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태혁
사진
이주연

Doug Zell

더그 젤
Founder & Co-Chief Excutive Officer
더그

더그 젤 대표는 정당한 거래의 성립과 커피를 와인처럼 미식의 영역 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철학을 갖고 인텔리젠시아를 오늘의 반열에 올 려놓았다. 시카고 외곽의 한적한 골목에서도 자신의 1984 년형 토요타 랜드 크루저를 거칠게 몰 만큼 열정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커피 맛에 대한 차별성이 강점입니다.
피츠 커피(1966 년에 설립한 미국의 대표 커피 브랜드) 같은 업체의 경우 당시 서부에서 유행하던 다크 로스팅 기법을 쓰고 있었어요. 그러나 점차 스타벅스나 피츠가 사용한 로스팅 기법에 사람들의 반응이 시들해졌죠. 대신 좀 더 가볍게 로스팅함으로써 산지의 특성을 살리는 데 사람들은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다크 로스팅 기법은 사실 모든 커피의 맛을 비슷하게 만들거든요.

가볍게 로스팅하는 게 왜 중요한가요?
저희는 자체적으로 도입한 로스팅 기법으로 커피 원료가 가진 고유의 특성과 산지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풍부한 맛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커피는 쌀이나 옥수수 같은 기초 재화로 취급돼왔고, 딱히 미식의 영역으로는 여기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요즘 미식계의 화두는 식자재부터 산지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거예요. 한국에서 생산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식자재가 있다면 요리사는 그 재료 고유의 맛을 어떻게든살려내고 싶어 할 거예요. 그게 바로 저희가 하려는 것이죠.

재료의 상태 역시 매우 중요하겠네요?
21개국 커피 원두 생산자들과 직거래하는데, 계절성에도 초점을 두고 있죠. 현재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확인해보면 북반구에서 생산한 것만 구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크리스마스 무렵 북반구산 원두가 소진되면 남반구에서 수확한 걸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게, 커피 역시‘계절성’을 강조해 최상의 맛을 끌어내려 하는 것입니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무척 강조하는데, 이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업을 시작한 후 멕시코 오악사카로 첫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에요. 아마 2001 년 봄이었을 거예요. 그곳에서 부사장 제프와 맥주를 한잔했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커피 생산자와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죠. 당시 만난 협동조합은 유기농 영농 조합이었고, 조합원 수가 많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원두를 제공해 줄 여건이 됐습니다. 이런 농가들과 직접 연결해 협업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단순히 농장을 방문해 커피를 받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커피를 고를 수 있죠. 생산자부터 시작하는 공급망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 거래의 시세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했고요. 이러한 저희만의 거래 방식에 ‘다이렉트 트레이드’라고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이전엔 생산자가 수출업자에게 커피 원두를 넘기면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지 못했어요.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요. 저희가 커피 유통에서 이런 과정을 적용한 이후 이제는 많은 업체가 저희를 따라 생산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과정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어요.

흔히 공정 무역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다이렉트 트레이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공정 무역은 수출업자에게 가격을 보장해주는 겁니다. 생산자가 그 혜택을 받는 게 아니고요. 반면 직거래의 경우 생산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합니다. 공정 무역에 대해 제가 문제의식을 가진 것은 수출업체의 협동조합에 2달러를 지불한다고 가정했을 때 생산자가 그중에서 얼마나 가져갈지 모른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더욱이 최상의 품질을 반영한 것도 아니었고요. 반면에 직거래는 품질도 보증하면서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져요. (이하는 공개를 꺼려했지만 내용상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해 싣는다.) 사실 제가 공정 무역을 좋지 않게 생각한 계기가 있습니다. 지인이 상당히 큰 규모의 공정무역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었는데, 협회에 가입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모임에 한 번 참석한 적이 있어요. 뒷마당에서 어떤 남자가 커피 원두를 건조시키려고 갈퀴질을 하고 있었는데, 물어보니 조합원은 아니고 그 일 때문에 하루에 2 달러를 받고 고용된 일용직 노동자라고 하더군요. 산지의 노동자를 위한 협동조합 모임에서 이러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게 모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아무나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인텔리젠시아가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해 운영한다면 비용은 절약하면서 저희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우수한 품질의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맛있는 커피를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웃음) 물론 자본이 필요하겠죠. 그렇지만 매거진 <B>에 나온 브랜드들 역시 처음부터 막대한 자본을 들였기 때문에 오늘이 있는 게 아니라 좋은 제품을 만드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했기에 좋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인텔리젠시아는 모든 커피바가 각각 분위기가 다른 점이 특징입니다.
각 지역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게 마련이에요. 저희는 스타벅스 같이 획일적으로 점포를 디자인해 개설하고 싶진 않아요. 각 점포가 위치한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패션 브랜드와 비슷한 부분이죠. 매장에서 커피 문화를 경험하는 데 있어 디자인도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브랜드에서 ‘지역성 locality ’이란 건 중요한가요?
매장을 여는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이유는 저희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마치 그 지역의 ‘토착 브랜드 hometown brand ’처럼 친숙함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에요. 저희는 매장을 더 많이 여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아요. 매력적인 커피업체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싶고, 그래서 매장마다 고유한 개성을 가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꿈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고객도 단순히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커피가 생산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생산자까지 이익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희가 거래하는 21 개국의 절반 정도가 극빈국입니다. 기존 커피에 비해 갑절이나 비싼 가격을 지불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비용을 아주 조금 더 지불하길 바라는 것 뿐이죠. 최대가 아닌 최고의 커피 브랜드로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다른 커피 브랜드들도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바람입니다.

Steve Hare

Penguin

Intelligentsia
Issue No. 11

Intelligent 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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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시카고의 작은 커피 전문점으로 시작한 인텔리젠시아 커피는 생산지와 품종이 확실하며, 맛이 뛰어난 커피를 일컫는 스페셜티 커피계의 선두 주자입니다. 현재 대형 커피 브랜드를 위협할 만큼 성장한 이들은 커피가 재배되어 소비자에게 도착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이 커피를 제대로 알고 대함으로써 더 좋은 커피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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