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서재우
사진
최다함

Anthony Aconis

안토니 아코니스
브랜딩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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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브랜드의 방향성을 새롭게 정의하는 그는 헤이가 데니시 디자인의 전통성을 물려받았기에 덴마크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며, 디자인의 독자성을 가졌음에도 주거 공간에 놓인 다른 제품과 어우러지는 현실적 디자인을 따른다고 말한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파이어볼 Fireball이라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브랜딩 전문가(branding expert)로 일하고 있습니다. 파이어볼은 코펜하겐에서는 꽤 알려진 디자인 에이전시죠. 저는 이곳에서 특정 브랜드를 대중 혹은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어요. 주로 브랜드 관계자와 만나고 그들이 원하는 아이덴티티를 기업 이미지에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브랜드가 성장하는 데 지역은 중요합니다. 덴마크 브랜드 또한 그 지역성을 따를 텐데, 덴마크 브랜드만의 정형화된 특징이 있을까요?
잠시만요,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덴마크 브랜드의 특징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앞서 데니시 디자인 Danish design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최근 대다수의 디자인 제품에는 국적과 스타일에 상관없이 ‘데니시 디자인’이란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데니시 디자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덴마크 디자인과 덴마크 브랜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역으로 제가 한번 묻겠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데니시 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모더니즘에 가장 부합한 디자인이 아닐까요? 디자인의 고전으로 읽히지만, 가장 현대적 디자인이란 평가도 받죠.
일리 있는 답변이지만, 좀 더 직접적인 단어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성(individuality)과 현실(reality)이라는 두 단어로 데니시 디자인을 설명하는 건 어떨까요? 디자인의 독자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거 공간에 놓인 다른 제품과 물 흐르듯이 어우러지는 현실적 디자인을 따르죠.

공간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사랑받는 ‘타임리스 디자인’으로 남을 수 있던 거군요.
네. 그 점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데니시 디자인의 강점은 단순히 타임리스에서 기인한 것이 아닙니다. 매번 시대성을 뛰어넘는다는 데 있습니다. 데니시 디자인의 출발점인 1950~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보죠. 당시 등장한 가구들은 모두 디자인을 새로운 차원의 레벨로 끌어올린 작품입니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이 디자인한 세븐 체어 시리즈(Series 7 Chair)는 50년 이상 된 디자인 의자이지만, 지금 이 공간에서 여전히 영롱하게 빛나고 있어요. 저는 이 세븐 체어가 요즘 만든 어떤 의자보다 감각적인 형태로 완성한 의자라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데니시 디자인은 시대를 대변하는 동시에 미래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디자인이라 정의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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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가 등장한 2002년 당시 덴마크 브랜드의 동향은 어땠나요?
덴마크 브랜드 모두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고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21세기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기였죠. 그 시기에는 정말 많은 브랜드가 탄생했어요. 가구 브랜드뿐 아니라 문화 산업 전반적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 위해 실험적 방법을 도모했죠. 물론 많은 브랜드가 실패를 경험했지만, 창작자는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실패와 성공에 대해 수없이 자문하며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한 시기입니다. 헤이는 그런 시기에 자연스럽게 등장한 대안(alternative) 브랜드 중 하나였어요.


그렇다면 당시 헤이와 경쟁한 브랜드는 없었나요?
굉장히 많았지요. 무토 Mutto, 로 Ro, 앤트래디션 &Tradition 등 크고 작은 브랜드가 헤이와 함께 등장해 덴마크 브랜드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평가하면 헤이만큼 자신의 목표를 이뤄낸 브랜드는 없는 것 같아요.


헤이가 목표를 일궈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헤이의 성공은 덴마크 디자인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들의 강점은 가구만 잘 만들기보다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디자인으로 접근했다는 점이죠. 뷰티, 패션, 액세서리 분야에서 헤이의 성공은 많은 영감을 주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브랜딩 전문가로서 헤이의 미래를 예측하면, 역시 전망이 밝을까요?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부터 전 세계는 모두 연결되었습니다. 한국, 일본, 미국, 브라질 등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코펜하겐에서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이죠. 전 세계가 같은 사고방식을 공유하는 시대이기에 데모크래틱 디자인은 앞으로도 회자될 거예요. 헤이의 디자인은 덴마크 전통을 따르지만, 덴마크 전통의 본질은 결국 모두가 만족하는 아름다운 디자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성장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헤이가 아시아와 북미 시장으로 진출하는 이유도, 그리고 그곳에서 지지를 받는 이유도 특정 대상이 아닌, 모두를 위한 제품을 디자인해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덴마크인이 좋아하는 디자인 문법은 어떤 것일까요?
겸손한(unobtrusive) 디자인을 말하죠. 덴마크에서 좋은 디자인을 평가할 때는 실용과 기능을 동반한 디자인인지 여부를 주요 항목으로 삼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가구가 단순한 형태를 띱니다. 물론 아름답다는 전제가 자연스럽게 뒤따르죠.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디자인이야말로 데니시 디자인의 정수입니다. 헤이는 그런 지점에서도 덴마크 브랜드의 DNA를 지니고 있어요. (주변에 있는 잡지를 펼치며) 이 페이지에 나온 집을 좀 보세요. 저희 집 사진인데, 토넷 Thonet의 오래된 빈티지 의자와 헤이에서 최근 선보인 테이블이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요. 이게 바로 데니시 디자인의 문법이고, 헤이의 정체성입니다.

 

안토니 아코니스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헤이' 이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Jordan Crane

Kenji Osanai

Hay
Issue No. 72

H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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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롤프와 메테 헤이 부부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설립한 헤이는 가정용 소파와 오피스 가구부터 거울, 옷걸이, 유리컵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액세서리까지 폭넓게 선보이는 홈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덴마크의 전통적 미학과 현대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제품 철학을 바탕으로 신진 디자이너 및 브랜드와 다채로운 협업을 진행해 빠르게 영역을 넓혀왔으며, 디자인과 가격, 리테일 전략 등을 내세워 동시대에 걸맞은 데니시 스타일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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