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유희영
사진 제공
르 라보

Eddie Roschi

에디 로시
Co-founder of Le L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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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라보의 공동 창립자 가운데 한 명인 에디 로시는 르 라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조향사의 역할을 감독과 촬영감독에 비유하며 마치 감독이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해가듯, 힘 있는 이야기를 토대로 함께 교감할 이들을 찾아내고 비전을 공유해 원하는 결과로 이끄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말한다.

파브리스 페노와 함께 르 라보를 창립한 것이 2005년이었습니다. 그때의 상황에 대해서 좀더 듣고 싶어요.
당시 그는 뉴욕에 살았고 저는 파리에 살며 뉴욕을  오가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두 도시를 수없이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었죠. 우리 둘 다 의미와 목적이 있는 일, 우리의 감성에 부합하는 일, 남들과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비전과 브랜드 스토리를 다듬어 구체적인 것으로 현실화하는 데 약 1년이 걸렸습니다. 온갖 사건의 조정과 재검토, 또 주변의 의견을 구하는 일의 무한 반복이었죠. 한창 일이 진행되는 와중에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선 걸 뒤늦게 깨닫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어떤 일이든 단순하고 매끄럽게 해내기란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한번 그 단순함의 경지에 다다르면 갑자기 깨달음처럼 모든 의미가 하나로 통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죠.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담긴 철학과 그 생각을 낳은 근본적 동기에 완전한 형태로 닿은 후에는 순식간에 모든 결정의 방향이 명확해집니다. 물론 그러기까지 수많은 실험과 고통의 시간이 필연적으로 수반되지만요.(웃음)

파트너가 있어 서로 성격적으로 보완되는 부분도 있었겠군요.
우리 둘은 성향이 확연히 달랐어요. 그래서 르 라보가 성장하는 내내 서로를 보완하면서 함께 성장했고, 한쪽이 어떤 의견을 내놓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강력한 신뢰도 자리 잡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돌아보면 파브리스는 창조적 직관력이 강한 사람이에요. 저는 실제적 실행과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에 더 능숙한 편이죠. 가끔은 의견이 다를 때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더 나은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르 라보는 저희 두 사람이 동시에 이끄는 하나의 마차입니다.

르 라보 제품에는 여성용, 남성용을 가르는 젠더의 구분이 없습니다. 향에서 성별 구분을 없앤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향수에 대한 커다란 오해가 한 가지 있습니다. 향수는 본래부터 유니섹스였습니다. 하이 레벨의 향수에는 애초에 성별 구분이 없었어요. 향수에 젠더 개념을 이식한 것 20세기 초반의 패션 산업입니다. 1920년대 샤넬 Chanel과 샤넬 No.5의 등장을 시작으로 여성을 위한 패션, 여성을 위한 향수라는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크리스챤 디올 Christian Dior은 남성을 위한 향수를 만들었죠. 당시 패션에는 명확한 젠더 구분이 있었던 만큼 컬렉션 성격에 맞춰 향수 또한 구분해 만들기 시작한 겁니다. 르 라보가 제품에 성별 구분을 두지 않는 것은 오히려 향수의 본질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정말 좋은 향기는 남성이 사용하든 여성이 사용하든 똑같이 훌륭하거든요. 그리고 문화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더 이상 남성이 샤넬 No.5를 뿌린다고 해서 편견을 갖는 시대가 아닙니다. 향수에 후천적으로 생겨난 젠더 구분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죠.

ㅇㄹㄴㅇㄹ

향수를 만드는 데 후각 외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상상력이죠!

하지만 르 라보는 각각의 향수가 어떤 상상력에서 나온 산물인지 이름이나 디자인을 통해 전혀 드러내지 않는데요. 로즈, 베르가못, 베티버처럼 심플하게 원료 이름을 말할 뿐입니다.
모든 향의 인상은 그것을 접하는 사람 안에 누적된 기억의 영향을 받아요. 각자가 살아온 삶의 모습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안겨주죠. 동일한 향수라 해도 모든 이가 같은 뉘앙스를 느끼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상탈 33 Santal 33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다른 누군가가 받는 인상은 제각각 완전히 달라요. 우리는 그 순수한 조우의 순간에 향 자체를 제외한 어떤 것도 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랍니다. 향수에 이름을 붙이면 그 향으 맡기도 전에 벌써 선입견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향수에 ‘미녀와 야수’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것은 그 향이 주는 다양한 인상을 특정한 틀 안에 가두게 됩니다. 원료명과 숫자로만 구성한 이름은 그런 영향을 최소화하죠. 당신이 향기를 맡았을 때, 그에 대해 가장 순수한 형태로 오직 당신만의 인상과 감상을 가질 수 있는 겁니다. 이런 방식은 조향실에서 실험 중인 샘플에 코드명을 붙여두는 데서 착안했어요. ‘실험실’이라는 우리 브랜드의 이름처럼 향에 대한 어떤 선입견도 없이 순수한 경험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향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일구고자 하는 이에게 조언해준다면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나요?
위대한 작까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의 말을 인용하죠. “이성적 인간은 자신을 세상에 맞춘다. 그러나 비이성적 인간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 분투한다. 결국 모든 진보는 이성을 거부하는 영혼으로부터 시작한다(The reasonable man adapts himself to the world: the unreasonable one persists in trying to adapt the world to himself. Therefore all progress depends on the unreasonable man).

그럼에도 비즈니스에는 이성적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 너무나 많을 겁니다.
방금 인용한 버나드 쇼의 말은 크리에이티브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일구려는 이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맥락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이 금진적인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고자 한다면, 그 아이디어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향수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를 필요로 하는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동일합니다. 반대로 당신이 시작부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적어요. 오히려 비상식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냉철한 질문과 판단으로 이끌어가야 비로소 성공에 가까워집니다. 반드시 비즈니스로서 성공해야 또 다른 아이디어를 시험할 기회도 찾아옵니다. 르 라보 역시 비즈니스를 냉철하게 이끌었기에 때로는 시장성이 작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향을 과감하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잇엇죠. 모든 비즈니스엔 항상 무한한 수의 결정 사항이 존재합니다. 최초의 아이디어를 지키기 위해서는 늘 수많은 결정 앞에서 냉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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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Yoo

Fabrice Penot

Le Labo
Issue No. 65

Le L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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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프랑스 출신의 두 창립자 에디 로시와 파브리스 페노가 뉴욕 놀리타에서 시작한 르 라보는 ‘실험실’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따온 이름처럼 조향사의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컬트 향수 브랜드입니다. 원재료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상탈 33’, ‘로즈 31’과 같이 독자적 매력을 지닌 향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매장에서 직접 향수를 블렌딩해 병입하는 과정을 진행하거나 제품 라벨에 제조 날짜와 장소, 고객의 이름이나 원하는 메시지를 적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향수를 둘러싼 경험에 주목해 고유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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