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 테라오 겐의 1인 기업으로 시작된 발뮤다는 프리미엄 선풍기인 그린팬의 히트와 함께2011년 4월 ‘발뮤다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독보적인 기능과 절제된 디자인을 가진 가전 제품을 선보여 왔다. 발뮤다 제품들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기분 좋은 체험을 재현하고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하며, 사용자가 누리는 일상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감각의 체득으로 일군 브랜드의 성장
발뮤다는 일본의 가전제품 회사로, 2003년 3월 창립했다. 지금 생산하는 제품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노트북 거치대 X-베이스, LED 스탠드 에어라인, 난방 기기 스마트히터, 공기청정기 에어엔진, 가습기 발뮤다 휴미디파이어, 공기 순환기 그린팬 서큐, 선풍기 그린팬, 전기 주전자 발뮤다 더 팟, 토스터 발뮤다 더 토스터, 전기밥솥 발뮤다 더 고항. 이 라인업은 발뮤다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지층 같다. 테라오 겐의 1인 기업으로 시작한 발뮤다는 몇 차례 위기와 기회를 거쳐 70여명의 직원과 자체 사옥, 해외 판매망을 갖춘 회사로 성장했다. 그 와중에서도 발뮤다는 기묘할 정도로 일관성을 유지한다. 그 일관성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바로 테라오 겐의 감각이다. 빵을 먹고 눈물을 흘린 그 예민한 감각. 테라오 겐의 감각은 예나 지금이나 발뮤다에서 아주 중요한 판단의 근거다. “최종 판단은 대부분 감각에 의존해 내립니다.”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고 느낄 때면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봅니다. (중략) 간식의 맛과 냄새, 나무 향과 잎사귀의 바스락거림, 거리의 소음과 하늘을 나는 비행기 소리,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 (중략) 기분 좋은 감각을 몸의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느꼈고, 또 그때의 감촉은 어땠는지 하나하나 분석하며 머릿속에 입력해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점차 감각이 예민하게 단련됩니다.”

감각의 체득으로 일군 브랜드의 성장
예민한 감각만큼이나 중요한 발뮤다의 본질이 하나 더 있다. 융통성에 기반한 끊임없는 개선과 보완. 여기서 개선이란 단순히 제품의 개선이 아니다. 점차 커지는 조직의 개선이기도, 브랜드의 세계관과 목표의 개선이기도 하다. 초기 발뮤다의 물건은 대체로 탁상용 니치 럭셔리다. 소규모 니치 럭셔리 브랜드는 날카로운 감각과 장인적인 고집으로 어느 정도 생존할 수 있다. 다만 니치 럭셔리 브랜드의 생존에는 전제가 따른다. 여유가 없어지면 사치스러운 주변 기기에 쓸 예산도 사라진다. 초기 발뮤다에 정확히 그런 일이 일어났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세계 금융 위기가 3명의 직원을 둔 발뮤다까지 덮쳤다. 주문이 끊기고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했다. 테라오 겐은 그 상황에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망할 거라면 진짜 해보고 싶던 제품이라도 만들어보고 끝내자.” 그렇게 해서 발뮤다를 제2의 출발선에 놓은 그린팬이 탄생했다. 앞에 말했듯 그린팬의 개발 배경은 기왕 망할 거 이거 해보고 시원하게 망하자는 객기다. 객기의 근거는 논리적 사유다. 그는 성공한 기업은 시대의 흐름을 탔다는 명제에서 출발했다. 시대의 흐름을 탔다는 건 무슨 뜻일까? “어떤 범위의 상품 혹은 서비스 분야에 대량의 수요가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재빠르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테라오 겐은 이 깨달음에서 출발해 지구온난화와 재생에너지 개발이라는 화두를 찾았다. 그리고 ‘냉난방 분야에 혁명을 일으키면 커다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테라오 겐은 생각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시원함을 선풍기로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여기서 발뮤다를 지탱해온 성공 공식이 태어난다. 기계를 통해 기분 좋은 느낌을 재현하는 것! 무형의 사유에서 유형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테라오 겐이 이끄는 발뮤다의 핵심 역량이다.

