가 지샥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정말 좋은 시계’란 어떤 시계인가요? 가격이 높은 고급 시계를 이야기하는 건가요?
‘어떤 포인트를 가지고 좋은 손목시계라고 생각할 것인가’라는 정의가 어려워요. 우선 손목에 차야 하니까, 직접 차봤을 때 불편하지 않은 시계가 좋은 시계입니다. 시간을 보기 쉬운 시계와 쉽게 고장 나지 않는 시계도 좋은 시계의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좋은 시계를 만날 수 있겠지만, 비싼 시계가 좋은 시계가 아니라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비싼 시계가 성립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한다’는 건 품질이 좋다는 의미이기도, 디자인이 질리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재판매 가치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래 쓸 수 있는 시계는 비싸지만, 오랫동안 쓰기 위해 비싼 시계를 사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변함없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시계 역시 좋은 시계의 조건 중 하나입니다.

고급 손목시계로 가장 유명한 나라는 스위스지만 일본에도 좋은 시계 회사가 많습니다. 스위스와 비교했을 때 일본의 손목 시계는 어떻습니까?
일본 시계는 스위스 시계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인건비입니다. 일본의 인건비는 스위스에 비하면 아직도 50% 정도입니다. 그래서 (노동 집약적인) 고급 시계일수록 가격이 알뜰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랜드 세이코 Grand Seiko의 케이스를 보면 면과 각이 모두 수준급입니다. 스위스에서 이런 시계를 만든다면 더 비싸질겁니다.그리고일본시계는잘고장 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손목시계는 두 종류뿐이에요. 고급 시계 혹은 실용 시계입니다. 고급 시계는 오랫동안 쓸 수 있고, 실용 시계는 튼튼하고 시간을 보기가 쉽습니다. 파텍 필립이나 아랑 에운트 죄네 A. Lange & Söhne 같은 시계가 고급 시계, 롤렉스나 그랜드 세이코 혹은 지샥 같은 시계가 실용 시계입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험한 환경이었고, 예전에는 고급 시계를 만들 정도로 풍요롭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본 시계는 잘 고장 나지 않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크로노스'에서 다루는 고급 시계들에 비하면 지샥은 완전히 다른 시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고급 시계를 다루는 잡지의 편집장 입장에서 봐도 지샥은 훌륭한 시계입니까?
예전의 지샥은 저렴한 플라스틱 시계였습니다. 지금도 어느 정도 그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형 가공 정확도가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300만 원 정도 하는 MR-G 같은 시계는 완성도가 아주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샥이 (시계 애호가의) 선택지로도 충분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같았으면 '크로노스'에서 지샥을 다루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품질과 디자인이 아주 좋아졌기 때문에 우리가 다룰 가치가 충분합니다. 가격 대비 아주 좋은시계라고 볼 수 있고요. 2000만~3000만 원대의 시계를 사던 독자들이 300만 원 정도 하는 MR-G를 사봤더니 좋더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5년 전쯤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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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의 역사라는 긴 흐름을 보았을 때 지샥은 ‘가장 중요한 손목시계 5’에 꼽을 수 있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잊고 있습니다만, 쿼츠 시계가 보급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동시에 같은 시간을 알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이나 황제라면 파텍 필립의 정교한 시계를 가졌겠지만 서민은 그럴 수 없었죠. 그런데 쿼츠의 가격이 내려가며 보통 사람들도 한 달에 15초 정도만 오차가 생기는 시계를 갖게 됐습니다. 쿼츠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평등한 시간을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쿼츠 쇼크’라고 말하지만, 저는 쿼츠 혁명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세이코의 쿼츠 시계인 1969년 작 아스트론 Astron도 후보에 넣을 수 있었겠지만, 세계에 미친 임팩트의 강도를 생각하면 역시 지샥입니다.

지샥의 임팩트라는 건 무엇입니까?
지샥은 쿼츠가 준 평등한 시간이라는 전제에서 ‘누구든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쿼츠가 가져다준 시간의 평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념입니다. 좀 과한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만, ‘지샥으로 인해 인류는 어떤 곳에서든 평등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봅니다. 쿼츠나 지샥이 등장하면서 보통사람들도 시간을 알 수 있게 된 겁니다.

시계 역사에서 지니는 의미와 별개로, 지샥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좋은 시계의 기초인 정확하고 저렴하고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부분에 더해 카시오의 플라스틱 성형 기술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카시오는 플라스틱 성형 기술 수준이 높아서 시계의 다양한 색과 형태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 비즈니스의 기본은 많은 사람들이 가져서 인지도가 생기는 동시에 내 것은 다르다는 개인화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카시오는 지샥으로 그 숙제를 구현했습니다. 브랜드를 만들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량이 필요하지만, 너무 많이 만들면 가치가 떨어집니다. 카시오는 플라스틱 기술이 있기 때문에 지샥을 다양하게 변주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지샥의 역사를 보면, 초반에는 판매가 잘 안 되다가 발매 10년 후쯤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은 후에 잘 된걸 알 수 있습니다. 초반 10년의 부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브랜드가 되는 물건이란 건 원래 처음에는잘 팔리지 않습니다. 로얄 오크도 처음 10년 동안은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소니 Sony의 워크맨도요. 처음에 외면받아도 상품을 정확히 지키면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 지속성이 필요합니다. 일본 기업 중엔 지속성이 없는 브랜드도 많은데 카시오는 지속성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주 큰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시계업계와 지샥의 미래를 예측한다면 어떨까요?
가격에 상관없이 장신구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시계는 기능적으로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일반 시계는 물론 스마트 워치도 배터리 문제 때문에 더 이상의 기능을 추가하지 못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차이점을 둘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장신구로의 완성도입니다. 애플 워치도 착용감과 완성도를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신구로서 우리를 인정해달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계는 앞으로 더 완성도가 높아지고, 착용감과 디자인 역시 더 발전할 거라고 봅니다. 지샥의 브랜드 가치 역시 앞으로 점점 향상될 거라 생각합니다. 10년 전에는 스트리트 패션이 이만큼 유행할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지샥 역시 지금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주목과 맞물린다고 봅니다.흐름 자체는 비슷할 거예요. 더 캐주얼하게, 더 스포티하게. 지샥은 스트리트 패션과 비슷한 면이 있으니 앞으로 브랜드 가치도 점점 더 높아질 겁니다.

 

히로타 마사유키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지샥'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Ronan & Erwan Bouroullec

Rolf & Mette Hay

G-Shock
Issue No. 77

G-Sh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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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샥은 1983년 모회사 카시오가 처음 선보인 손목시계 브랜드입니다. 값비싼 스위스 시계와 저렴한 기타 시계 사이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시계’라는 의외의 장점을 내세웠습니다. 충격을 보호하는 공학적 디자인이 1990년대의 유스 컬처와 맞물리며 지샥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합니다. 20세기 말엽의 젊은이들이 어른이 된 지금도 지샥은 도구로의 기능과 장신구로의 완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진화를 거듭해왔고, 열렬한 애호가들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지샥을 즐기며 지샥이라는 거대한 문화를 가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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