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샥은 1981년 개발을 시작해 1983년 완성됐다. 인기를 얻는 데는 10년이 걸렸고, 그 이후에는 만든 사람들까지 놀랄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잠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지샥은 스스로의 본질을 현명하게 규정하며 시계 시장이라는 정글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키웠다.

1980년대의 세계와 지샥이라는 시계
일본의 어느 직장인은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바람에 차고 있던 시계를 떨어뜨렸다. 시계는 떨어지자마자 깨졌다. 카시오 엔지니어 이베 키쿠오의 시계였다. 이베는 샘플 모듈에 어느 정도 두께를 가진 고무를 붙여 떨어뜨리며 실험을 시작했다. 그때는 실험실도 없었으니 하무라 R&D 센터 3층에 있는 화장실 창문에서 바닥으로 샘플을 계속 떨어뜨리기만 했다. 지상 3층에서 떨어뜨려도 괜찮을 정도로 고무를 덧붙이자 샘플은 소프트볼만 한 크기로 부풀었다. 아직도 전시되는 지샥의 최초 프로토타입이다.
카시오의 기획 담당 마스다 유이치 Yuichi Masuda는 혼자 화장실을 오가던 이베에게 관심을 보인 유일한 사람이었다. 마스다와 이베는 디자이너 니카이도 타카시 Takashi Nikaido까지 영입해 ‘팀 터프’를 만들었다. 공원에서 아이가 갖고 놀던 공의 움직임을 보던 이베는 드디어 뭔가를 깨달았다. 시계 무브먼트를 공중에 띄운다면 충격을 전하기 어렵고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다. 이베는 그날의 깨달음으로 구조 설계를 완성했다. 다만 구조의 제약이 너무 많아 디자인을 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니카이도는 검정과 빨강을 기조로 한 사각형 손목시계를 만들었다. 품번 DW-5000C, 첫 지샥이 그렇게 출시됐다. 1983년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 시계 
지샥은 일본에서 10년 동안은 반응이 아예 없었다. 카시오 미국 판매 부서에 있던 현지의 영업 매니저만 이 특이한 시계에 관심을 보였다. 그의 흥미 덕에 지샥은 미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샥은 미국에서 태어난 시계입니다.” 마스다 유이치는 2019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샥은 미국에서 흥행해 일본으로 역수입됐다. 미국의 소방수나 경찰 등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샥을 찼고, 뒤이어 미 서부의 스케이트 보더들이 지샥을 좋아하기시작했다. 일본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크기가 미국 시장에서는 매력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지샥의) 두께와 내구성을 패셔너블한 걸로 받아들였습니다. 우리의 계획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왜 갑자기 사람들이 지샥을  좋아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마스다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거둔 성공은 인내의 달콤한 결과였다. 일본의 카시오 간부들도 믿지 못할 정도로 큰 성공이었다.

“이번에야말로.”, “된단 말인가···”. 1981년의 이베 키쿠오는 이 말을 반복하며 계속 계단을 오르내렸다. 사실 이베는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시계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기획서를 내기 전에 실험도 하지 않았다. 빈 종이에 한마디만 썼을 뿐이었다. 이베는 샘플 모듈에 어느 정도 두께를 가진 고무를 붙여 떨어뜨리며 실험을 시작했다. 그때는 실험실도 없었으니 하무라 R&D 센터 3층에 있는 화장실 창문에서 바닥으로 샘플을 계속 떨어뜨리기만 했다. 지상 3층에서 떨어뜨려도 괜찮을 정도로 고무를 덧붙이자 샘플은 소프트볼만 한 크기로 부풀었다. 아직도 전시되는 지샥의 최초 프로토타입이다.

패션의 꿀과 패션의 덫 
1997년은 지샥에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해였다. 첫 지샥이 출시된 1983년 이후 14년 만에 지샥은 역사적인 1000만개째의 지샥을 생산했다. 1990년, 약 1만 개에서 1995년에는 70만 개를 출하했으니 성공의 폭이 엄청났다. 동시에 1997년이 매출의 꼭짓점이었다. 그 다음 해부터 매출이 떨어졌다. 패션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지샥의 공학적 요소를 디자인으로 받아들였다. 지샥이 커진 이유는 10m 높이에서 떨어져도 멀쩡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그건 패션일 뿐이었다. 브랜드의 시각 이미지만 떼어서 다른 브랜드와 섞는 컬래버레이션의 유행을, 지샥은 1990년대 후반에 이미 겪었다. 수많은 컬래버레이션은 이제 안 팔리는 재고가 되었다. 지샥에는 또 한번의 변화가 필요했다.

