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양보람
사진
매리 매카트니

Virginie Viard

버지니 비아르
Chanel Creative Studio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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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부터 샤넬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의 디렉터로 일해온 그는 칼 라거펠트와 가브리엘 샤넬, 텍스타일이라는 영감의 원천을 활용해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낼지 고민한다며, 자신의 작업이 모든 것의 균형을 맞추는 일종의 저울 같은 역할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번 2019 봄·여름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소재 면에서는 트위드와 가죽, 진, 아이템으로 보면 슈트부터 선드레스, 스포츠웨어, 수영복까지 아주 다양한 범주를 아우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샤넬의 컬렉션에는 항상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해왔습니다. 수영복이나 가죽, 진 등은 모든 샤넬의 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피스들이죠. 이번 쇼를 보면 2~3피스의 수영복을 진과 매치하고 또 몇 피스는 스커트와 매치해 소개했습니다. 사실 저희는 런웨이에서 수영복을 보여주는 걸 아주 선호하는 편은 아니에요. 칼은 모델의 맨다리를 너무 대놓고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그건 모델들도 마찬가지죠. 샤넬 쇼에는 항상 색다른 아이디어가 있으니까요. 오버사이즈 피스와 카프리 팬츠, 네오프렌처럼 보이는 크레이프 스키니 팬츠나 블랙 드레스, 레더, 트위드 소재의 오버사이즈 재킷과 드레스 등. 솔직히 말하면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요. 언제나 변함없는 샤넬 스타일이 있더라도 다양한 카테고리들 또한 항상 샤넬 컬렉션의 일부였으니까요.

매 시즌 샤넬의 컬렉션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이가 많습니다. 그들에게 이번 컬렉션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 같은 것을 말해준다면 어떤 것일까요?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존재해서···. 아,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모델들의 애티튜드였던 것 같아요. 신발을 손에 든 채 맨발로 런웨이를 걷던 프렌치 특유의 그 무심한, 굉장히 ‘샤넬다운’ 태도 말이죠. 그럴 때의 실루엣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심지어 니렝스 스커트를 입고 있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섹시하거든요. 또 정말 좋아하는 점은 샤넬 쇼에는 늘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거예요. 이번에는 모델들이 모래 위를 걸으며 그 에너지가 더욱 부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말을 타는 것처럼 모래 위를 걷는 건 특정한 에너지를 요구하게 마련인데, 이런 부분에서 샤넬의 에너지와 힘을 고스란히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크루즈 컬렉션과 공방 컬렉션, 오트 쿠튀르를 포함해 매년 10개의 컬렉션을 소개하고 있는데, 30여 년간 패션업계에 몸담으면서 산업의 변화를 체감했을 것 같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컬렉션 수가 굉장히 적었어요. 지금은 준비할 컬렉션 수는 많지만 호흡이 잘 맞는 아틀리에 팀원과 탄탄하게 구성된 조직이 있기에 모든 일이 수월하게 굴러갑니다. 저는 컬렉션에서 컬렉션으로 끊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바쁜 리듬이 좋아요. 이제 곧 공방 컬렉션 준비에 들어가지만, 테마 같은 건 이미 결정되어 있으니까요. 가장 힘든 때는 8월 말에서 9월 초, 5주간의 긴 여름 바캉스 끝에 다시 사무실에 돌아와 본래의 리듬을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탄탄하게 구성된 조직이라고 언급했는데,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에서 일하려면 어떤 재능이 있어야 할까요? 샤넬 하우스에서 새로운 패션을 창조하는 일을 꿈꾸는 사람이 아주 많을 텐데요.
저희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지만, 사실 자리가 쉽게 나지 않는 편입니다. 가끔 마음에 드는 이력서를 받아보면 후보자가 보이기는 하는데 사실 느낌의 문제라서요. 당연히 지원자 대부분이 패션 학교나 아트스쿨 출신이지만 학교 인지도보다는 그 사람의 성향이 중요하고 칼과도 곧바로 잘 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스튜디오 스태프 중에서 칼과 마주치지 않으며 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모두가 함께 협업하죠. 그래서 저는 모든 지원자를 칼에게 소개합니다. 서로 잘 맞을지 아닐지 즉시 감을 잡을 수 있도록요.

