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최태혁
사진
황상준

Masaaki Kanai

카나이 마사아키
양품계획(良品計画) 회장 Chairman & Representative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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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료힌 게이카쿠에 합류한 카나이 마사아키는 2008년 회장에 취임했다. 무인양품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게 하고자 생활 잡화 상품 라인업을 강화함과 동시에 의류, 식품 영역의 비즈니스 또한 집중하고 있다. 사업 확장뿐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기분 좋은 생활’이라는 새로운 철학 아래, 친환경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인 삶을 위해 가능한 한 전기 사용을 줄이고 6시30분 이후에는 퇴근하는 등 솔선수범을 보이기도 한다.

회장에 취임한 후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무인양품의 바탕에 깔려 있는 사상에 대해 사원 모두가 깊이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희들은 대전략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는데, 무인양품은 ‘도움이 되는(役に立つ)’을 기업의 대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대전략을 바탕으로 서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발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한국도 힘든 상황인 걸로 아는데 그런 답답한 상황 안에서 기업으로서 그리고 나아가 한 인간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인양품은 생활용품을 넘어 집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자 이렇게 많은 상품군을 만들었으니 다음 단계는 집이 좋겠다’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무인양품은 ‘기분 좋은 생활(感し良いくらし)’을 지향합니다. 그런 기분 좋은 생활을 고민하다 보니 기분 좋은 사회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나아가 그런 사회를 만드는 기분 좋은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주택 사업도 그 일환이고요. 지금까지 일본에서 제공되어 온 주택에서 받은 느낌이 좋지 못했기에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기분 좋은 생활을 제공하고 싶었을 뿐이죠.

일본에는 세계적인 건축가나 개발사가 많은데도 그동안 주택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대량으로 최대한 싸게 상품을 공급하려는 기업이 아무래도 성장하게 되고, 점점 더 그런 기업들만 늘어나게 된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잔재주만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죠. 주거 공간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려다 보면 아무래도 획일적인 플랜이 됩니다. 4천, 5천만 엔 정도의 집을 산다고 하면 욕실은 이 정도 사이즈가 된다는 견적이 나오지요. 4천만 엔의 집에도 욕실만큼은 자쿠지를 설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고객이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아울러 일본의 주택 시장은 지은 지 25년 이후에는 책정 가격이 0엔이 되어버립니다.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토지뿐이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일본인들이 35년간의 대출로 집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25년이 지나면 가치가 사라지는 집을 35년간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구조 변경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긴 시간 그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였고,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하기로 한 것입니다. 아울러 소재 면에서도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토대로 지진에 강하고 에너지 낭비 또한 최소화하는 주거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기분이 좋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무인양품은 이전, ‘풍요로운 생활(豊かなくらし)’이라는 말과 ‘기분 좋은 생활’이라는 두 개의 캐치프레이즈를 같은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후 풍요로운 생활을 빼고, 기분 좋은 생활에 집중하게 되었죠. 지진을 겪고 난 뒤 전력이 부족하다 보니 사내 조명을 반 이상 차단하고 엘리베이터도 운행할 수 없었습니다. 사원 모두가 계단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다들 숨을 헐떡이면서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며 웃으면서 얘기하고 있었죠.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약간의 희생을 기분 좋게 실천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Masaaki-Kanai

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가격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무인양품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화장하지 않은 여성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무인양품이 생기던 당시 츠츠미 세이지는 ‘과연 모두가 화장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화장을 하고 싶지 않는 사람도 있겠죠. TV는 매일같이 연예인을 내세워 화장을 시키고 드레스를 입히고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방영합니다. 인간이란 본래 욕심이 많은 동물이라 그런 모습을 보면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말이죠. 소비 사회는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너무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자기답게, 자기만의 미의식을 가지고 살고 싶어도 그런 사회의 흐름에 휩쓸리기 십상일 겁니다. 그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무인양품입니다.

무인양품의 콘셉트를 흉내내는 여러 비즈니스가 늘고 있는데, 그들에게는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무인양품의 시작을 만든 사람들은 상업적인 결과를 바라던 게 아니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무인양품이죠.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무인양품을 보고 ‘저들과 비슷한 류의 비즈니스가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할지 모릅니다. 무인양품과는 사업을 시작하는 동기부터 다르지 않을까요. 저희는 직원들에게 중소기업에 머무르자고 말합니다. 기업의 크기를 키우거나 점포 수를 늘리는 일이 우리에게는 기쁜 일이 아닙니다. 무인양품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도움이 되는 것.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기업은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매출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하는 기업들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이죠.

일본 내에는 생활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생활 잡화 브랜드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들과의 결정적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사상이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의 사상을 상품이라는 형태로 완성하고 그것을 판매하는 곳은 무인양품이 유일합니다.

사상에 대한 강조만 가지고 비즈니스가 운영되지 않을 텐데요.
사상 말고는 없는데요.(웃음) 제대로 된 사상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무인양품 외에 어디를 예로 들 수 있을까요? 기업의 사상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을 사원 모두가 항상 염두에 두고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고, 고객이 보지 않는 곳에서 물류의 낭비를 없애고, IT를 이용해 더욱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이런 과정 전체가 기업의 업적이 됩니다. 무인양품을 기획·운영하는 양품계획이라는 이 기업 안에는 사상과 사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두 가지가 잘 맞물려 운용된다면 자연스럽게 이익도 생겨나는 법이죠.

 

카나이 마사아키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B>  '무지'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Devin Vermeulen

Ken Kusunoki

Muji
Issue No. 53

M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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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유통업체 세이유 산하 프로젝트로 기획된 무인양품(영문명: MUJI)은 ‘무인(無印: 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과 ‘양품(良品: 좋은 품질)’이라는 이름에 브랜드 철학을 담아 1980년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최초 40여 종을 선보인 이래 현재 7000여 품목을 취급하는 무인양품은 주택 사업으로 관심을 넓히는 등 브랜드가 생활의 미의식을 판매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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