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은성
사진
이은호

Fabrice Penot

파브리스 페노
Co-Founder of Le Labo
No

르 라보의 창립자로 여전히 브랜드에 창의적 영감을 불어넣는 파브리스 페노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순간에는 그저 감정과 본능에 집중한다며, 뭔가를 만들어내고 그 답은 나중에 생각하자는 것이 지금까지 르 라보의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2006년 공동 창립자 에디와 함께 르 라보라는 브랜드를 시작할 당시는 어땠나요?
사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3년 동안 매일, 주말에도 매장에 출근했죠. 기억을 되짚어보니 제품에 쓸 로션 펌프와 에센셜 오일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때 이웃집 와이파이를 몰래 끌어 쓴 게 생각나네요. 오픈 첫날에는 카드 단말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몰랐고, 고객 두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온 상황을 감당할 수 없어서 결국 그날 가게 문을 닫아야 했어요. 또 어떤 날은 전표를 마감하고 나서 400달러어치의 향수를 팔았다고 흥분해 에디에게 직접 전화를 건 기억도 납니다. 에디도 수화기 반대쪽에서 환호성을 질렀죠. 르 라보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다는 게 당시 저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 것 같아요.

당시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왜 창업이란 모험의 길을 선택했나요?
르 라보를 만들기 전 꽤 좋은 직장에 다니며 인정받고 있었지만, 그 성공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우연히 향수 제조를 정의한 웹사이트를 접했고, 향수를 만드는 것의 목적에 분명한 비전을 갖게 됐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의 체험이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 후 에디와 함께 본격적으로 향수 제조업에 뛰어들었고,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삶’이라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어떻게’와 ‘언제’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왜’라는 명분을 찾는 것은 중요한 만큼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그걸 찾았고 그때부터는 어떤 일에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었어요.

어떤 방법으로 르 라보라는 브랜드를 가꿔왔나요?
기존 향수업계의 말도 안 되는 마케팅에 너무 질렸기 때문에 최대한 그런 속임수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저널리스트를 상대로 추구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조차도 사기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매력이라는 것을 어필하려면 결국 모든 과정을 그럴듯해 보이도록 이야기하는 기술이 필요하니까요. 이전에도 어느 인터뷰에서 뮤지션 프랭크 자파 Frank Zappa의 말을 인용해 제 방식대로 바꿔 말한 적이 있는데, “‘향수’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건축을 춤의 양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ㅇ노류

브랜드를 만드는 입장에서 꾸미거나 표현하지 않는 것은 불안한 일이기도 해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진실하게 산다는 것은 연습이 필요한 일이죠. 하지만 진실만 말하면 모든 게 훨씬 간단해집니다. 따로 외워야 할 거짓말도 없고 정당화할 것도 없고요. 그냥 자신의 모습과 상태로 그대로면 됩니다. 바로 이게 르 라보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방식이에요. 샘 해리스 Sam Harris 가 쓴 <거짓말(Lying)>이라는 책을 보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삶을 단순화하고 사회를 개선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어요. 브랜드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진실을 말함으로써 얻을 수 잇는 이익이 거짓을 말함으로써 드는 장기적 비용보다 훨씬 큽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진실을 말하는 것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거라고 확신해요.

르 라보의 베스트셀링 향수 상탈 33이 성공을 거둔 것도 그런 방식에 가까운가요?
아마 고객의 마음에 들려고만 했다면 상탈 33같은 향수는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상탈은 향수를 즐겨 뿌리는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기보다 향수를 뿌리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어서 만든 것이에요. 항상 나이나 문화,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모두의 인간성을 자극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향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상탕 33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것을 보면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상탈 33이 샤넬 No.5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상탈의 운명이에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향수를 만드는 일도 어렵지만, 그런 향수를 고르는 일 또한 쉽지 않습니다. 르 라보를 찾는 고객이 자신에게 잘 맞는 향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르 라보의 중요한 역할일 것 같은데요.
뉴욕 놀리타에 매장을 처음 열 때에는 3년 동안 매일 가게에서 고객을 응대했는데, 그때는 교만하게도 ‘누가 뭘 뿌리면 좋겠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당사자에게 선택의 권한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조화로운 향의 향연을 느끼게 해주고, 그 제품을 사용할 개인에게 선택을 맡기는 거죠. 르 라보가 누군가의 퍼스널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마치 소개팅을 주선하면서 서로 호감을 느끼라고 강요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죠. 스스로 원하는 향수를 고르는 데 정말 자신 없는 사람에게 선택의 폭을 향수 세 가지 정도로 좁혀줄 수는 있지만요.(웃음)

앞으로 르 라보라는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격한 감정과 아드레날린의 증폭을 수시로 강요하는 환경에서 사람들으 조금이나마 여유롭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새롭게 선보인 보디 컬렉션 제품도 스마트폰이 없는 장소를 공략하자는 것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어요. 샤워하는 동안은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데, 그 순간을 르 라보의 향으로 업그레이드해 아름다움을 경험하도록 하고 싶었죠.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마다 르 라보의 향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파브리스 페노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르 라보' 이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ddie Roschi

Madeline Weeks

Le Labo
Issue No. 65

Le L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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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프랑스 출신의 두 창립자 에디 로시와 파브리스 페노가 뉴욕 놀리타에서 시작한 르 라보는 ‘실험실’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따온 이름처럼 조향사의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컬트 향수 브랜드입니다. 원재료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상탈 33’, ‘로즈 31’과 같이 독자적 매력을 지닌 향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매장에서 직접 향수를 블렌딩해 병입하는 과정을 진행하거나 제품 라벨에 제조 날짜와 장소, 고객의 이름이나 원하는 메시지를 적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향수를 둘러싼 경험에 주목해 고유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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