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은성
사진
황상준

Gen Terao

테라오 겐
President
1

발뮤다를 숨 가쁘게 이끌어온 테라오 겐 대표와의 인터뷰는 취재 마지막 날 오전, 도쿄 외곽의 무사시노에 위치한 발뮤다 본사 3층 오피스에서 진행되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사무실에는 묘하게 긴장된 공기가 감돌았는데, 직설적이고 단호한 어조로 정돈된 생각을 펼쳐놓는 그에게서 그동안 있었던 치열한 고민의 흔적과 맹렬한 기세로 세포분열 중인 발뮤다의 현재를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취재를 준비하면서 지난 2015년 4월 닛케이디자인에서 출간한 경영서 <발뮤다: 기적의 디자인 경영>이 마침 한국에도 번역 소개되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발뮤다의 시작부터 출간 당시까지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책이 나온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는데, 그사이 발뮤다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제 생각을 포함해 대부분이, 거의 전부가 변화했습니다. 너무 많아 하나씩 열거하기 힘들 만큼요.

그 과정에서 가장 달라진 대표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아시다시피 이 회사는 저 혼자 만든 회사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70명이 넘는 조직으로 성장했죠. 규모를 키우면서 처음 그대로의 벤처 정신을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것은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정말 힘든 일입니다. 제대로 경계하지 않으면 벤처의 혼은 쉽게 사라져버리죠. 강한 열정을 유지한 채 정비된 조직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일은 저 또한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매일같이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어요. 물건만 잘 만들면 되던 것에서 지금은 제품을 둘러싼 모든 제반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것, 조직을 키워가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한 생각에 대해 조금 더 들려주세요.
일단 제품을 만드는 데서 디자인은 최우선 요소가 아닙니다. 목적은 좋은 체험을 고객에게 전하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체험이란 감각입니다. 예를 들어 TV를 통해 태풍 중계를 본다고 합시다. 화면으로 보고 듣는 것을 체험했다고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피부에 닿는 빗방울이나 강한 바람, 폭풍의 냄새를 직접 맡지 못했기 때문이죠. 즉, 체험이란 오감 모두를 사용해 우리 안에 들어오는 감각을 머릿속에서 정리한 총체적 결과입니다. 자신의 감각을 거친 후에야 ‘맥도날드 버거는 맛있다’가 “아까 맥도날드에서 먹은 버거 맛있었다” 하는 체험으로 완성되는 것이죠. 제품은 체험을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이자 매개입니다. 그 매개가 눈에 보이는 물건이므로 우선은 시선을 끌어야 합니다. 시각이란 아주 독특한 감각이에요. 멀리 떨어져 있으면 냄새는 맡을 수 없지만, 좋아하는 것은 몇백 미터 밖에서도 벌써 알아볼 수 있죠. 그 시각에 호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입니다. 좋은 디자인은 필요하고, 여전히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2000개가 넘는 시안을 뽑아냅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본질은 아니죠.

체계가 갖춰지고 어느 정도 안정되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한가요?
안정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겁니다.(웃음) 그리고 바라지도 않습니다. 불안정이 좋습니다. 일본어에 ‘楽’라는 단어가 있는데, 음독으로 하면 ‘라쿠 らく’가 되고 훈독으로는 ‘타노시이 楽しい’라고 읽습니다. 전자의 경우 ‘편안함, 쉬움’이라는 의미이고 후자는 ‘즐거움’을 의미해요. 그런데 저는 편안함과 즐거움이란 정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할 때 즐겁지 않고 즐거울 때 편안하지 않고요.

3

질풍노도의 10대를 보낸 후 록스타가 되기로 결심하고 음악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엔 기타와 제 목소리뿐이었다가 점점 멤버가 붙었고 10년쯤 음악 활동을 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하드 록에 랩을 하는 밴드 활동을 했는데, 이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합이 좋았죠. 그 밴드의 중요한 멤버가 그만두면서 해산할 수밖에 없었는데, 삶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은 허탈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꿈이 끝났어도 내 안의 열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요.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하는 어떤 일로 눈앞의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죠. 생각해보세요. 정말 기쁘지 않습니까? 내가 노래를 하든 무엇을 만들든 눈앞의 사람들이 즐거워해주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게 좋았어요.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때 제품과 디자인을 접했어요. 애플, 파타고니아 Patagonia, 버진 Virgin, 이 3개 기업을 봤을 때 마치 록 밴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기업은 우선 시장을 조사하고 분석합니다. 조사를 바탕으로 이곳의 틈새시장을 노리자 하는 계획을 세우죠. 하지만 마케팅 조사를 한 후에 곡을 만드는 록 밴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모든 밴드에는 그 멤버가 모여 연주할 때밖에 나오지 않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록의 소리죠.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 누구에게도 의뢰받은 적 없는 일. 애플, 파타고니아, 버진이 그런 식으로 일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걸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 말입니다. 음악의 꿈은 끝났으니, 이번엔 그들처럼 하드웨어와 브랜드를 사용해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발뮤다의 시작입니다.

한 회사의 대표로서가 아니라 개인 테라오 겐으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요?
글쎄요, 없습니다. 발뮤다라는 회사는 제 자신의 꿈이기도 합니다. 발뮤다와 제 인생을 굳이 구분할 수 없어요. 대부분의 밴드맨에게 그 밴드가 자신의 인생인 것처럼요.

전개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새로 떠오른 아이디어 품질을 어떻게 판단하나요?
직관과 감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발뮤다는 마케팅 조사를 하지 않고 개발을 진행합니다. 물론 사내에서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토론을 거듭하지만요. 왜냐하면 우리 자신도 고객이니까요. 그 감각을 믿으면 됩니다. 물론 저도 스스로 내린 결정을 확신하지 못할 때가 있죠. 항상 자신 있는 건 아닙니다. 자신을 가지고 세상에 내놓은 물건은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시작하면 걱정이 늘어날 뿐입니다. 자신의 감각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언급한 그동안의 수많은 경험이 로봇에 어떻게 반영될지, 잘 상상이 가지 않아요.
상상이 안 되죠? 하지만 기대해주세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물건을 만날 겁니다.(웃음)

 

테라오 겐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발뮤다'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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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자 테라오 겐의 1인 기업으로 시작된 발뮤다는 프리미엄 선풍기인 그린팬의 히트와 함께 2011년 4월 ‘발뮤다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독보적인 기능과 절제된 디자인을 가진 가전 제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발뮤다 제품들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기분 좋은 체험을 재현하고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하며, 사용자가 누리는 일상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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