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은성
사진 제공
르 라보

Deborah Royer

데버러 로이어
Global General Manager and Chief Creative Officer, Le Labo
데보라

에스티 로더 그룹이 르 라보를 인수한 직후인 2015년부터 브랜드 전반을 관리하는 데버러 로이어는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두 창립자와 직원 사이의 다리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향수 외 제품군을 추가하고 시장을 확장하는 등 브랜드가 일종의 전환점을 맞으면서, 브랜드가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와 같은 큰 그림과 그 아래서 실행해야 할 작은 전략, 실무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것이다.

3년 전 뉴욕 맨해튼에서 이곳 브루클린으로 본사를 옮긴 것으로 아는데요, 특별히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브루클린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맨해튼보다 차분하기(low-key vibe) 때문에 저희가 ‘집’이라고 부르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매장과 사무실이 입주한 이 붉은색 벽돌 건물은 적당한 크기에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창문만 바꾸었을 뿐 모두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어요.

어제 뉴욕에 도착해 본사 직원들과 첫인사를 나누면서, 그리고 르 라보 매장에서 스태프가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친절함이라는 것이 르 라보에 꽤 중요한 가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절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 않나요?(웃음) 이건 다시 말하면 삶의 속도와 관련한 것인데요, 저희는 모든 것에 느리게 접근하는 저희 방식을 고객과 나누고 싶습니다. 랩에서 향수를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는 것도 어떤 면에선 느림과 관련한 이야기죠.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르 라보 매장에 들어섰을 때만큼은 저희의 향수 컬렉션과 향수의 원재료를 살피면서 천천히 시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울이라 부르는 랩 테크니션과 함께 진심 어린 상호작용을 경험하기도 하고요. 당장 고객에게 얼마나 많은 향수를 판매할 것인가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죠. 르 라보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저 가까운 이웃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기를 바랍니다.

라보는 스스로슬로 퍼퓨머리라고 정의하는데요,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제품군을 확장하고 새로운 향을 론칭하는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이 다른 향수 브랜드와 확연히 비교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독창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들 수밖에 없어요. 향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확한 제조 공식을 찾아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필요하기도 하고, 영감과 행운도 분명히 작용해요. 기회라는 건 우리 손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대할 수 있는 차원의 것도 아니니까요. 정리해 말하면, 규칙이라는 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달력에 일정을 정해놓고 시작하기보다 새롭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생길 때 그에 맞게 후각의 언어로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없을 때는 침묵을 지키고, 이미 존재하는 저희의 창작물을 즐기는 게 더 좋은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물리적 측면에서 볼 때 르 라보 향수의 특별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지속성입니다. 어떤 향수는 강하게 시작했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반대로 특정 노트에서 강하게 풍겼다가 다른 순간 약해지기도 해요. 저희는 그런 복잡함 대신 향의 조화가 적당한 시간 동안 잘 지속되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부분은 정말 많은 테스트를 필요로 하죠. 이 측면에서 르 라보 향수가 다른 어떤 향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종류는 지속적으로 같은 강도를 보이며 오래가기도 하고, 또 어떤 종류는 향이 남는 방식에서 남다른 면을 보여주기도 해요. 어떤 방식을 택하든 향의 양극성을 잘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저희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이런 부분이 저희에게는 늘 도전입니다.

보통은 세일즈 스태프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소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매장에서 직접 고객을 맞고 그들에게 향을 제안하는 이들 역시 르 라보만의 특벼함이라고 느낍니다. 기계적인 서비스 매뉴얼 대신 각 소울마다 개성이 돋보여서 마치 배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소울이 갖춰야 하는 재능이나 태도는 어떤 건가요?
르 라보의 소울은 훈련받은 세일즈 전문가는 아니지만, 고객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그 관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희는 르 라보의 신념과 가치, 개방적 성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소울로 선택하는데 그들 중에는 예술가가 많아요. 음악이나 미술, 글쓰기, 연기, 춤, 그림, 디자인, 요리 등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죠.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개개인의 성격입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이념과 공통된 점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저희가 고용하는 모든 이를 제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그들이 지닌 영혼의 감정을 보는 거죠.

르 라보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그 창의성을 표현하는지 궁금합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르 라보는 비주얼적으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오직 오프라인 매장과 제품을 통해 브랜드를 드러냈어요. 하지만 2016년 웹사이트를 리뉴얼해 론칭하면서 시각적 표현이 필요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특정한 콘셉트 아래 연출하거나 편집하기보다 꾸밈없는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기로 결심했어요. 그러고는 소울이 매장에서 평소 일하는 모습을 그대로 사진에 담아봤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온 거예요. 향수를 조향하는 손놀림, 매장의 오래된 벽돌 벽, 일정 시간에 매장의 흰 타일에 반사되는 자연 그대로의 햇빛, 누군가 손비누를 사용한 후 세면대에 남은 거품 흔적 같은 친숙한 장면들 말이에요. 날것의 아름다움과 일상을 구성하는 작은 순간들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저희는 어떤 것을 표현할 때 부풀리거나 포장하려고 시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고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디테일에 집중하죠. 저희가 소통하고자 하는 대상은 작은 디테일이 만들어내는 큰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데버러 로이어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르 라보' 이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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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Kristoffersson

Myeonghan Kim

Le Labo
Issue No. 65

Le L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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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프랑스 출신의 두 창립자 에디 로시와 파브리스 페노가 뉴욕 놀리타에서 시작한 르 라보는 ‘실험실’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따온 이름처럼 조향사의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컬트 향수 브랜드입니다. 원재료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상탈 33’, ‘로즈 31’과 같이 독자적 매력을 지닌 향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매장에서 직접 향수를 블렌딩해 병입하는 과정을 진행하거나 제품 라벨에 제조 날짜와 장소, 고객의 이름이나 원하는 메시지를 적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향수를 둘러싼 경험에 주목해 고유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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