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서재우
사진
황상준

Ken Kusunoki

쿠스노키 켄
히토쓰바시대학원 국제기업전략연구과 교수
Ken-Kusunoki

기업간의 경쟁전략을 연구하는 쿠스노키 켄은 무인양품이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탐구하는 브랜드라며, 특정 상품이 아닌 생활 전반의 미의식을 선보이는 데 집중한다고 말한다.

브랜드를 강조하는 시대에 브랜드를 강조하지 않는 무인양품은 어떤 경쟁 전략을 가지고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일반적인 세상에서 브랜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생각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고도성장기에는 소비자의 욕구가 증가합니다. 점점 필요한 게 많아지는 것이죠. 다들 경제 사정도 좋으므로 풍족한 삶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의 이런 행동이 원래 소비문화는 아닙니다. 화려한 것에 몰두하다 보니, 단정하고, 소박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의식을 잊어버린 것이죠. 결국 대다수 소비자는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채운다고 모든 게 행복한 것이 아님을 깨닫기 때문이죠. 그 순간 눈에 보이는 건 특별한 브랜드가 아닌 본질에 가까운 브랜드입니다.

주류 문화가 생기면 늘 그에 저항하는 문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그렇습니다. 트렌드가 지속해서 바뀌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지금 인기 있다고 해서 그 인기가 영원한 법은 없습니다. 물론 에르메스처럼 특정한 계층을 위해 존재하는 브랜드는 지속해서 사랑받겠지만,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브랜드는 정점에 올라간 다음 하향 곡선을 그리게 마련입니다. 곡선의 완만함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가령 시대적 흐름을 타고 등장한 브랜드의 경우는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지만, 쉽게 곤두박질칩니다. 하지만 랄프로렌처럼 아이코닉한 브랜드는 상승 곡선이 내려오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내려온다고 해도 곤두박질치는 법이 없지요. 무인양품은 버블경제 호황기에서 슬슬 지루함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 같은 것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가장 일본답게 만든 것이지요.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당시 많은 이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었을 텐데요. 무인양품과 비슷한 브랜드는 없었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무인양품과 비슷한 브랜드는 없습니다. ‘심플 simple’, ‘플레인 plain’, ‘엠프티 empty’로 정의하는 ‘쿨 재팬 cool Japan’ 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들은 무인양품 이후에 등장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그 또한 무인양품과는 다릅니다. 그 어느 브랜드도 무인양품처럼 실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하지 못합니다. 한 가지에 집중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선전하기 바쁘기 때문이지요.

무인양품 이후 등장한 일본 브랜드 중 하나의 브랜드를 대표로 꼽을 수 있을까요?
유니클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최소한으로 디자인한 옷에 기능을 담는 브랜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쿨 재팬 문화가 내포되어 있지요. 의류 회사이지만 옷을 기계 부품처럼 다룬다고 할까요? 이런 브랜드는 제품 하나만 입더라도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습니다. ‘히트텍’ 속옷이나 ‘울트라라이트다운’ 재킷을 입으면,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을 이해할 수 있지요. 한데 무인양품의 경우 하나의 제품으로는 그 브랜드 철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표 상품인 탁상용 전자시계를 볼까요? 예쁘지만 다른 브랜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매장을 한번 가보면 침대도 있고, 휴지통도 있습니다. 음식도 있고, 최근에는 책도 판매하죠. 이런 걸 쭉 보고 난 이후에야, 적어도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철학을 알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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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은 브랜드의 철학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소비자에게 직접 느끼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무실 가구를 주문하러 도쿄에 있는 허먼밀러 Herman Miller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했습니다. 둘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가구를 주문했지요. 원목 소재의 단정한 디자인의 휴지통도 눈에 들어왔어요. 허먼밀러니까 2만 엔 정도 하겠지 생각했습니다. 직원에게 문의하니, 허먼밀러 제품이 아닌 무인양품 제품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왜 허먼밀러 플래그십 스토어에 무인양품 휴지통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직원은 허먼밀러에서는 휴지통을 만들지 않는다고 답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사에서 만들지 않는 제품은 무인양품의 제품으로 채운다고 했습니다. 무인양품의 제품은 허먼밀러가 추구하는 미의식을 해치지 않고, 생활 안에서 자연스레 미의식을 뽐내기 때문이죠. 그런 점이 무인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 바닥에 놓인 휴지통을 들어올리며) 그래서 이 휴지통을 무인양품에서 샀습니다. 직접보니 어떤가요? 이걸로 됐다 싶은 감정이 들지 않나요? 이걸 보고 무인양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도 얼마 없습니다. 다만 이거 꽤 괜찮은데? 또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은 많습니다. 이게 무인양품이 지향하는 경쟁 전략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무인양품은 현재 일본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일까요?
무인양품의 영향력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활에서는 잘 안 보입니다. 그냥 무인양품이 만든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이죠. 그러니까 다른 브랜드의 경우 신제품이 나오면 화제가 됩니다. 새로운 소재와 기능, 디자인에 대한 얘기가 오가죠. 그런 제품들은 해마다 디자인과 제품 성능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무인양품은 신제품이 나와도 그렇게 화제가 되지 않습니다. 무인양품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을 다들 은연중에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죠. 비싸고 좋은 제품도 아주 많지만, 그 사이사이에 무인양품의 제품을 놓는 것. 그것으로도 충분한 브랜드라는 인식. 그게 무인양품의 영향력일까요?

결국, 무인양품이 지속해서 상품군을 확장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매번 똑같은 스타일로 인정받는 건 역시나 ‘무인양품답다’는 철학을 오랫동안 추구해왔기 때문이군요.
명확한 철학을 구체적으로 상품으로 개발해 철학이 깃든 매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것이지요.

 

쿠스노키 켄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B>  '무지'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Masaaki Ka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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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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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유통업체 세이유 산하 프로젝트로 기획된 무인양품(영문명: MUJI)은 ‘무인(無印: 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과 ‘양품(良品: 좋은 품질)’이라는 이름에 브랜드 철학을 담아 1980년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최초 40여 종을 선보인 이래 현재 7000여 품목을 취급하는 무인양품은 주택 사업으로 관심을 넓히는 등 브랜드가 생활의 미의식을 판매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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