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양보람
사진
매리 매카트니

Amanda Harlech

아만다 할레츠
Creative Consultant
2313213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샤넬과 친분을 이어온 아만다 할레츠는 패션이 우스갯거리가 되기도 하는 요즘 시대에 샤넬이야말로 패션의 로맨티시즘을 잃지 않는 진정성 있는 패션 하우스라고 말한다.

1996년부터 샤넬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칼 라거펠트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샤넬과는) 얼마나 되었는지 생각도 하기 싫어요.(웃음) 2년쯤 된 것 같은데, 정확히 말하면 22년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네요.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90년대에 그가 종종 열곤 하던 프라이빗 패션 파티였어요. 그에 대해 읽고 들은 것들 그대로였죠. 선글라스와 시크한 블랙 유니폼 뒤로 신비롭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그가 보였습니다. 약간의 전류가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인상이었어요. 많은 사람이 그와 만나 인사를 나누기 전부터 주눅이 들곤 해요.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칼 라거펠트는 어떤 사람인가요?
칼 라거펠트는 텔레파시 같은 본능, 심오한 지혜와 미적 천재성, 엄청난 기억력과 독서에 기반한 지식, 신들린 듯한 호기심을 갖춘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엑스레이 기계처럼 사람을 꿰뚫어보죠. 그는 샤넬을 어디로 이끌어나가야 할지 잘 알고 있어요. 패션 부문 사장인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Bruno Pavlovsky와 샤넬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의 디렉터인 버지니 비아르 Virginie Viard 등과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들은 칼의 비전을 현실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요.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체로 패션에만 꽂혀있기 쉬운데, 그는 그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해서도 집중하는 능력을 겸비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는 거군요.
그가 그토록 굉장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뭘 느끼고, 뭘 필요로 하는지 완벽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2018년 한 해 유럽에 사는 사람들은 날씨가 아주 완벽한 여름을 경험했고, 그런 여름이 끝나가는 것을 못내 서운해하기도 했죠. 샤넬의 2019 봄·여름 컬렉션은 우리가 사랑하는 ‘여름의 모든 것’, 그리고 그가 어릴 때 자주 갔던 북해 연안의 휴양지 질트섬의 아름다운 해변을 그대로 옮겨왔어요. 태닝 오일이 난무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적당한 바람이 불고 인적이 드물며 티 없이 깨끗한 백사장의 순수한 해변 말이에요. 이 런웨이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꿈 같은 여름을 선사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정치적 또는 다양한 이유로 슬픔에 빠져 있는 이 시기에 특별히 아름다웠던 여름을 다시 재현한 거랄까요. 적어도 저에게는 그래요.(웃음)

샤넬은 물론이고 패션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전문가로서, 샤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패션업계에서 일한 지 3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려운 질문이에요. 브랜드 바깥의 요소들 부터 한번 볼까요? 왜 샤넬이란 브랜드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었는지 말이에요. 가브리엘 샤넬의 역사와 오늘날 칼 라거펠트가 이끄는 샤넬은 공존하고 있어요. 두 사람 모두 여성이 무얼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재능을 지녔고요. 가브리엘 샤넬은 스스로에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한 사람입니다. 라거펠트는 어쩌면 그녀보다 훨씬 더 재능이 있다고 할 수 있죠. 왜냐하면 그가 직접 여성복을 입지는 않으니까요. 가브리엘 샤넬이 선사한 수준 높은 과거와 그 평행선상에 있는 현재, 그리고 칼의 지휘 아래 펼쳐질 미래는 굉장히 흥미로워요. 그가 매 시즌 선보인 컬렉션을 통해 오늘날의 샤넬을 이만큼 성장시켰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모든 것은 항상 새롭지만 여전히 샤넬인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확실하죠. 미래가 곧 샤넬이라고 생각합니다.