감각을 간직하고 자유롭게 변화하는 발뮤다의 지향점은 딱 하나다. 멋진 디자인이 주는 시각적 자극이든, 묵직한 플라스틱 소재의 기분 좋은 촉감이든, 토스터의 뚜껑이 열리고 빵이 나왔을 때 느끼는 강렬한 후각적 자극이든. 인간의 오감에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것. 그것이 2003년 창업해 지금까지 발뮤다를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현장을 관찰하며 얻은 원천 기술
발뮤다의 창의력은 끊임없는 관찰과 시도에서 나온다. 그린팬을 탄생시킨 과정이 좋은 증거다. 자연 바람을 만들기 위해 테라오 겐은 먼저 유체역학과 날개 형상 관련한 책을 보았다. 그런 다음 풍속계를 들고 자연풍 데이터를 모았다. 힌트는 현장에서 찾았다. 테라오는 자주 다니던 공장에서 선풍기를 벽 방향으로 틀어둔 모습을 떠올렸다. 바람이 벽에 부딪치며 바람의 흐름이 깨졌다. 그렇게 깨진 바람이 부드럽게 돌아와 자연풍 촉감을 냈다. 테라오 겐이 처음 떠올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기분 좋은 시원함’이 구현되는 것이다. 그린팬에서 나타난 발뮤다의 개발 흐름은 이렇게 패턴화된다. 1)사장의 주도로 회사가 만들고자 하는 물건을 생각한다. 2)그 물건이 줄 수 있는 기분 좋은 막연한 느낌을 떠올린다. 그 막연한 느낌을 기계로 구체화하는 것을 프로젝트 목표로 삼는다. 3)막연한 느낌을 구체화하기 위해 현장을 관찰한다. 4)현장에서 답을 찾아낸다. 5)현장에서 찾아낸 답을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술로 구체화한다. 6)원가와 단가 등 현실적 요소와 디자인 등 이상적 요소를 종합해 제품화한다. 그린팬 이후 나타난 발뮤다의 성공 패턴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발뮤다 더 토스터도 기술은 다르지만 흐름이 비슷하다.

태생적 한계를 독창적으로 역이용
기술을 새로 만들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대중화하려면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 발뮤다가 아무리 혁신적 회사라고 해도 직원 70명 규모의 회사에서 도를 넘는 연구 개발에 인적자원이나 금액을 지출할 순 없다. ‘쾌감을 재현하기 위해 기술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발뮤다는 이 한정된 상황을 동물적 순발력으로 극복해낸다. 발뮤다에는 ‘만들면서 고안하고 개발한다’는 독창적 흐름이 있다. 개발과 고안, 생산은 큰 회사에서라면 따로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다. 발뮤다는 이 셋을 분리할 만큼 크지는 않다. 불리할 수도 있는 상황을 발뮤다는 멋지게 역전시켰다. ‘현재 환경을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하는 것’은 발뮤다 특유의 통합적 완성도를 구현하는 배경이다. 막대한 개발비가 들어가는 시제품 생산은 3D 프린터로 해결해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 가전제품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 제3국에서 생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 생산해 숙련공의 솜씨를 활용한다.

융통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경영 체계
지금의 발뮤다를 잉태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본능적이라고 할 만한 테라오 겐의 융통성이다. 그가 융통성을 갖춘 계기는 불황이다. 불황이라 물건이 팔리지 않을 때 그는 ‘이상적이라 여기며 만든 제품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린팬의 후속 모델인 그린팬 S를 만들며 떠올린 이야기에서도 그의 융통성이 드러난다. “전에는 어떻게 하면 모던하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고, 거기에만 매달린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런 집착을 버리고 ‘적절’하면서도 ‘보편적’ 디자인을 중시합니다.” 뛰어난 생각을 떠올리는 것보다 자기가 하던 생각을 버리는 게 훨씬 어렵다. 지금까지 발뮤다는 가전에 통용되던 규칙을 계속 뒤집어왔다. 정해진 전략과 방향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발뮤다의 전략과 방향이며 가장 큰 장점이다. 예민한 감각으로 시장의 흐름을 읽은 후 사람들에게 쾌감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산업을 둘러싼 모든 조건이 거의 변하면서 기존 답은 더 이상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럴 때는 발뮤다처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작은 회사가 더 합리적일 수 있다. 테라오 겐은 그 사실을 잘 안다. 발뮤다의 미래에 대해 그가 한 말은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지만 더없이 정확하기도 하다. “스페인에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보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의 감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죠. 지금은 가전제품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사실 발뮤다는 자유롭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진행할 수 있고, 선택지는 무궁무진해요. 심지어 레스토랑을 운할 수도 있습니다. 20년 후 발뮤다는 어떤 모습일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내 스튜디오에 진열된 키친 제품들.
사내 스튜디오에 진열된 키친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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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uda
Issue No.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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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자 테라오 겐의 1인 기업으로 시작된 발뮤다는 프리미엄 선풍기인 그린팬의 히트와 함께 2011년 4월 ‘발뮤다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하고 독보적인 기능과 절제된 디자인을 가진 가전 제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발뮤다 제품들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기분 좋은 체험을 재현하고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하며, 사용자가 누리는 일상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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