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찬용
사진
신규식

Kikuo Ibe

이베 키쿠오
Advisory Engineer, Ca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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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샥을 발명한 카시오의 엔지니어인 이베 키쿠오는 ‘떨어뜨려도 고장이 나지 않는 시계'라는 한 줄짜리 기획서에서 시작된 지샥 신화의 아버지다. 그는 초기 10년간 지샥이 팔리지 않은 덕분에 지금의 성공이 가능했고, 여전히 시계를 통해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라고 말한다.

지샥 이전의 시계는 사람들이 귀하게 다루는 물건이었습니다. 떨어뜨리면 깨질 걸 아니까 사람들이 조심해서 다루고요. 그래서 지샥 이후로 손목시계라는 물건의 개념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샥 전에는 카시오에서도 얇은 손목시계를 만들었으니까요. 기존과 다른 시계를 만드는 데 사내 고참의 반대 같은 건 없었습니까?
상부에 제출한 기획서에 딱 한 줄을 적었어요. ‘떨어뜨려도 고장 나지 않는 시계’. 그걸로 개발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걸 통과시킨 임원들은 지금 아무도 없어서(웃음) 묻고 싶어도 물을 수가 없어요. 카시오에는 ‘이전에 없던 것을 내자’는 풍토가 있습니다. 그래서 쓸모없이 튼튼하기만 한 시계라 해도 이렇게 개발하라고 했던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반대도 없었을 거고요.

지샥은 ‘트리플 10’이라는 충격 흡수 3원칙으로 유명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지샥 기술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내충격 구조와 20기압 방수입니다. 충격 흡수 구조의 강도는 초대 모델도, 지금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충격 흡수 구조는 진화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강함’에 대한 관점은 최초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똑같을 겁니다.

지샥이 10년 정도는 잘 팔리지 않다가 잘 팔리게 된 계기를 혹시 기억하나요?
일본 발매 후 미국에서도 발매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샥을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치는 광고를 내보냈어요. 미국인은 그걸 보고 “카시오가 별로 튼튼하지 않은 시계로 과대 광고를 한다”고 해서, 당시 미국의 인기 방송에서 실제로 해보았습니다.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쳤는데 괜찮았어요. 큰 트럭으로 밟아도 오케이. 그런 것들이 미국의 인기 방송에 나오며 홍보가 됐어요. 그 결과 경찰이나 소방관처럼 실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젊은 스케이트보더가 지샥을 좋아했어요. 그 사람들은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시계가 깨지는 일이 많으니 실용적이면서도 패션적인 걸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일본은 1990년대에 들어서며 젊은이들의 패션이 스트리트 패션으로 변했어요. 패션 잡지나 수입 잡화점이 그때 일제히 ‘미국에서 유행하는 지샥’이라는 취급을 해주어서 일본에서도 좋게 평가해주었습니다. 지샥을 미국 시계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어요.

처음 지샥이 나온 35년 전에 비해 지샥의 어디를 어떻게 진화시켰습니까? 그렇게 진화시키면서도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까?
우선 그 시대의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솔라 패널, 각종 센서, 블루투스, GPS 등 신기능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디자인과 색깔도 진화했어요. 전에는 보라색이나 노란색은 생각할 수 없었지만 이제 그런 색도 가능합니다. 디자인 역시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고요. 동시에 ‘이 스타일은 언제나 지샥’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인식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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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지샥의 가장 큰 경쟁자는 무엇인가요? 타 손목시계 제조사인가요? 혹은 손목시계가 아닌 다른 시간 계측기인가요?
몸에 착용하는 모든 것입니다. 특히 마음에 들어서 오랜 시간 동안 애착을 가지고 평생 사용하는 것. 청바지처럼요. 지샥은 부서지지 않는 시계니까 몸의 일부가 되어야 하고, 어딘가에 부딪쳐도 멀쩡해야겠죠. 그런 물건이 또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청바지나 구두랄까, 애착을 갖고 오래 쓰는 것들입니다. 오래 입은 청바지는 떨어져도 소중히 여기잖아요. 그런 의미의 물건이 되었으면 합니다. 단순히 시계가 아니라, 조금 해져도 몸의 일부 같은 느낌의 뭔가가 되길 바랍니다. 특별히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지샥을 이용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브랜드는 시각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니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을지도 몰라요. 지샥을 만든 엔지니어 입장에서 브랜딩을 뭐라고 생각하나요?
브랜딩은 팬 만들기입니다. 누군가가 고생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그게 전해집니다.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전해야 다른 사람을 공감시킬 수 있어요. 그건 상품뿐 아니라 마케팅과 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경험과 고생, 지금의 고유한 나를 만든 그 경험을 잘 전하지 않으면 팬이 되지 않습니다. 그 전달을 계속 반복하면 팬이 늘어날 수도 있겠죠. 혹시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고 해도 저는 (이 제품을 만든) ‘내가 가능하다면 당신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상품으로 전하려 했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라’라는 메시지가 있어요. ‘나처럼 쓸모없는 사람도 이런 달성을 했다면 당신 역시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게 저의 궁극적인 메시지입니다. 지샥의 팬이 된다는 건 그 메시지를 받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합리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생활해보면 알 거예요.(웃음)

지샥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처음 지샥을 개발했을 때 코어 타깃은 도로 공사를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당시에 착암기 등을 사용할 때 시계를 차고 있으면 시계가 망가졌어요. 그래서 시계를 차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불편을 해결하고 싶었지요. 그게 모든 개발의 원점이었고, 지구의 가혹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지샥을 필요로 할 거라 생각합니다.

도로 공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생각하며 만든 시계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퍼졌군요. 10년쯤 지나고 나서야 인기가 생기기 시작했고요. 본인이 꼽는 지샥의 분기점이 있습니까?
지샥의 팬이 된 젊은이들이 시간이 지났을 때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노인이 되어도 찰 수 있는 지샥’ 개념으로, 전부 금속으로 된 MR-G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5년 전 지샥 발매 30주년을 맞았을 때 어떤 콘셉트 모델을 만들지 생각했어요. ‘튼튼한 시계의 최고는 지샥’이라 생각했고, 메탈 시계의 궁극을 생각했을 때 대답은 금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샥을 금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었어요. 금으로 된 지샥을 5년 전 바젤월드 Baselworld에서 처음 전시했습니다. 그러자 팔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습니다.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 만들어주세요”라는 문의가 많아서 발매 35주년 기념판 출시에 맞춰 완전한 금시계를 만들었습니다. 버튼부터 작은 부품까지 모두 금입니다.

 

이베 키쿠오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지샥'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Amanda Harlech

Tyler Brûlé

G-Shock
Issue No. 77

G-Sh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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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샥은 1983년 모회사 카시오가 처음 선보인 손목시계 브랜드입니다. 값비싼 스위스 시계와 저렴한 기타 시계 사이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시계’라는 의외의 장점을 내세웠습니다. 충격을 보호하는 공학적 디자인이 1990년대의 유스 컬처와 맞물리며 지샥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합니다. 20세기 말엽의 젊은이들이 어른이 된 지금도 지샥은 도구로의 기능과 장신구로의 완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진화를 거듭해왔고, 열렬한 애호가들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지샥을 즐기며 지샥이라는 거대한 문화를 가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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