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남미혜
사진
스테판 루이즈

Kengo Kuma

쿠마 켄고
건축가, 쿠마 켄고 건축도시설계사무소 대표
구마켄고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쿠마 켄고는 호텔과 료칸, 리조트를 아우르는 건축에서 내부의 형태뿐 아니라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점차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서로를 보충할 때 비로소 진정한 건축이 완성된다고 말한다.

온천 료칸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숙박 시설을 설계해왔습니다. 목적이 같은 건축이라고 해도, 일본의 료칸만이 지닌 색다른 접근 방식이 있나요? 서비스 측면의 사고방식 차이가 설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료칸을 호텔이나 다른 숙박 형태와 구분해 생각하지는 않아요. 료칸의 경우 건축물 내부도 중요하지만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최근에는 호텔에서도 이런 면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텔이나 료칸을 찾는 사람 모두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시퀀스가 주는 풍요로움을 기대하고 있어요. 숙박 시설을 설계할 때마다 염두에 두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크게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서로를 보충할 때 비로소 진정한 건축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이건 료칸뿐 아니라 어떤 숙박 시설에서든 마찬가지예요.

무수히 반복되는 선을 통해 공간감을 얻거나, 나무와 종이처럼 물에 약한 소재를 사용하는 등 ‘누구보다 일본적 건축가’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서양의 전형적인 조적식(組積式) 구조와는 다른 접근 방법 때문에 그렇게 비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그런 것이 ‘일본적’인 감각을 만들어내는 요소라고 정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나무나 종이는 아시아 전역, 특히 중국이나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사용해왔으니 일본 고유의 소재나 표현이라고는 볼 수 없겠죠. 오히려 일본적이다, 일본스럽다는 느낌은 따스함과 온화함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나무를 즐겨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나무는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해요. 집 안에서든 밖에서든 언제나 나무 냄새를 맡으며 자랐죠. 제가 어렸을 때 도쿄는 목조건축이 많은 따뜻한 느낌의 도시였어요. 그런 도시로 되돌리기 위한 방법을 생각했을 때 나무라는 소재는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저서를 통해 “20세기는 콘크리트에 짓눌려 대화는 딱딱해지고 사람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21세기는 나무의 세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세계는 정말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사람의 몸과 건축의 관계에서 소재가 어떤 작용을 할지 항상 고민합니다. 인간의 몸은 아주 섬세해요. 다시 말해 매우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런 섬세한 존재를 주눅 들게 하지 않는 소재를 사용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 같은 것이 그렇죠. 건물의 강도는 보장되지만 그만큼 인간에게는 버거운 존재일 수밖에 없어요. 딱딱하고, 거칠고, 몸에 닿으면 차갑죠. 소재를 연구하면 할수록 콘크리트는 애초에 인간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의 몸이란 상대하는 소재가 지나치게 무겁거나 딱딱할 경우 공포심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주변을 둘러보면 역시나 다시 나무로 돌아오게 됩니다. 질감, 가벼움 등 나무가 지닌 인간과의 친화력을 건축을 통해서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그동안 해온 작업의 큰 테마였는지도 모릅니다.

쿠마-2

구름과도 같은 건축이라는 말을 들으니, 그동안 설계한 온천 료칸 중 하나인 야마가타현의 후지야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2006년 리뉴얼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에도 시대부터 운영해온 노포 온천 료칸을 리뉴얼하기로 결정했을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나요?

공간에 머무는 사람에게 사계절의 변화를 어떻게 느끼게 하는가는 료칸 건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후지야를 지을 때 얇게 켠 대나무를 ‘스무시코(簾虫籠)’라고 하는 일본의 전통 공예 방식으로 엮은 거대한 반투명 스크린을 설치했습니다. 자연과 건축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자 한 시도였습니다. 리뉴얼 작업을 할 때는 ‘무엇을 남기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정말이지 오랜 시간을 들여 팀원을 비롯해 많은 사람과 논의를 거듭하죠. 후지야의 경우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가면서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얼마나 ‘중첩’해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사를 쌓아가는 것, 시간을 겹쳐가는 것, 공간을 포개는 것 모두 말입니다.

노천탕 ‘고고이노유’도 직접 디자인했는데, 2012년 9월 호시노 리조트가 이 료칸을 리뉴얼해 ‘카이 아타미’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리뉴얼 당시 대부분의 건축을 새롭게 바꿨지만, 온천 모습만은 그대로 남겨두었어요. 이 온천을 설계했을 때 어떤 부분에 핵심을 두었나요?

고고이노유와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직 호라이(蓬莱)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던 시절, 당시의 오카미상으로부터 그동안의 작업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며, 팬이라는 연락을 받았죠. 그 연락을 계기로 설계를 맡았습니다. 당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구조체, 건축이 최대한 주변 환경에
‘지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심 속 빼곡히 서 있는 빌딩군이나 주위 환경을 압도하는 20세기형 건축을 ‘이기는 건축’이라고 한다면, 제가 지향하는 건축은 약하고 부드러워서 외부로부터 다양한 힘을 받아들이는 ‘지는 건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고이노유(古々比の湯)는 온천에 몸을 담그면 건축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이즈산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아타미의 푸른 바다만을 온전히 느끼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바닥에 편백나무를 깔고 지붕은 투명 슬레이트로, 또 탈의실과 욕조 사이에는 최소한의 기둥만 세웠죠.

가루이자와, 교토, 후지, 다케토미지마, 도쿄와 발리까지 호시노야는 그동안 지금까지 없던 리조트 장르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16년 도쿄의 금융 중심지인 오테마치에 문을 연 호시노야 도쿄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압도적 시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호시노야의 제안과 시도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요?

상당히 높게 평가합니다. ‘신발을 벗는다’고 하는 료칸만의 습관과 체험을 그 정도의 스케일로 존재감 있게 완성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호시노 리조트가 호시노야 도쿄를 통해 제안한 ‘도심형 료칸’ 개념은 세계 호텔업계에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받아들일 만한 임팩트를 분명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나눈 소재에 관한 이야기에 덧붙여, 앞으로의 작업은 어떤 방향으로 해나갈지 궁금합니다.

섬유나 천이 지닌 가능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소재가 계속 나오고 있어 시도할 만한 부분이 많아요. 그동안의 건축에서 패브릭은 천막이나 장식으로 사용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제안이 가능해질 거라 예상합니다. ‘주니히토에(十二単, 헤이안 시대 여성이 입은 화려한 의상. 여름에는 다섯 겹, 겨울에는 최고 스무 겹까지 차려입었다고 전해진다)’라는 패션이 존재했던 것처럼 일본에는 두꺼운 한 겹 대신 얇은 섬유를 레이어드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건축과 패션은 어딘지 닮은 부분이 있어요. 제가 나무를 통해 자주 표현하는 ‘엮기’ 기법이 가장 순수한 형태로 진행되면 패브릭이 탄생하죠. 건축은 앞으로 더욱 의복과 닮아갈 거예요.

 

쿠마 켄고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호시노야'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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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 Harvey, Zack Moscot

Moscot

Hoshinoya
Issue No. 66

Hoshin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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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럭셔리 리조트인 호시노야는 1904년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창립한 호시노 리조트의 플래그십 브랜드입니다. 가루이자와, 교토, 다케토미지마, 후지, 도쿄, 발리에서 총 6개 지점을 운영하는 호시노야는 가장 일본적인 서비스와 접객 철학의 집약체인 료칸을 현대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숙박업의 장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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