레디투웨어 외에 오트 쿠튀르와 크루즈, 공방 컬렉션까지 포함하면 1년에 무려 10개의 컬렉션을 이끌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그렇죠.
라거펠트는 하바나, 생트로페, 에딘버러, 파리의 그랑 팔레 등 컬렉션을 선보이는 장소와 세계, 그리고 문화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이해한 디자이너입니다. 우리는 샤넬 쇼가 열린 장소와 그 장소에 관련된 모든 것을 컬렉션과 함께 기억하죠. 지금은 많은 패션 하우스에서 똑같이 따라 하고 있고요. 재미있는 건 어떤 브랜드는 샤넬이 바로 전에 다녀간 장소를 뒤따라오기도 한다는 거예요. 이 또한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많은 패션 에디터가 컬렉션을 보기 위해 세계 곳곳을 여행하게 되었죠. 하지만 라거펠트는 보란 듯이 최근 크루즈 쇼를 해외가 아닌 파리에서 선보이기도 했어요. 이렇듯 그가 미래에 대해 지닌 생각은 절대 예측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샤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요?
20년, 30년 후의 패션계는 예측하기 힘들고,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지금보다 더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가능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패션 산업이 지구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죠. 샤넬도 마찬가지로 그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요. 예를 들어 이번 2019년 봄·여름 쇼에서 사용한 모래는 파리의 건설 사업에 재활용할 예정이고, 2018/19 가을·겨울 쇼에 쓴 아름다운 나무들도 모두 재활용되었어요. 샤넬을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트위드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조합된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패브릭이죠. 샤넬은 재고 상품을 태우지 않는 정책을 마련했고, 쓰이지 않은 트위드 패브릭을 다시 염색하거나 수를 놓아 재사용하고 있어요. 이런 노력의 일환도 브랜드가 걸어갈 미래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샤넬이 패션업계에서 현재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얼까요?
단 한 번도 타협하지 않고 퀄리티를 유지했다는 게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 아닐까요? 칼 라거펠트가 샤넬 하우스에 기울인 완벽한 사랑과 믿음을 보여준 한 예는 바로 전 세계에 재정 위기가 닥치고 모든 브랜드가 뒷걸음칠 때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는 거예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샤넬은 패션계를 리드하고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파리 깡봉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겁니다. 지난번 컬렉션을 완성한 후 라거펠트가 제게 ‘31백’이 마음에 든다며 구입했냐고 물어보더군요. 저는 제가 가질 틈도 없이 곧 품절될 거라고 말했고요. 샤넬의 가방은, 소유했다는 사실 자체로 지위를 대변하기도 하고, 기분 전환을 돕거나 때로는 주얼리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가브리엘 샤넬이 창조한 것에 라거펠트의 디자인적 재능과 기억력을 더해 사진이나 책, 예술처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완벽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하는 것, 샤넬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가 핸드백 하나에 함축되어 있죠.

최근 발렌시아가에서 셀린느까지 엄청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스타 디자이너가 패션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어요. 반면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칼 라거펠트는 이들과 굉장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에 대해 시니컬하거나 아이러니해지는 건 굉장히 쉽다고 생각해요. 요즘 패션 피플들은 싸구려 파리 기념품 같은 디자인을 엄청난 퀄리티로 제작해 굉장히 값비싸게 파는 발렌시아가의 가방을 들고, 1980년대 조지아의 디스코텍에서 입었을 법한 커다란 후디를 입는 걸 간절히 원하죠. 오랜 시간 추구해온 진정한 패션의 로맨티시즘을 간직하는 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어요. 반대로 패션의 많은 부분을 별것 아닌 농담으로 만들기는 쉬워졌죠. 하지만 라거펠트는 이런 상황에 절대 동요하지 않아요. 스스로가 가장 유머러스한 사람임에도 패션을 우스갯거리로 만들지는 않거든요. 물론 그의 컬렉션 곳곳에서 위트를 볼 수 있지만 늘 우아한 태도를 잃지 않습니다.

 

아만다 할레츠의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B>  '샤넬'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Rolf & Mette Hay

Kikuo Ibe

Chanel
Issue No. 73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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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은 가브리엘 샤넬이 20세기 초 프랑스에 세운 세계적 럭셔리 기업으로, 파리 깡봉가 31번지라는 상징적 장소를 포함해 전 세계 190여 개에 달하는 패션 부티크를 두고 레디투웨어와 핸드백, 액세서리, 아이웨어부터 향수와 코스메틱, 화인 주얼리, 워치까지 다양한 범주의 제품을 선보입니다. 또한 파리에서 선보이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아트 디렉터 칼 라거펠트의 창조적 지휘 아래 ‘궁극의 럭셔리’와 최고의 품질, 남다른 노하우를 펼치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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