칼 라거펠트는 당신을 두고 “본인의 오른손이자 왼손”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요, 반대로 당신은 칼 라거펠트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오른손이자 왼손이라, 사랑스러운 표현이네요.(웃음) 칼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창조적인 면 하나만으로 그를 규정할 수도 없어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죠. 그의 능력에 타고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 그만큼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의 창조성에 그만한 깊이가 있는 것은 절대 사고하기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에요. 칼은 주변의 모든 것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줄 압니다. 그는 스펀지 같아요. 겉으로 보면 매우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매우 예민하면서도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아요. 설령 본인을 보호하기 위해 차갑게 보일 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정말 대단한 크리에이터입니다. 출중한 예술적 능력(특히 엄청나게 뛰어난 일러스트 실력)과 타고난 취향, 잘 받은 교육까지 범상치 않은 팔레트를 지녔죠. 거기다 본인의 팔레트를 매일 가꾸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요. 그에게는 그 어떤 것도 완결된 것이 없습니다. 극도의 호기심을 가졌고, 피곤할지언정 결코 지치지는 않으니까 말이죠. 세상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진 그가 발산하는 에너지는 정말 놀라워요.

지난 며칠간 이곳 파리에서 샤넬과 관련한 여러 취재를 진행하면서 샤넬과 아틀리에, 샤넬이 소유한 공방, 외부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옷의 소재와 패턴 그리고 디테일에 대해, 곧 패션을 이루는 원형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가요?
소재나 디테일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는 브랜드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틀리에와 공방과의 협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그 자체가 바로 ‘창조성’이기 때문이에요. 김영성 씨가 직접 고른 소재를 보여줄 때는 이미 컬렉션의 절반은 완성된 듯한 느낌이 들고, 공방과 함께 협업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굉장한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프랑스 내 공방과 함께 생산하는 옷의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지만, 르마리에나 르사주 같은 공방의 가치는 헤아리기 힘들어요. 제가 샤넬에 들어와 처음 맡은 파트가 자수였어요. 각 공방의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크리스텔 코셰르, 프리실라 로예 Priscilla Royer, 위베르 바레르 Hubert Barrère 같은 이들이 보여준 창조성도 대단하죠. 저는 이외에도 다양한 옵션이 있어요. 아틀리에 팔로마와 함께 진행하는 드레스 작업 같은 것도 포함되죠. 칼 역시도 본인 특유의 우아한 취향에 어울리는 자수 장식을 무척 사랑하는데, 그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느껴요. 그 덕분에 누구보다 자수와 깃털을 잘 다루는 공방이 유지되고 있으니 말이죠. 각 공방들은 저와 직접 일하지만, 칼 역시도 모든 공방의 디렉터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냅니다. 그가 사무실에 들렀을 때 공방 사람들이 있으면 굉장히 반가워할 정도로 말이죠.

샤넬의 작업 과정에서 창의력의 원천이 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저의 영감은 칼이 전해주는 테마를 전달받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칼과 가브리엘 샤넬, 그리고 텍스타일이라는 영감의 원천을 활용해 무엇을 완성해낼지 고민하죠. 제 업무는 모든 것의 균형을 맞추는 일종의 저울 같은 역할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지나치게 로맨틱한 디자인에서 로맨틱함을 조금 덜어내거나, 때로는 뭔가 다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마치 인생이 그런 것처럼 어떤 방향에 반기를 드는 것에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찌 보면 칼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영감이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해요.

 

버지니 비아르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샤넬'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Michael Phillips

James Freeman

Chanel
Issue No. 73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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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은 가브리엘 샤넬이 20세기 초 프랑스에 세운 세계적 럭셔리 기업으로, 파리 깡봉가 31번지라는 상징적 장소를 포함해 전 세계 190여 개에 달하는 패션 부티크를 두고 레디투웨어와 핸드백, 액세서리, 아이웨어부터 향수와 코스메틱, 화인 주얼리, 워치까지 다양한 범주의 제품을 선보입니다. 또한 파리에서 선보이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아트 디렉터 칼 라거펠트의 창조적 지휘 아래 ‘궁극의 럭셔리’와 최고의 품질, 남다른 노하우를 펼치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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