도전과 응전의 반복 
카시오는 강인한 디지털 시계인 지샥을 만들었고, 시장에서 성공시켰는데, 그 지샥이 주춤한 걸 봤다. 지샥의 다음 도전은 아날로그였다. 이건 지샥에게 새로운 기술적 도전을 뜻하기도 했다. 카시오는 디지털 시계로 시계업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날로그 무브먼트 노하우가 부족했다. 지샥의 혹독한 내충격 실험을 견디면서 시곗바늘이 빠지지 않는 시계를 만드는 것부터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계라는 기성 시계에서의 완성도를 높여야 다른 분류의 손님에게도 다가갈 수 있었다.  지샥이 발전시킨 기술은 아날로그 시계에 관련된 것만이 아니었다. 지샥은 헬스클럽의 운동기구를 차례로 마스터하는 운동광처럼 시계와 자신들의 기본기를 강화했다. 소재는 우레탄에서 풀 메탈로, 풀 메탈에서 메탈과 플라스틱의 혼합 사용을 지나 이제는 티타늄과 카본까지 갔다. 시계의 본질인 정확한 시간 측정 기술도 계속 발전시켰다. 라디오 컨트롤과 GPS를 지나 블루투스 모듈을 적용했다. 일부 모델에는 각종 센서도 장착했다. 충격을 견디는 기술 역시 당연히 향상됐다. 그래서 더 많은 기능을 넣고도 크기를 억제할 수 있었다. 지샥은 그 노력을 쌓아 반등에 성공한 것을 넘어 자신의 영역을 더 확실히 지켰다. 지샥은 2010년 5000만 개째, 2017년에는 1억 개째 지샥을 출하했다.

본질의 본질
카시오의 보도 자료에서1997년의 위기를  ‘기본으로 돌아가서’ 극복했다고 했다. 지샥의 제품 구성을 보면 이들이 말하는 본질의 유연성을 알 수 있다. 우선 지샥의 본질은 ‘터프’로 대표되는 내충격성과 정확한 시계 기술이다. 지샥은 이 부분에서 한번도 타협하지 않았다. 변함없는 원칙은 그 자체로 브랜드에 새로운 숙제다. 물건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계속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계속 강인한 시계를 만드는 건 그 자체로 브랜드정체성의 일부가 되고, 비싼 가격을 합리화한다. 거기 더해 이제 구형이 된 최초의 지샥 디자인 역시 또다른 지샥의 본질이다. 최초의 지샥인 DW- 5000번대와 5600번대 지샥은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격상됐고, 이제 색만 바꾸어가며 매년 출시된다. 동시에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의 도화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완성된 설계에 소재는 저렴한 레진이니 여전히 가격도 낮게 유지할 수 있다. 1980년대와 똑같은 생김새는 브랜드의 홍보대사인 동시에 가장 저렴한 지샥이 되어 브랜드 입문자를 유혹한다. 강력한 콘셉트로 브랜드 이미지를 세운 후 그 이미지 안에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짜 넣는다. 아주 특수한 브랜드 전략이다. 같은 브랜드 안에 저가 제품과 고가 제품을 함께 늘어놓을 수 있는 브랜드는 세계적으로도 별로 없고, 시계에서는 하나도 없다.

2010년대의 세계와 지샥이라는 시계
2019년 2월 도쿄에서 지샥의 신제품 발표회가 미리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부를 18K 금으로 만든 35개 한정판 ‘퓨어 골드’ 지샥이 소개되었다. 이 지샥의 디자인은 다름 아닌 최초의 지샥인 DW-5000의 디자인과 같았다. 미국을 거쳐서야 일본에서 팔리기 시작한 그 시계가 몇 십 년이 지나 돌아온 것이었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었다. 순금 지샥은 지샥을 만든 이베와 마스다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다는 증거 같기도 하다. 마스다 유이치는 순금 지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금 지샥은) 이베 씨의 꿈이었어요. 난 그게 지샥의 철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가 해온 기술을 믿습니다. 그게 우리가 계속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Blue Bottle Coffee

Bryan Meehan

G-Shock
Issue No. 77

G-Sh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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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샥은 1983년 모회사 카시오가 처음 선보인 손목시계 브랜드입니다. 값비싼 스위스 시계와 저렴한 기타 시계 사이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시계’라는 의외의 장점을 내세웠습니다. 충격을 보호하는 공학적 디자인이 1990년대의 유스 컬처와 맞물리며 지샥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합니다. 20세기 말엽의 젊은이들이 어른이 된 지금도 지샥은 도구로의 기능과 장신구로의 완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진화를 거듭해왔고, 열렬한 애호가들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지샥을 즐기며 지샥이라는 거대한 문화를 가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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